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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인천공항, 관세청에 ‘판정승’

by terryus 2017. 2. 5.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입점할 면세사업자 선정을 놓고 대립했던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관세청의 싸움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판정승했다.

 정부기관인 관세청은 시행되지도 않은 시장지배적 추정사업자에 대한 감점제도가 포함된 관세법 일부 개정안으로 인천공항을 압박했다가 체면만 구겼다.

                                                                                                      오는 10월 개장을 앞두고 한창 공사중인 제2여객터미널

 여기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최씨가 관세청 고위직 인사 개입설까지 나와 관세청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입점할 면세사업자 선정방식을 놓고 관세청과 대립하던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월1일 갑자기 입찰공고를 냈다.

 관세청과는 한 마디 사전 협의도 없었다.  입찰 내용은 제2여객터미널에 입주할 면세사업자 대기업 3곳, 중소·중견기업 3곳을 모집하고, 사업자 선정은 사업수행능력 60%와 가격 40%로 인천공항공사가 직접 뽑는다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는 3월말까지 제안서 접수를 마감하고 4월 제안서 평가와 사업자를 선정, 계약체결을 완료할 예정이다. 또한 선정된 사업자는 10월 제2여객터미널 개장에 맞춰 매장공사와 영업준비를 마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는 관세청이나 상급기관인 국토교부 등과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입찰공고를 내는 초강수를 뒀다. 인천공항공사에 뒤통수를 맞은 관세청은 곧바로 대책회의를 연 뒤 인천공항공사가 선정하더라도 이는 원천무효이기 때문에 특허심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공식적인 발표는 하지 않았다.

 정부 정책을 어겼는데도 제재도 못한 것은 물론 상급기관인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부처 싸움으로 번질 것을 우려해 보도자료로 내지 못했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1층 중앙 밀레니엄 홀 연못에 동전들이 쌓여 있다
 이틀 뒤인 지난 2월3일 관세청은 ‘관세청·인천공항공사,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 사업자 선정방식 합의, 인천공항공사 입찰 및 관세청 특허심사 결과를 균형있게 반영하여 사업자 선정’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인천공항공사가 초강수를 두자 기재부와 국토부, 관세청, 인천공항공사 등 관련기관 4곳은 다음날 정부 조정회의를 열어 인천공항공사가 먼저 입찰을 통해 복수 사업자를 선정하면 관세청 특허심사위원회에서 최종 선정하기로 한 것이다.
 관세청의 특허심사에 인천공항공사의 평가 결과를 50%(특허심사 1000점 만점 중 500점을 입찰평가에서 반영)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인천공항공사가 면세 사업자를 선정하며, 기존처럼 형식적인 추인만 해 주겠다는 것이다. 관세청이 직접 선정하겠다는 방침을 사실상 철회하면서도 면피성 자료를 낸 셈이다.
 관세청이 공·항만에 입점할 면세 사업자를 직접 선정하겠다는 근거는 관세법 일부 개정법률(안)이다. 관세청은 당초 이 개정법률(안)은 2월 3일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법 일부개정안에는 시장 지배적 면세사업자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받으면 5년간 참여를 제한하거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되는 사업자는 특허심사에서 감점을 주도록 하고 있다.

                                                                                                                                                 하늘에서 본 인천공항

  그러나 이 개정법률(안)은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중요 규제로 분류됐고, 민간위원회에서 타당성 여부에 대한 심의를 거쳐야 돼 시행 여부도 불투명하다. 또한 면세점업계에서도 강력 반발하고 있어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하더라도 언제 시행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인천공항공사는 관세청이 내세운 논리가 빈약하고, 개정법률(안) 시행도 불투명하자 입찰공고를 강행해 버린 것이다. 또한 입찰공고를 내고 관세청과 소송전을 벌이더라도 명분싸움에서 얼마든지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치밀한 계산도 깔려있다.
 기관 다툼으로 면세점을 선정하지 못해 면세점 없는 제2여객터미널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정부는 물론 국민들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이번 면세점 사업자 선정 문제로 씻지 못할 치명타를 입었다. 정부기관이 법을 무기로 국토부 산하 공기업과 전쟁을 치렀지만 패배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정 농단’ 최순실이 인천본부세관장 등 관세청 고위직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대섭 인천세관장이 최순실의 개입으로 인천세관장이 됐다는 것이다. 김 세관장은 최근 명퇴했다. 인사 청탁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지는 모른다.

 그런데 ‘오비이락(烏飛梨落·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처럼 김 세관장이 그만둔 이유가 인천공항에서 최순실 등을 의전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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