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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1700억짜리 왕산마리나 언제 문 여나?

by terryus 2015. 8. 12.

 인천공항 북측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끝자락에 왕산이란 높지 않은 산이 있다. 정상부에는 군부대가 주둔해 있다. 산 둘레에는 중턱을 깎아 지은 집들이 수두룩 하다. 대부분 용유·무의도 개발 과저에서 보상을 받으려고 지은 집들이다.
 왕산에는 왕산해수욕장과 횟집들이 즐비하다. 최근에는 캠핑차량들도 많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왕산해수욕장에는 피서객들로 붐빈다. 바로 옆 새로 깔은 아스팔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왕산마리나가 있다. 왕산마리나는 1700억원을 들여 조성했지만 준공이 안돼 텅텅 비어 있다.

                                                                                               요트와 보트를 댈 수 있는 왕산마리나가 준공이 안돼 텅 비어 있다

 왕산마리나는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도 없다. 바리게이트와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다. 문 앞에는 경비원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철문 쇠창살 너머로는 파란 쪽빛 바다가 펼쳐져 있다.

 영종도를 비롯해 서해안의 조수간만의 차는 최대 9m 이지만 마리나시설이 있는 왕산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거의 없고, 수심도 깊다. 이 때문에 인천국제공항공사에는 왕산에 대형 항만시설을 건설해 크루즈과 중국 여객선을 접안시켜 인천공항과 환승시킬려는 계획도 세웠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물거품됐다.
 왕산마리나에는 요트와 보트를 해상에 266척, 육상에 34척 등 모두 300대를 접안 시킬 수 있는 계류시설이 있다. 자동차를 세워둘 수 있는  주차장 같은 곳이다. 또한 선박주유소(경유 3만·휘발유 2만ℓ)와 보트 수리소, 사무실, 등대 등도 갖춰져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요트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용유도 주민들은 “휴가철 바다에서 보트를 타는 피서객들로 넘쳐나야 하는데 막대한 돈을 들여 만든 시설이 문도 못 열고 있어 한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왕산마리나는 대한항공이 전액 출자한 (주)왕산레저개발이 개발했다. 이 회사 대표이사는 ‘땅콩 회항’의 주인공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었다. 이 회사는 2012년부터 2년 동안 바다를 매립해 16만3004㎡(매립부지 9만8604㎡, 해상수역 6만4400㎡)에 마리나시설을 건설했다.
 이 시설은 당초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전인 지난해 7월 완공하려 했다. 하지만 올 5월로 준공이 연기됐다. 한 관계자는 “인천경제청이 조성한 진입도로가 아시안게임 개막 10일전에 완공돼 하마터면 아시안게임을 못 치를 뻔 했다”고 말했다.

                                                                                                                                                                   왕산마리나 전경

 이젠 언제 문을 열지 모르는 상황이 돼 버렸다. 인천시가 지난 3월 감사에서 인천경제청이 (주)왕산레저개발에 국·시 167억원을 지원한 것은 불법이라며 지원금 회수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시아경기대회지원법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대회 관련 시설의 신축 및 개·보수 비용을 지원할 수 있지만 민간투자로 유치되는 시설에 대해서는 지원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마리나시설 준공에 앞서 지원금을 환수하거나 소유권 확보를 주문했다.
 대한항공은 “터무니 없다”는 입장이다. 2011년 송영길 인천시장과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협약서를 체결한 이후 지원해 놓고 이제와서 불법이라고 돌려달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측은 “적법절차에 따라 받은 자금을 반환하라고 한다면 누가 인천시 행정을 믿고 투자하겠냐”며 “인천시는 이 시설에 대해 준공전 임시 사용승인을 받아 아시안게임 때 공짜로 쓴 만큼 빨리 준공처리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또 “167억원을 받으려면 반환 소송을 제기하면 될텐데, 준공을 미끼로 협상을 벌이는 모습은 좋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인천시와는 계속해서 협상을 벌이겠다며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마리나시설에 대해 인천경제청이 준공허가를 내 주면 2단계로 호텔과 상업시설 등을 지을 계획이다.

                                                                                                                                                                   텅빈 왕산마리나

 막상 돈을 지원해 준 인천경제청은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인천시가 아시안게임을 위해 먼저 대한항공에 왕산마리나 개발을 요청했고, 협약서대로 지원했는데 지금와서 감사에서 불법이라고 규정해 돌려 받으라고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인천시 감사는 ‘표적감사’라는 말이 많았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취임한 뒤 ‘본보기’로 인천경제청에 대해 전반적인 감사를 벌였고, 이 중 왕산마리나에 불법 지원한 것을 밝혀냈다,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낸 셈이기도 하다. 지금와서는 자승자박이라는 표현도 한다

 특히 왕산마리나 지원금은 인천시가 전액 지원한 것이 아니다. 167억원 중 50억원은 문화부 돈이다. 문화부가 각종 심사 등 절차를 거쳐 지원한 국비가 잘못 지원한 것을 인천시가 불법이라고 지적한 셈이 됐다. 당연히 법을 위반했으면 반환 받아야 하고, 관련 공무원들은 문책해야 한다. 그런데 인천시가 감사를 해 놓고도 지금껏 행정행위를 한 것은 별로 없다. 일부에서는 인천시가 소송을 진행해도 모두 패소할 것이란 분석도 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앵무새 같은 소리만 반복하고 있다. “감사 처분대로 지원금을 회수하기 위해 협의 중에 있다. 왕산마리나의 연말 준공을 위해 개발계획변경 등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대한항공이 지원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그때가서 판단하겠다. 소송 등을 아직까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등이다.
 인천시와 대한항공이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대립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1700억원이 투입된 마리나 시설은 문도 못 열고 방치돼 있다. 용유도의 한 주민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활성화는 왕산마리나 문제를 빨리 해결해 문을 여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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