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이 내년 개항 20주년을 앞두고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로 여객은 급감하고 최대 수익원인 면세점과 상업시설 임대료가 감면된데다 납부기간도 유예돼 올해 큰 폭의 적자가 예상된다. 여기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반목과 불신이 최고조에 달해 조직 문화도 망가져 가고 있다.
인천공항의 한 관계자는 “7월 한달 인천공항공사가 벌어들인 수익은 40억원 정도이고, 지출은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익이 거의 없어 은행에서 차입해 조달하고 있다”며 “인천공항 개항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공항 이용객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하루 평균 7000여명에 불과하다. 지난 7월 전체 이용객은 21만9092명으로, 지난해 601만2769명에 비해 96.5% 줄었다. 지난해 여름 휴가철 하루 이용객에도 못 미친다. 이용객이 없으니 제1·2여객터미널은 텅 비었다.
그래서 공항 종사자들은 “여객이 많아서인지, 그동안 인천공항이 이렇게 큰 줄 몰랐는데 이제서야 알게 됐다”며 우스갯소리도 하고 있다.
여객터미널 출입국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여객들 대신 목에 출입증을 단 상주직원이 훨씬 많다. 입국장은 하얀 방호복을 입은 각 지자체에서 파견된 공무원과 군인, 경찰들이 진을 치고 생활한지 오래됐다.
올 1월∼7월 누적 인천공항 이용객도 1099만357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3.7% 줄었다. 올 1월은 인천공항 이용객이 0.9% 증가한 반면 코로나 19가 본격화된 2월은 41.5%, 3월 89.6%, 4월 97.3%, 5월97.6%, 6월 97% 등 6개월째 곤두박질치200고 있다.
이용객이 없다보니 연쇄적으로 면세점과 상업시설도 텅 비어 문을 닫은 곳이 수두룩하다. 결국 정부와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점과 상업시설의 임대료를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50%, 중소기업은 75% 감면(3월∼8월) 해주고 납부도 연기해 줬다. 공항공사의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공사는 개항 후 3년만인 2004년부터 흑자를 기록하다, 17년 만인 올해 3240억원 정도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면세점과 상업시설에 대한 임대료 감면을 12월까지 연장할 것으로 보여 적자 폭은 4100억∼4200억원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인천공항공사는 2조7690억원 매출에 순익만 8905억원이었다. 2018년에는 2조6511억원에 순익은 1조1181억원이었다. 올해는 코로나19 직격탄으로 매출도 급감하고,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부터 추진된 ‘인천공항 비정규직 1만명의 정규직화’도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이미 제1자회사 인천공항시설관리(주)에 3800여명, 제2자회사 인천공항운영관리(주)에 2300명, 제3자회사 인천공항경비(주)에 3700여명을 전환, 배치했다. 이 중 인천공항공사는 공채를 통해 소방대 211명, 야생동물통제관리 30명을 채용했다.
나머지 보안검색요원 1902명만 남겨놓고 있다. 직고용을 위한 공채 과정에서 공항소방대 노동자 중 2017년 5월12일 정규직 선언 이전 입사자와 이후 입사자 등 45명과 야생동물통제 노동자 2명 등 47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고용불안을 위해 추진했던 정규직화로 인해 오히려 대량실직 사태가 발생한 셈이다. 탈락한 공항소방대 노동자들은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보안검색요원을 청원경찰로 신분을 바꿔 직고용하는 것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는 매주 수요일 국토교통부가 있는 세종시로 원정 집회를 하고 있는 등 반발도 거세다.
고용노동부는 21일 정규직화를 위해 사측과 전문가, 각 노조 등이 참여하는 ‘컨설팅단’을 구성, 한 달간 운영할 방침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의 기조는 흔들리지 않을 전망이어서 향후 논의 과정에서 진통도 예상된다.
개항 20년을 앞두고 인천공항에 대형 쓰나미가 몰려왔다. 지혜를 모아 현명하고 슬기롭게 대처해야 코로나19가 종식된 뒤 옛 영화를 누릴 수 있다. 잘못 대처하면 주변 경쟁공항과의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것은 물론 되돌릴 수 없는 나락으로 떨 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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