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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뗄래야 뗄 수 없는 ‘공항과 밀수’

by terryus 2016. 10. 27.

 인천공항에서 또 상주직원이 낀 금괴 밀수 사건이 터졌다.
 사건 내용은 이렇다. 지난 8월20일 홍콩의 금 중계무역업자들이 금 운반자(일명 지게꾼) 2명에게 금괴 1㎏ 짜리 6개(시가 3억 원)을 맡겨 인천공항을 거쳐 일본으로 가져 가려던 것을 지게꾼들이 일본으로 가지 않고 국내로 몰래 들여 와 팔아 먹은 것이다.
 이 지게꾼들은 홍콩 금 중계업자들이 일본으로 금을 밀반입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불법이라 신고를 못할 것으로 여기고 금을 중간에서 빼돌린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일반 여행객의 경우 1인당 3㎏까지 금괴를 무관세로 반입하도록 허용하는 것을 몰랐다. 우리나라에서는 금은 몸에 차는 것 이외에 판매를 목적으로 들여오거나 나갈때는 무조건 세관에 신고해야 한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전경

 인천공항 경찰대는 ㄱ씨(27) 등 4명을 횡령과 관세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ㄴ씨(27) 등 1명을 불구속했다.
 붙잡힌 5명은 모두는 고등학교 동창들이거나 사회 친구들이다.
 문제는 이번 금괴 밀수에 인천공항 3층 출국장에서 보안검색을 하는 특수경비원인 ㄴ씨가 끼었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 ㄴ씨는 150만 원을 받고 전화로 ㄱ씨 등에게 인천공항 보안이 매우 허술하다는 것을 알려줬다. ㄱ씨 등은 이 말을 듣고 금괴를 일본으로 가져가지 않고 몰래 국내로 들여온 것이다.
 ㄴ씨가 알려준 방법은 간단하다. 사실상 인천공항 상주직원들이라면 거의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일반 여행객의 경우 비행기를 타기 위해 출국할 때는 보안검색 등 철저한 검색을 받는다. 그러나 항공기 결항 등으로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다시 나오는 ‘역사열’때에는 보안검색이 형식적으로 이뤄진다.
 ㄴ씨에게 이같은 정보를 얻은 ㄱ씨 등은 신발 밑창에 금괴를 숨겼다.
 일반적으로 보안검색요원들은 보안구역을 들어갈 때는 여행객들에게 철저한 보안검색을 하기 때문에 나올 때 또 한다는 것은 번거롭다. 다만 상주직원들이 면세품 등을 구입해 나 올 수 있어 다시 검색을 하기도 하지만 허술하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전경

 실제 ㄱ씨는 신발에 금괴을 숨기고 나올 때 금속 허리 띠 등을 찼다. 문형탐지기를 통과할 때 당연히 ‘삐’ 소리가 울린다. 이 때 보안검색요원은 허리띠만 검사할 뿐 신발은 벗기지 않았다. ㄴ씨가 귀뜸해 줘 밀수에 성공한 것이다.
 공항을 통한 ‘금괴’ 밀수는 흔하다. 인천세관은 올해 10월까지 16건에 44㎏(시가 34억 원)을 적발했다.
 묵직한 목걸이나 금판 등으로 만들어 속옷이나 허벅지, 신발 밑창, 여성들은 신체의 은밀한 부분에 숨기는 등 밀반입 유형도 다양하다.
 금을 밀수입하는 사람들도 ㄱ씨 처럼 운반비 50만 원(항공료·숙박비 포함)을 받기로 약속한 지게꾼부터 항공기 조종사, 승무원, 간호사 등 다양하다.
 문제는 일반인들이 아닌 ㄴ씨처럼 인천공항의 구석구석을 샅샅이 알고 있는 상주직원이 가담했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은 국가보안시설 ‘가’급이다. 보안이 철저한 곳이지만 사실 공항과 밀수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사실상 국경에 해당돼 금괴와 마약, 외환거래, 밀입국, 밀수 등 각종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상주직원들은 밀수꾼들의 유혹에 항상 노출돼 있다고 봐야 한다.
 금괴 1㎏을 밀수할 경우 시세 차익으로 400만∼1000만 원까지 얻을 수 있고, 규모가 크면 클수록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인천세관이 올해 10월까지 적발한 금괴 밀수 사건 현황

 인천공항 상주직원들이 금괴 밀수는 이번 뿐만이 아니다. 인천공항에서 금괴 밀수꾼을 잡아야 할 경찰관들이 금괴 조끼를 입고 나오다 적발된 적도 여러 번 있다. 이 때문에 공항경찰대 직원 전체가 물갈이 된 적이 있고, 지금도 인천공항에서 3년 이상 근무하면 다시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뿐 아니라 인천국제공항공사 용역직원도 금괴를 밀수하다 붙잡힌 적도 있다.
 보안구역을 매일 드나드는 상주직원들은 보안검색요원과 친밀해 질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서로가 눈 감아 준다.
 이번에 금괴 밀수 방법을 알려준 특수경비원은 채용된 지 6개월 밖에 안된다고 한다. 적발됐으니 다행이지 한 번 성공하면 다시 하게되고 계속 반복하게 된다.
 특히 범죄에 가담하다가 빠져나오려고 하면 나중에는 밀수범에게 발목이 잡혀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금괴에서 다음엔 마약으로, 밀입국 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철저한 보안교육을 시킨다고 하지만 개인이 저지른 범죄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ㄴ씨 때문에 이 업체를 운영하는 보안검색업체 본부장은 사표를 냈고, 아웃소싱업체인 이 업체는 다음 입찰에서 패널티를 받아 사업권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인천공항에는 4만여명의 상주직원이 있다. 어디서, 어떻게, 어떠한 범죄가 발생할지 모른다. 보다 철저한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역사열과 상주직원 통로가 보안검색이 허술하다는 것이 밝혀진 만큼 역사열을 할 때는 모든 출국장에서 하지 말고 한 곳에서만 하게 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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