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체가 없는 가상통화(비트코인)을 팔아 전 세계 어디서든 현금으로 바꿔 사용할 수 있는 금괴를 갖고 나가는 것을 알면서도 잡을 수 없었다. 눈 앞에 금괴를 운반하는 지게꾼에 대해 수갑도 못 채우고, 국부(금괴)를 유출하는데도 눈 뜨고 당하고 있다.”
인천본부세관이 지난달 일본인 20∼30대 금괴 운반책 4명을 ‘혐의 없음’ 처분하고 풀어 줬다.
일본인 ㄱ씨(25)와 ㄴ씨(33) 등 2명은 지난 1월 25일 오후 3시20분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금괴 1㎏ 짜리 38개(시가 23억 원)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출국하려다 X-레이 검색에서 보안검색요원에게 적발됐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이에 앞서 지난 24일 오후 6시쯤에도 일본인 ㄷ씨(24)등 2명도 금괴 1㎏ 짜리 30개(18억 원)을 갖고 나가려다 붙잡혔다.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들이 이틀간 X-레이 검색을 통해 금괴를 갖고 나가려던 일본인 4명을 붙잡아 인천세관에 인계한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일본인이 이처럼 많은 금괴를 갖고 나가다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인천세관은 금괴 밀반출 사건으로 보고 조사를 벌였지만‘혐의 없음’ 처분했다.
ㄱ씨 등은 한국 금거래소에서 금을 구입한 영수증과 인천공항 출국장에 있는 택스 리펀드(Tax Refund) 기계에서 부가세 10%를 환급 받는 등 정상적으로 밀반출 신고를 했다.
인천세관은 ㄱ씨 등에 대해 금괴의 자금 출처를 추궁했다. ㄱ씨 등은 가상통화인 비트코인을 한국에서 팔아 현금으로 송금받고 금괴를 구입, 출국하려 한 것으로 확인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계류장
또한 ㄱ씨 등을 더 추궁한 결과, “자신들의 비트코인이 아니고 일본에서 누군가 시켜 비트코인을 팔고, 금괴를 사서 일본으로 가져가는 중이었다”고 진술했다.
ㄱ씨 등이 금괴 운반책인 것은 알지만 인천세관은 처불할 수가 없다. 형체가 없는 가상화폐를 팔아 그 돈으로 금괴를 구매했다고 처불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히려 떳떳하게 반출신고까지 했다.
ㄱ씨 등은 거액의 현금으로 금괴를 구입해 금 거래소와 수수료를 챙기는 택스 리펀드회사에서 VIP 대접까지 받는 특혜를 누렸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
일본인들의 불법적인 거래는 없었지만 큰 시세 차익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당시 한국의 비트코인 가격이 일본보다 11% 비싸고, 금 시세는 일본이 3∼5% 비싼데다 일본인들은 출국할때 부가세 10%도 환급 받았다”고 말했다. 일본인들은 금괴를 갖고 자국에 입국할때 관세 3%만 내면 된다.
금괴 68개를 일본에서 되팔 경우 경비를 제외하더라도 10% 이상 4억 원이 남는다는 계산이다.
향후 가상통화를 국내에서 팔아 금괴로 바꿔 정상적으로 반출신고하고 출국할 경우 붙잡을 수 없다. 국부유출이 예상되는데도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게 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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