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건설을 위해 골재와 흙을 제공하고, 장애구릉사업으로 172m에서 52m로 허리가 잘려나간 인천 중구 용유도 오성산이 12년째 방치되고 있다.
높이 47∼52m의 작은 언덕에 불과한 오성산 주변에는 주택이 들어서고 있지만, 여전시 정상에서는 인천공항 활주로와 여객터미널은 물론 무의도와 실미도 등 인천 섬등 서해 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인천공항과 용유도의 비경을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명소이다.
오성산 동측에는 공항전망대도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활주로 중심 반경 4㎞ 이내는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해 해발 52m 이상에 대해 고도제한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장애구릉사업을 벌여 오성산이 절토된 것이다.
2003년∼2009년까지 오성산을 깎아낸 돌과 흙은 인천공항 2단계 건설에 사용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장애구릉사업을 통해 손쉽게 골재와 흙을 확보해 공항 건설에 이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오성산 절토를 조건으로 도시근린공원을 조성하겠다며 인천시와 지역주민들에게 약속했지만 장애구릉사업이 끝난 이후 2021년까지, 12년째 흉물로 방치하고 있다.
오성산을 오르는 흙길은 누더기로 변했고, 길옆 쓰레기는 곳곳에 방치됐다. 산 정상에는 오성산 출입을 막는 펜스가 있다. 펜스 앞에는 ‘이곳은 인천국제공항공사 토지로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낡고 오래돼 글씨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산 둘레에는 나무가 무성하지만, 인천공항 건설을 위해 파헤쳤던 돌과 흙 등 시뻘건 흔적은 그대로 남아 흉물스럽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그동안 수차례 오성산 공원 조성계획을 내놨지만 물거품됐다. 2014년 절토된 오성산 88만214㎡에 870억원을 들여 관광형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흐지부지됐다.
또 지난해에는 오성산 보상비 730억원을 포함해 공원 조성비가 1000억원이 넘으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이를 피해가기 위해 2025년까지 260억원만 투입하기로 했다.
공원도 아무런 특색 없이 산책로와 수목원, 축구장, 야구장, 주차장 등을 만드는 게 전부이다.
오성산은 한때 인천경제자유구역에 포함돼 경마장과 자동차 레이스장 등으로 개발하려 했지만, 모두 백지화됐다. 그래서 경제자유구역에서도 제외됐다.
지금도 오성산을 국내 최대 반려견 놀이터나 골프장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인천공항 건설을 위해 장애구릉사업을 벌였던 신불도와 삼목도가 형체도 없이 사라져 골프장으로 바뀐것처럼 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이 어렵자 인천국제공항공사 내부에서는 공원 조성을 대신 개발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코로나19 첫 해인 지난해 4091억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7569억원의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한 푼이 아쉬운 판에 260억원을 들여 특색도 없는 공원을 만들기보다는 개발하자는 것이다. 공원을 조성해 봐야 용유도 주민은 3371명에 불과해 경제성이 없는데다, 매년 13억원 정도가 관리비도 들어가 예산 낭비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오성산을 개발해 임대료도 받고, 지역주민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하는 등 ‘상생 방안’을 찾고 있다.
그런데 오성산 개발에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오성산은 건축물은 2∼3층 이상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장애구릉사업은 항공기 조종사의 시야 확보와 안전한 이착륙을 위해 활주로 주변에는 고도를 제한하고 있다. 오성산도 52m로 잘라낸 만큼, 52m를 넘는 건축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오성산은 현재 둘레는 52m에 맞춰져 있고, 내부는 47m 정도이다.
인천공항 주변에 10층 이상 건물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성산 바로 옆 장애구릉사업을 벌인 을왕산도 마찬가지이다.
오성산은 오는 8월이면 도시근린공원으로 결정된지 20년으로, ‘공원 일몰제’에 해당돼 도시계획시설이 해제된다. 공원 조성이 안되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도시공원법으로 고발되고, 다시 보존녹지(산림)로 복원해야 한다.
오성산이 보존녹지로 복원되면 사실상 개발은 불가능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우선 오성산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한 뒤 경제자유구역으로 편입, 개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흑자날때는 공원 조성을 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공원 일몰제가 다가오니 어떻게든 개발해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모습이 궁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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