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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주인 누가될까?

by terryus 2015. 5. 31.

 공항에서의 항공사 배치는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 국적항공사(한국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들은 그 나라 공항에서 가장 좋은 길목에 위치한다. 그리고 국적 항공사들에겐 항공기 이·착륙 시간(SLOT)도 좋은 시간대 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적항공사가 한 곳만 있으면 좋겠지만 한국엔 두 곳이 있다(저가 항공사 제외). 여객과 화물 수송 등 규모에서는 다르지만 엄연한 국적항공사인 만큼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 공항에서의 항공사 배치도 형평성에 맞게 해 줘야 한다. 그러나 좋은 곳이 있으면 서로 차지하려고 경쟁을 벌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부작용도 나온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모형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2조2000억원을 들여 2017년말 운영할 제2여객터미널(T2, 연간 여객수송 1800만명)을 짓고 있다. 국적항공사들은 서로 T2에 입주하려고 경쟁을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최근 양 항공사에 T2 입주 타당성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자료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에서는 그동안 항공사 재배치 때마다 말들이 많았다. 2001년 개항 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연간 여객처리 3400만명)에 항공사를 배치할 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서로 동측을 차지하겠다고 다퉜다.

 여객터미널 길이가 1061m로 길고, 동측에는 귀빈실과 VIP 주차장이 있기 때문에 서로 동측을 원했다. 인천공항 귀빈실 3층에는 ‘더블도어(이중문)’가 있다. 대통령과  삼부요인들이 보안검색과 출입국심사 없이 유리문 두 개만 통과하면 바로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는 곳이다. 귀빈실에는 또 국회의원과 장·차관, 재벌 총수, 언론사 사장, 대학총장 등 소위 한국 사회에서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항공사들은 여객과 화물수송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VIP 인사들의 영접도 큰 업무이다. 때문에 각 항공사들은 VIP 인사들만 전문으로 영접하는 마스팀(의전팀)이 별도로 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조감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으로 불거진 것이 국토부 직원들의 좌석 업그레이드이다. 항공사들은 자신들에게 ‘갑’ 질을 하는 국토부 직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좌석을 업그레이드 해 준다. 불거진 것은 조족지혈일 테고, 사실상 이같은 것은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다.

  양 항공사가 인천공항 동측을 차지하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당시 양 항공사는 정부 등 정관계에 로비를 했다.
 성격이 굵직하기로 유명했던 인천국제공항공사 초대 강동성 사장도 항공사들의 이같은 로비에는  결국 굴복하고 맨 동쪽엔 대한항공, 그 다음은 아시아나 항공을 배정했다. 중앙과 서측은 외항사사 차지하는 웃지못할 촌근이 벌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천공항 2단계 사업으로 건설된 탑승동A(연간 1400만명)가 완공됐을 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서로 안가려고 해 외항사가 모두 탑승동A로 갔다. 서측과 중앙에 있던 외항사가 빠지자 아시아나항공은 서측이 싫다며 동측을 고집하다가 못내 서쪽으로 옮겼다. 그 대가는 공항공사에 서측에도 귀빈실을 만들어 주고, 아시아나항공 라운지를 확대, 이동해 줄 것을 요구했다. 공항공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2017년 말 운영될 T2 개장을 앞두고 또 항공사 재배치가 시작된 것이다. 3단계 건설사업을 시작하면서 공항공사 경영진들은 이번엔 먼저 T2에 입주할 항공사를 선정하려 했다가 못했다.  잘못 선정하고 구설수에 오르면 자신들이 먼저 옷 벗게 될 상황이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공항공사는 7월말까지 T2 에 입주할 항공사를 선정한 뒤 T1, 탑승동A 등도 연말까지 재배치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공항공사는 T2 선정 기준으로 늘상, 여객수송 규모, 허브화 기여도, 환승 편의, 운영 효율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여객 수송 규모만 차이가 있을 뿐, 적용 잣대는 똑같다. 누가 선정되더라고 상관이 없다. 다만 탈락한 항공사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당근’으로 무엇을 주는냐가 관건이다.
 양 항공사가 T2를 선호하는 것은 독립된 공간으로 전용터미널을 갖을 수 있기 때문이다. T1과 탑승동A는 여러 항공사가 나눠 쓰고 있지만 T2는 내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전용 임대를 할 수 있어 얼마든지 항공사의 취항에 맞게 꾸밀 수 있다.

 인천공항을 건설할때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지금의 교통센터에 대한항공 여객터미널을 짓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항공사로서는 자신들만의 여객터미널을 가질 수 있고, 수송 규모가 커지면 T2는 얼마든지 확장이 가능하다.

 또한 T2는 인천공항 고속도로 화물터미널IC에서 직접 연결가 만들어지고 있고, 공항철도 공사가 한창이다. T2 개장 초기에는 혼돈의 우려가 있지만 항공사로 최적인 셈이다.
 반면 공항공사는 T1은 BHS(수하물처리시스템)의 안전성과 그동안 운영한 경험상 아무런 문제가 없고, 공항 이용객 모두 그동안 T1를 이용해 T1이 좋다는 논리를 펴고 항공사들을 설득하고 있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과 탑승동A
 양 항공사 중 어느 항공사가 T2에 입주할지는 지금으로선 모른다.

  T2는 연간 여객 수송 능력이 1800만명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인천공항에서 1450만명을 수송했다. 대한항공이 혼자 입주하면 딱 맞는 규모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100만명을 처리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 동맹체인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항공사들과 함께 입주하겠고 한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등 12개 스타얼라이언스가 처리한 여객은 1500만명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미래를 보고 있는 셈이다.
 다음달 T2 입주 항공사가 선정되고 나면 항공사 배치작업이 본격화된다. 2018년부터는 재배치된 곳에서 여객들을 운송하게 된다. 어느 항공사가 T2에 입주하고, T1, 탑승동A의 주인이 누군가에 따라서 인천공항 면세점과 상업시설들의 매출도 확 달라진다. 항공사 재배치에 따라 인천공항 상권도 지각변동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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