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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인천공항서 ‘비명횡사’한 애완견은 누구 책임?

by terryus 2017. 1. 3.

 여객기 화물칸 애완견 케이지에 갇혀 있던 애완견 한 마리가 탈출해 사살된 것에 대해 인천공항이 떠들석하다.
 애완견 주인은 피해보상금을 거부하고 가족처렴 여기던 애완견을 잃었다며 항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한다.
 항공사는 피해보상을 해 준 뒤 관리 소홀 책임을 지상조업사에 물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상조업사는 애완견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애완견 케이지를 밖에서 테이핑까지 했는데, 애완견이 탈출한 것은 애완견 케이지가 부실했기 때문이라며 애완견 주인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새해 인천공항 일출

 아무 잘못도 없는 한국 토종 견인 애완견만 ‘비명횡사(非命橫死·뜻밖의 재앙이나 사고 등으로 제 수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음)’ 한 셈이 됐다.
 지난 12월 19일 오후 9시25분쯤 인천공항에서 태국 방콕으로 출발하려는 타이항공 여객기 화물칸에서 태국인 묵다 윙존씨(46·여)의 애완견 ‘라이언(4살)’이 애완견 케이지를 탈출했다. 라이언은 비행기 주기장인 계류장을 마구 뛰어다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인천국제공항공사 야생조수관리팀은 라이언이 활주로로 들어가면 비행기 이·착륙 등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새총을 잡는 산타총을 발사해 사살했다. 산탄총은 총알이 나가면서 퍼지는 특징이 있다.
 당시 화물칸에는 라이언 이외에도 묵다씨의 애완견 2마리가 더 있었다. 다른 2마리는 애완견 케이지에서 탈출하지 않았다. 라이언은 항공기 엔진 소리에 놀라 안절부절 못하고 케이지를 뛰쳐 나온 것이다.
 타이항공은 라이언이 죽자 피해보상금으로 1만바트(현금 33만원)를 묵다씨에게 제안했다. 타이항공 인천공항점은 모든 협상을 태국 본사에서 하고 있으며, 자신들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탑승객이 돈을 내고 항공기를 타고 간 만큼 항공사가 보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타이항공은 묵다씨와 피해보상을 마무리한 뒤 지상조업사에 관리 소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타이항공은 또 인천공항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태국에서는 공항에서 애완견이 탈출해도 사살하지 않고 생포하는데 인천공항은 생포하려고 시도도 하지 않고 사살한 것은 이해가 안간다는 말했다.
 지상조업사인 한진그룹 산하 한국공항(주)는 자신들은 전혀 책임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각 항공사들은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하면 기내 청소와 수하물 탑재, 연료 보충 등 다음 비행을 위해 지상조업사와 용역계약을 맺는다. 타이항공은 한국공항과 계약했다.
 한국공항측은 “라이언이 갇혀 있는 애완견 케이지는 잘 잠궜고, 탈출 예방을 위해 밖에서 테이핑까지 했다”며 “라이언이 탈출한 것은 애완견 케이지가 부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공항측은 열린 애완견 케이지의 문이 안쪽에서 열렸다며 사진까지 제시하고 있다.
 가장 실망한 사람은 묵다씨이다. 묵다씨는 한국에 온 지 21년 됐다. 결혼도 했다. 사는 곳은 비좁은 빌라이다. 묵다씨는 빌라에서 사살된 라이온 등 애완견 3마리를 키웠다. 묵다씨는 좁은 집에서 라이언 등이 뛰어놀 수 없자 마당이 넓은 태국 언니네 집에서 키우라며 애완견 3마리를 친구에게 부탁해 이날 타이항공에 태운 것이다.

 
 라이언이 탈출한 애완견 케이지

 묵다씨는 타이항공으로부터 라이언이 죽었다는 연락이 오자 인천공항에 가서 박스에 든 사체를 갖고와 장례까지 치러주고 땅속에 묻어 줬다. 묵다씨는 라이언은 차갑게 식어 박스 속에 다리가 꼬여 숨져 있었다며 노령이나 병으로 죽었으면 괜찮았을텐데 총에 맞아 고통스럽게 죽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묵다씨는 타이항공에서 제안한 피해보상금을 받지 않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공항에서는 가끔식 애완견이 사살되는데 너무 과민반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요즘 애완견은 재물이 아닌 가족이 돼버렸다. 사살된 라이언에 대해 피해보상은 재물손괴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가족을 잃은 애완견 주인에 대한 위로와 사죄차원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소송이 진행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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