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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인천공항 스카이 72 골프장의 '과욕'

by terryus 2020. 6. 7.

 인천공항에 있는 국내 최대 스카이72 골프장에 대해 요즘 주변의 관심이 부쩍 늘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 연말 계약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새 사업자 선정을 위해 조만간 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인천공항공사 땅을 임대해 골프장을 운영하는 스카이72 골프클럽의 ‘운명’이니. ‘운영권’ 운운하면서 마치 계속 사업을 할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스카이72 골프장이 2005년부터 올린 매출과 순익, 배당금 규모를 꼼꼼이 보면 그런 말은 쉽게 못할 것 같다. 계약 관계가 종료된 만큼 스카이72 골프장은 새 사업자 선정 입찰에 참여해 정정당당하게 낙찰 받으면 된다.

 그렇지 않는다면 ‘과욕’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스카이72 골프장은 인천공항 인근 신불도에 18홀(하늘코스)과 삼목도에 52홀(바다코스) 등 72홀이다. 지난해 매출은 748억원이다.
 인천공항공사는 2002년 7월 민간투자업체인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와 2020년 12월까지 골프장을 운영하기로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는 약 1500억원 정도를 들여 골프장을 건설한 뒤 2005년 8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스카이72 하늘코스

 우선 스카이72 골프장의 조성 과정을 좀 알아 보자.
 처음 골프장을 조성할때 스카이72는 금융권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하지 못했다. 인천공항공사가 10% 지분을 참여한 뒤에야 PF를 일으켰다. 사실상 금융권은 인천공항공사의 신용도를 보고 대출을 해 준 셈이다.
 그런데 골프장이 조성되고 운영을 시작하자 감사원은 갑자기 “인천공항공사가 왜 골프장 지분을 갖고 있냐”며 지분 매각을 종용했다.
 이에 인천공항공사는 어쩔 수 없이 지분을 매각했다.
 국가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가 지분 참여를 하지 않았으면 아마 지금의 스카이72는 없었을 수도 있다.
 또한 스카이72 골프장 조성 문제로 특혜 시비가 불거진 적도 있다. 초대 인천공항공사 사장인 강동석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당시 골프장 개발을 담당했던 이상호 본부장과의 갈등이다. 결국 강 전 장관이 신임했던 이 본부장은 스카이 72 골프장 문제로 다투다 인천공항을 떠났다.
 스카이72 골프장은 인천공항공사가 제2여객터미널 진입도로를 건설하면서 골프장 부지를 침해했다며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80여억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스카이72 하늘코스가 인천공항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

 스카이72 골프장은 국내 최대 규모로, 매출도 역시 최대이다. 2005년 132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는 748억원을 기록했다. 15년 동안 전체 매출은 9566억원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골프여행객들이 국내로 몰려 매출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매출까지 합할 경우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2004년 410억, 2005년 445억원 적자 이후 2006년 130억원 흑자를 시작으로 2019년 79억원 등 14년간 1973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2009년에는 240억원으로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스카이 72 골프클럽은 매년 인천국제공항공사 토지사용료를 내고 있다. 토지사용료는 2006년 57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 143억원까지 14년간 1240억원을 냈다. 이는 매출원가에 포함된다.
 당기순이익도 2006년부터 2019년까지 14년간 흑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004년 46억원, 2005년 10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뒤 2006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은 2006년 57억 흑자를 시작으로 2007년 131억, 2008년 135억, 2009년 168억, 2010년 151억, 2011년 145억, 2012년 124억, 2013년 98억, 2014년 87억, 2015년 115억, 2016년 115억, 2017년 101억, 2018년 125억, 2019년 14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골프장 조성 때인 2004년과 2005년 적자액을 빼더라도 14년간 흑자액만 1442억원이다.

 흑자경영에 따라 주주들도 배당금으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1년간 1006억원을 챙겨갔다. 주주들에게 돌아간 배당금은 2009년 76억, 2010년 120억, 2011년 100억, 2012년 100억원, 2013년 100억원, 2014년 76억원, 2015년 83억, 2016년 83억, 2017년 110억, 2018년 114억, 2019년 41억원이다.

인천공항 위성사진, 우측에 스카이72 골프장이 보인다.

 스카이 72 골프클럽은 인천공항에 있는 민간개발업체 중 돈을 매우 많이 번 업체로 손꼽힌다. 국가 땅을 임대받아 엄청난 이득을 챙긴 셈이다.
 인천공항에 있는 민자개발업체들은 지금까지 정부와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모든 시설을 국가로 귀속했다.

 대표적인 것이 대한항공의 항공기 급유시설이다. 대한항공은 1038억원을 들여 급유시설 건설, 2001년부터 2012년부터 11년동안 무상 운영하다 국가에 기부채납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정부로부터 급유시설을 인수, 운영하고 있다. 인천공항에는 대한항공 제1·2 화물터미널과 기내식시설, 아시아나항공 화물터미널, 외항사 화물터미널 등 정부의 민자시설이 14개 있다. 이 시설들은 무상사용기간이 끝나면 국가로 귀속된다 
 또한 인천공항공사와 계약한 민자시설도 수두룩하다. 국제업무지역(IBC-I)에는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와 그랜드 하얏트호텔, 오피스텔, 쇼핑몰인 에어조이 등이 있으며, 이 시설들도 30∼50년의 사용기간이 끝나면 인천공항공사에 시설을 반납하거나 원상복구해야 한다.
 이는 인천공항 전체 토지가 개인 소유가 아닌 국가 땅이기 때문이다. 스카이72 골프장도 국가 소유 토지로, 인천공항공사와 2020년 12월까지 계약한 것이다.

 ‘황금알을 낳은 거위’인 스카이72 골프장이 계약이 끝났는데도 계약을 종료하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연장한다면 곧바로 특혜 의혹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인천공항공사는 특혜 시비에 휘말리고, 이를 감당할 수가 없다.
  그래서 ‘원칙’을 내 세운 것이다. 스카이 골프장 72홀 중 바다코스인 54홀이 제5활주로 부지로 언제 착공될지 모른다. 인천공항공사는 하늘코스와 바다코스 72홀을 공동발주할 방침이다. 다만 인천공항 건설과 운영을 위해서는 골프장을 폐쇄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을 예정이다.
 스크이72 골프장은 회원권이 아닌 대중골프장이지만 다른 골프장에 비해 그린피가 비싸 ‘황제 골프장’이란 비판도 받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번 스카이72 골프장 입찰에서 ‘최고가’입찰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스카이72 골프장 그린피는 현재보다 더 비싸질 수도 있다.
 그러면 현재 운영자인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와 다를 바 없다.
 공공시설에 있는 만큼 사업자의 이윤보다 공공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번 입찰에서 선정된 새 운영자는 지역주민과 인천공항 환승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그린피 인상을 제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 스카이72 운영자는 계약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스카이72 골프장 관계자는 “민법상 임차인은 계약이 만료되면 계약 연장을 요구하는 계약갱신권과 지상물에 대한 매수 청구권이 있다”며 “인천공항공사가 계약 연장을 거부하면 법적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가 입찰을 통해 스카이72 골프장 운영을 포기하게 한다면 지상물과 유익비 등 배상금으로 최대 1800억원을 물어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 운영자는 인천공항 남측 유수지 경정장 인근에 네스트 호텔도 운영하고 있다.

 스카이72 골프장 중 하늘코스가 있는 신불도는 인천공항 건설을 위해 토석을 공급하던 채석장이었다. 바다코스가 있는 제5활주로 부지는 매립지로 염생식물만 무성해 버려진 곳이었다. 스카이72 골프장 조성때만 해도 “언제 2020년 계약 종료 시점이 올까”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왔다. 이제 6개월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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