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장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인천공항 안팎에서 힘이 실리고 있다.
‘제2 개항’을 위한 완벽한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평창동계올림픽(2018년 2월9일∼2월25일)을 위해 섣불리 개장했다가 사고라도 나면 세계 서비스 평가 12연패 등 그동안 쌓은 금자탑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현 여객터미널에서 북측으로 직선거리 2,5㎞ 제2여객터미널를 짓고 있다. 6월말 기준 공정률 97%이며, 9월 말 준공 예정이다. 현재 여객터미널과 탑승과는 모든 시스템이 연결돼 있지만 제2여객터미널은 완전 별개의 독립된 여객터미널이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모습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준공에 앞서 제2여객터미널에 설치된 각종 시스템에 대한 계통·연동시험을 하고 있다. 7월에는 가상 여객 800명을 동원해 1차 종합시운전을 하고, 9월에는 항공기를 투입해 실전처럼 시범운영 할 계획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9월 말 종합시운전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협의해 제2여객터미널 개장 시기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계획상 제2여객터미널은 2018년 6월 개장하려 했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전에 개장을 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올초만 하더라도 제2여객터미널을 10월 말 개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슬그머니 연말로 미뤄진 상태이다. 최근에는 내년 초 개항설 얘기도 나온다. 이는 제2여객터미널 개장 준비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관제탑 모습
제2여객터미널 개장 시기가 자꾸 바뀌는 것은 정치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인천공항 3단계 건설사업으로 진행된 제2여객터미널은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낙하산으로 사장이 3명이나 바뀌었다. 현재 한국관광공사 사장인 정창수 전 사장은 3년 임기 중 9개월(2013년 6월부터 2014년 3월)을 근무했다. 정 사장은 인천공항 사장을 그만둔 뒤 당시 새누리당 강원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다. 정 사장은 강원도지사에 출마하면서 제2여객터미널을 평창올림픽 개최 이전에 개장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선거를 염두에 두고 정 사장이 강원도민들에게 선물을 준 것이다. 박완수 국회의원은 16개월(2014년 4월부터 2015년 12월) 근무했다. 창원시장을 역임했던 박 전 사장은 지방 승객들이 인천공항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KTX 광명역에서 인천공항을 운행하는 셔틀버스 운행에 전력했다.
국토교통부 출신인 현재의 정일영 사장은 항공·공항전문가로 지난해 2월부터 근무하고 있다.
사장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직원들은 ‘일할 맛 안 난다’며 사기가 저하되는 등 불만을 제기했다. 제2여객터미널에 건설에 대한 관심도와 사업의 연속성도 떨어졌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3층 체크인 카운터 모습
이 때문에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은 개장을 해도 한쪽에는 항공기가 접안돼 공항 이용객이 이용하고, 다른 한 쪽은 추가 확장공사를 벌여야 한다.
이는 현재 18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제2여객터미널을 추가로 28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 수요에 맞게 적기에 확장 공사를 해야 했지만 사장이 자주 바뀌다 보니 때를 놓쳐 버린 것이다.
최저가 입찰에 따른 공정률도 더디다. 최근 건설 노동자들은 주말과 휴일은 쉰다. 평일에도 오후 6시만 되면 모두 퇴근한다. 밤샘 작업은 엄두도 못 낸다. 건설업체들은 최저가 때문에 추가 인력 투입은 고려하지도 않는다. 공정률 맞추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2001년 인천공항에는 ‘완벽한 개항’에 대한 일념으로 공기 단축과 밤샘 근무가 허다했지만 이젠 세월이 바뀐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요즘 인천공항은 비정규직인 아웃소싱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로 매우 시끄럽다. 지난달 12일 문재인 대통령의 첫 현장순시 때 정 사장이 “연말까지 아웃소싱 노동자 1만 명 전원을 정규직화 하겠다”고 밝혀 제2여객터미널 개장 보다는 정규직화에 모든 역량이 집중되고 있다. 정 사장이 팀장인 일자리 창출 T/F팀을 만들고, 50여개 노조 대표와 직원 대표들을 연쇄 접촉하고 정규직화 방안 등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정규직화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하루 하루가 ‘살얼음 판’이다.
제2여객터미널을 겨울철에 개장할 경우 현 여객터미널과 탑승동에서 각종 첨단장비를 밤샘 작업으로 옮겨야 하는데 폭설이라도 내리면 인천공항 전체가 마비될 수도 있다. 세계 주요 공항들도 이같은 문제 때문에 겨울에 개항하지 않고 있다.
제2여객터미널은 대한항공과 에어프랑스, 네덜란드 KLM 항공, 미국의 델타항공 등 스카이팀 주요 항공사가 입주한다. 대한항공이 주도하고 있는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은 20개 항공사가 회원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스카이팀의 다른 항공사들도 환승 편의 등을 위해 제2여객터미널 입주를 요구하고 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모습
특히 평창올림픽에 맞춰 개장할 경우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 등으로 나뉘면 홍보와 안내 인력도 추가 배치돼 경제성이 떨어지고, 국민들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제2여객터미널에 대한 홍보가 안 돼 여객과 환영·환송객들이 만나지 못하는 등 혼란이 우려된다.
평창올림픽 전·후 두 달간 한국에는 25만 명 정도가 방문할 예정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로 중국 관광객이 줄어든 만큼 현재의 여객터미널에서도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에 이용객이 많아 혼잡할 경우 평창 인근의 강원 양양공항과 청주공항을 이용해도 된다. 굳이 제2여객터미널 개장을 평창올림픽에 맞출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분위기도 무르익지 않고 있다. 제2여객터미널 개장은 사실상 인천공항의 제2 개항에 해당된다. 그러나 인천공항에는 제2여객터미널 개장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없다. 차분하다.
2001년 개항한 인천공항은 개항전에 1년 넘도록 종합시운전을 거쳤다. 시운전을 반복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보완이 됐다. 2000년 하반기 인천공항 개항 날짜를 3월 29일로 잡은 뒤에도 하자가 계속 발생해 한 때 개항 연기론까지 있었다.
항공기 탑승구에서 바라본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관제탑 모습
현재 제2여객터미널의 부실 시공이나 시스템 결함 등이 뚜렷하게 드러난 것은 아직 없다. 그러나 개장을 앞두고 불거질 수도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도 제4여객터미널을 지난해말 개항하려다 지난 3월에서 오는 9월로 여러 차례 개장을 연기했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임·직원들은 “급할 것도 없고, 무리할 것도 없고, 평창올림픽은 현재의 여객터미널에서 처리해도 된다”며 “시간에 쫓기다가 졸속 개장해 만일 사고라도 발생하면 그동안 쌓은 세계 서비스 평가 12연패라는 공든 탑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보다 완벽한 개장을 위해서는 종합시운전 결과에 따른 보완책 마련과 시스템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관습화, 기계 안정화 등을 위해서는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 등 정부는 평창올림픽 개최 전 제2여객터미널 개장을 고집하고 있어 언제 개장할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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