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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에 거액이 들어오면서 무의도 주민들 갈등의 골 깊어져

by terryus 2011. 1. 19.

섬주민 모두가 조상 대대로 ‘형님’ ‘아우’ 하면서 한가족처럼 지냈는데 삼성테스코 때문에 이젠 서로 얼굴만 붉히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거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민박을 해 생계를 유지해 오던 조용한 섬마을인 인천 중구 무의도. 이 섬마을이 요즘 떠들썩하다. ‘한마을 공동체의식’은 사라지고 불신의 늪만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테스코 발전기금 13억원이 화근= 이 섬에 영국계 대형유통업체인 삼성테스코가 연수원을 지으면서 내놓은 지역발전기금이 단초가 됐다. 삼성테스코는 인천 중구 무의동 산 96번지 6만4000㎡에 ‘글로벌 리더십 아카데미’(연수원)를 건축 중이다.

삼성테스코는 무의도에 있는 산림청 토지를 받는 대신, 용인에 있는 땅 49만5000㎡를 사서 맞교환했다. 연수원은 지상 4층 규모로 연면적 1만3000㎡에 교육동과 숙소 등을 건립하고 있다. 삼성테스코는 연수원 건립에 외자 530억원을 투입한다. 지난해 5월 착공해 오는 6월 완공할 예정이다. 연수원 건설에 대해 주민들은 처음엔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섬마을에 대규모 시설이 들어오는 만큼 관광객의 유입도 증대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건축공사가 진행되면서 이 섬에 하나밖에 없는 도로인 무의도 관통도로(왕복 2차선)에 차량이 크게 늘고 소음과 분진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피해가 커지자 대책위를 구성해 공사 중단을 요청하는 등 시위를 벌였다.
특히 무의 9통 주민들은 선착장에서부터 대형 덤프트럭이 자주 왕래하자 피해 대책 차원에서 삼성테스코에 발전기금을 요구했다. 삼성테스코는 민원 무마 조건 등으로 지난해 무의 9통 주민들에게 모두 13억원을 주기로 약정서를 체결했다. 1차 지급금 8억원은 지난해 10월 주민들 손에 쥐여졌다. 9통 주민 167가구 320명은 3등급으로 나눠 돈을 지급했으나 수십가구는 등급을 나눈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돈을 안 받거나 수령을 거부하는 가구도 있다. 나머지 5억원은 오는 6월까지 제공될 예정이다.
◇돈 때문에…= 이 발전기금은 분란의 도화선이 됐다. 9통 주민들이 거액을 나눠 갖자 배분에서 소외된 10·11·12통 등 나머지 지역 274가구 주민 533명이 크게 반발하게 된 것이다. 9통 주민뿐만 아니라 관통도로를 이용하는 다른 지역주민들도 분진과 소음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인근 하나개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들도 피해를 보는 바람에 관광 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9통처럼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거액의 돈이 조그마한 섬마을에 유입되면서 공동체는 깨지고 불신의 늪만 깊어가고 있는 것이다. 서로가 얼굴을 붉히고, 감정이 격화돼 말도 잘 섞지 않는다. 하나개 해수욕장의 김모씨(68)는 17일 “삼성테스코 연수원 건립에 대해 처음엔 각종 소음과 분진 때문에 함께 공사 저지 등에 나섰는데 다른 주민들 모르게 9통에만 기금을 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씨(47)도 “무의도는 한가족처럼 살아왔는데 특정 지역에서 발전기금을 독식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조만간 불법성 여부를 따져 고소·고발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9통의 한 주민은 “연수원 건축에 따른 피해는 9통이 대부분 보게 되며 다른 마을은 피해가 없다”면서 “섬주민들 간 불화가 커지고 있는 만큼 향후 삼성테스코로부터 받을 금액 중 일부를 내놓을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테스코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대로 한 달째 공사를 못했으며, 마을마다 이기주의가 팽배해 돈을 더 줄 명분도 없다”면서 “어떻게든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원만히 풀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테스코가 제공한 발전기금 때문에 주민들 간 갈등이 심화하자 용유·무의개발대책위는 삼성테스코를 상대로 연수원 공사 중지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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