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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인천공항에 뿌리내린 낙하산 문화

by terryus 2021. 10. 24.

 정부 퇴직 관료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낙하산으로 임명되면 이를 본받듯,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자사 임원 출신들을 자회사 사장이나 본부장, 산하 재단 이사장으로 낙하산 임명하는 관행이 뿌리 내리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출신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못하듯, 자회사 출신들도 사장이나 임원을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조응천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남양주갑)은 2008년 완전자본잠식으로 감사원이 청산하라고 권고한 인천공항에너지(주)를 인수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그동안 인천국제공항공사 임원 출신들을 사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4단계 건설사업으로 건설되고 있는 제2여객터미널이 지어졌을때의 인천공항 전경

 1997년 인천공항에 전력과 열을 공급하기 위해 1915억원을 들여 ‘인천공항에너지’가 설립했다. 민간사업으로 설립된 인천공항에너지는 아시아나항공 35%, 현대중공업 31%, 인천국제공항공사 34%의 지분이다.

 그러나 매출원가의 80%를 차지하는 LNG 가격으로 적자가 누적돼 결국 청산 위기에 처했다. 결국 전기는 한전에서 공급받고, 열은 공항신도시에 공급해야 돼 청산은 못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부채 1400억원을 떠안은 조건으로 인천공항에너지를 인수했다.

 현재 지분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99%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정책 실패를 인정할 수 없다며 민자사업 유지를 목적으로 아시아나항공에 1%의 지분을 갖게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공항에너지가 차입한 1200억원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주고 있다.
 당초 인천공항에너지 사장은 주주들이 번갈아 했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수한 뒤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출신들이 사장을 독차지하고 있다. 2010년 정덕모 부사장을 시작으로 2013년 송정선, 2015년 김태성, 2017년 홍성각, 2020년 김종서 등이다. 모두들 인천국제공항공사 상임이사 출신이다. 또한 본부장급 임원 2개 자리도 2010년 이후 10명 중 9명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출신이다. 앞으로도 줄곧 인천국제공항공사 임원 출신이 임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늘에서 본 인천공항 전경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약 1억50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았던 이들은 인천공항에너지로 이직한 뒤에는 더 많은 보수를 받고 있다. 업무추진비를 제외하고 연봉과 성과급을 합쳐 평균 1억8000만원이 넘는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자사 퇴직 임원들에게 ‘인생 이모작’을 보장해 준 셈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과 약속한 비정규직 노동자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인천공항시설관리(주)와 인천공항운영관리(주), 인천공항경비(주) 등 3개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들 자회사 사장들은 모두 정치권과 연줄이 닿은 낙하산 사장이다. 각 자회사에는 2개의 본부장 자리가 있다. 자회사 3개의 본부장 6개 자리 중 5개 자리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임원 출신들이 꿰차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자회사 인력이 2000∼3000명에 달해 본부장 자리 1개씩을 더 늘릴려고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천공항공사가 인천지역에서 처음 설립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인 하늘고등학교를 운영하는 인천하늘교육재단의 사무처장도 2011년 개교부터 5명째 인천공항공사 퇴직 임원들이 대물림하고 있다. 초대 김동영(경영기획실장)을 비롯해 이동주(경영지원본부장), 이상규(건설본부장), 김영규(시설본부장)이다. 최근 퇴임한 임남수 부사장도 하늘교육재단 사무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과 탑승동, 재2여객터미널 전경

 하늘교육재단 이사장은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이 10년째 맡고 있다. 지 이사장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창립될때 비상임이사로 활동한 뒤 하늘교육재단 이사장까지, 20년째 인천공항과 연줄이 닿아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상주직원 자녀들이 다니는 인천공항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공항 꿈나무 재단의 이사장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임원 출신들이 맡고 있다. 초대 이사장은 이호진 부사장이, 현재는 최훈 전 항공보안실장이 맡고 있다.
 하늘교육재단 사무처장과 공항 꿈나무 재단 이사장의 연봉도 각각 1억원이 넘는다.
 인천공항에 낙하산 문화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큰 자리인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감사위원 자리를 낙하산으로 임명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자회사나 출연재단 등에 자사 출신들을 낙하산으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나 출연 재단에 자사 임원을 내려 보낼때 정부의 취업심사를 거친다. 그러나 취업심사는 형식이 된지 오래이다. 정부는 공모라는 형식은 거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모 절차도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사 적체가 심해 내부에서 불만이 팽배하고, 젊은 나이에 임원들이 퇴직해 일자리를 만들어 줘야 하다는 것이다.

  향후에는 자회사 사장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출신이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자회사 사장들은 인천공항 시스템을 너무 몰라 인천공항을 사랑하고 시스템을 잘 아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천공항에 낙하산은 이미 뿌리내렸고, 대물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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