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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대한민국 1%를 위한 전용통로 생겼다(?)

by terryus 2015. 3. 20.

 인천공항에 23일부터 80세 이상 노인과 만 7세 이하 어린이, 임산부 등이 출국장에서 줄을 서지 않고 간편하게 출국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탈 수 있는‘전용출국장(Fast Track)’이 운영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시범 운영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01년 개항 이후 패스트 트랙 설치를 수없이 검토했다가 여론의 눈치를 보다 미뤄왔다.
 그런데 10여년만에 패스트 트랙이 설치, 운영되는 것이다.
 장애인과 어린이, 고령자, 임산부, 항공사의 병약 승객 등 교통약자를 위한 패스트 트랙으로만 이용되다면 정말 인천공항은 최고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칭찬받을 것이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은 피크시간때에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패스트 트랙은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3층의 4개 출국장에서 보안검색과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소의 출국심사를 간편하게 받아 항공기에 탑승할 수 있다. 이 곳을 이용하면 3∼5분이면 출국수속이 끝난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패스트 트랙을 운영하는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최근 여객터미널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피크 시간때면 교통약자들까지 길게 줄을 서야 돼 불만을 해소하려는 의도가 있다. 또한 피크 시간때 여객 분산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로서는 이 같은 명분과 서비스 극대화를 위해 10여간 미뤘던 체증을 해소했다.
 국민들이 패스트 트랙 설치를 반대했던 것은 이유는 간단하다.
 ‘인천공항에서 유전무죄, 무죄유죄’ 논란과 ‘1%를 위한 전용 출국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공항들이 교통약자을 위한 패스트 트랙을 운영한다는 말은 못 들었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3층 전경

 전면에 내세우는 명분은 교통약자지만 본질로 들어가면 결국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이 버티고 있다.
 인천공항도 예외가 아니다. 전 세계 어느 공항에서나 있는 ‘총대’는 인천공항에도 여전히 있다.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을 뿐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소위 총대는 모두 드러난다.
 인천공항에는 이미 기업인들을 위해 MB가 설치한 CIP 라운지가 있고, 여기서 기업인들의 출입국을 돕고 있다.
 여기에 패스트 트랙까지 설치됐으니 소위 권력과 재산이 있는 기업인들은 특권의식을 갖고 일반인들처럼 줄을 서는 것 자체를 꺼릴 수도 있다. 국회의원들이 인천공항에서 누리는 특권의식을 다 버린다고 했지만 이를 지키는 국회의원은 거의 없다. 말과 여론의 눈치를 보는 그때 뿐이다.
 패스트 트랙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운영하지만 출국심사는 법무부가 한다. 법무부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래서인지 법무부는 자신들을 돕는 기업인들에게 출입국 우대카드를 발행해 줬다. 손발이 잘 맞는다. 법무부는 범죄피해자 지원 우수기업이나 외국이투자자, APEC 경제인에게 출입국 우대카드를 발급해 줬고, 이 때다 싶어 정부의 10개 기관도 기업인 등에게 출입국 특혜를 주고 있다. 노동부는 고용창출우수기업 종사자,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은 출소자 고용 우수기업, 여성가족부는 가족친화인증기업 종사자, 동반성장위원회는 동반성장 우수기업 종사자, 금융감독원은 외국인 금융투자자, 국토부는 우수 기업인(CIP), 관세청은 종합인증우수업체, 국세청은 모범납세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외국인투자가에게 카드를 발급했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출국장 

 아마도 이들은 대한민국의 1%에 해당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외국처럼 줄을 서지 않고 간편·신속하게 이용하는데 따른 패스트 트랙 ‘급행료’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이 원칙이 언제까지 지켜질지 모른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패스트 트랙을 이용하는데 350달러, 네덜란드 스키폴공항은 119 유로를 받고 있다. 태국 수완나품, 일본 나리타, 영국 히드로, 홍콩 첵랍콕도 급행료를 받거나, 퍼스트와 비스니스 클래스 승객들만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인천공항도 향후 수익사업으로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패스트 트랙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부터 패스트 트랙 시범운영한 결과, 하루 평균 79명이 이용했고, 94%가 교통약자(유소년 68%, 장애인 12%, 항공사병약 승객 5%, 고령자 5%)라고 설명했다. 기업인 등 출입국 우대카드 소지자는 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6%’가 대한민국 1%라는 것을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패스트 트랙 서비스 이용대상자

*패스트 트랙 출입국 우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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