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개인 블로그까지 재갈 물리려는 인천국제공항공사

by terryus 2014. 1. 10.

 ‘박기자(경향신문 박준철)의 에어포트 통신’이 이제 인천공항에 흘러다니는 맛나는 얘기들을 쓰지 못할 지경이다.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이 글보다 앞서 쓴 ‘의혹만 커가는 인천공항 입찰’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도 있다는 통보를 해 왔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주변에서 흘러다니는 소문으로, ‘사실(fact)’가 있었다면 벌써 기사화했을 내용이다. 하지만 정확한 팩트를 잡지 못해 기사를 못쓰고 개인 블로그에 올린 것인데, 이를 고소하겠단다.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정창수 사장은 내부 법무팀에서 판단까지 받았단다. 기사화가 안 돼 언론중재위에는 제소하지 못하고 기자가 쓴 것이기 때문에 개인을 상대로 고소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항공사 법무팀에는 변호사가 있다.
 인천공항 3단계 건설과 관련, 잘못된 소문이 안 나도록 더욱 공정하고 철저한 입찰을 진행해야 할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등은 이런 소문 자체도 듣고 싶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박기자의 에어포트’ 블로그에 인천공항의 성과나 잘한 사안들이 올라왔을 때는 한마디도 안하다가, 거북한 글에는 귀를 막는 것도 모자라 아예 싹을 잘라 버리겠다는 것이다.
 ‘박기자의 에어포트’는 하루 평균 200∼300명이 방문한다. 한 달에 2∼3번 글을 올린다. 이런 블로그 운영자를 고소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차관을 역임하고 한국의 관문에다 동북아의 허브공항인 인천공항을 운영하는 CEO인 정창수 사장의 신념이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제2여객터미널 입찰 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이번 블로그 글에 대해 공항공사 담당 임원은 “사실이 아닌데 배를 갈라 보여줄 수도 없어 안타깝다”고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설계도 유출 의혹 등이 다 밝혀질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다는 것만 되풀이될 것이다. 사법기관이 수사에 나서 공항공사나 설계업체에 압수수색을 하면 외부에 알려지게 되고, 사법기관에 불려다니다 보면 인천공항 3단계 공사는 2017년말 준공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최근 언론에는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오는 6·4 지방선거에 강원도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 사장은 강원도 출신이다. 2017년말까지 3단계가 건설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 정창수 사장의 고향인 강원도에서 세계적인 축제가 열리는 만큼 인천공항도 기여를 해야 한다.
 이번 블로그와 관련해 정사장에게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다. 그동안 정창수 사장을 비롯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나 블로그 글이 있으면, 수정해 달라고 하거나 아예 삭제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나도 인천공항을 아끼는 만큼 수용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받아들이곤 했다.

                                                                                                                                                                                      인천공항 3층 출국장

 그런데 이번 블로그 내용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수정해 달라거나 빼달라는 요청을 한 적이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여전히 ‘갑(甲)질’을 하고 있다. 기자를 고소하겠다면서 제2여객터미널 설계업체 사장을 불러 대신 항의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항공사 담당임원은 정 사장에게 설계업체 사장이 9일 기자를 만나 항의했다는 있지도 않은 허위사실까지 보고했다. 자신들은 블로그에 댓글 등을 달아 반박하거나 기자에게 항의하지 않고 힘없는 설계업체를 대신 내세우려 한 것이다. 그동안 ‘갑’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을’인 용역업체에 하듯 이번에도 그런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박기자의 에어포트’를 고소하면 언젠가는 폐쇄될 수도 있다.
 내가 공항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인천공항 개항 전부터 출입해 15년간 지켜본 담당 기자로서 다양한 인천공항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서다. 이 블로그의 내용들은 향후 책으로 출간할 계획도 있다. 훈훈한 내용도 좋지만 때로는 발전을 위한 채찍질도 필요하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데, 먹어보지도 않고 내다버리려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태도가 실망스럽다.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