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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인천공항 vs 스카이72…과연 누가 웃을까

by terryus 2021. 4. 26.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스카이 72 골프장의 다툼이 갈수록 가관이다. 스카이72 골프장은 그동안 국가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계약 관계에 있는 민간사업자였다. 그러나 이젠 스카이72를 달리 봐야 한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실시협약이 종료됐고, 지금은 국가 재산인 인천공항 토지 364만㎡(110만평)를 무단 점유하고 사익을 챙기려는 골프장 사업자일 뿐이다.
 4월 22일 인천지법 제21 민사부(재판장 한숙희)는 스카이72 골프장이 청구한 단전 조치 금지 등 가처분을 인용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말 토지 임대 계약이 종료된 스카이72 골프장이 토지를 반환하지 않고 계속 영업하자 4월1일 잔디에 물을 주는 중수를 끊고, 그래도 스카이 72가 영업하자 18일 전기를 끊었다. 이에 스카이72는 4월16일 단전·단수 조치 해제를 요청하는 가처분을 인천지법에 청구했다. 법원의 인용 결정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4월23일부터 중수와 전기 공급을 재개했다.

 

인천공항 스카이72 골프장의 바다코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번 인천지법의 결정은 사려깊지 못한 섣부른 판단이라며 ‘유감’을 표하고, 이의신청과 함께 곧바로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지법이 이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하고, 사회통념상으로 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스카이72의 다툼은 단순한 임대인과 임차인의 계약 관계가 아닌 ‘신용 사회’와 관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전·월세를 사는 임차인은 집주인이나 상가 주인과 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기간이 끝나면 비워주는 것이 관례이다. 계약이 끝났는데도 집을 비우지 않고 버티면 집 주인은 어떻게 할까. 비워달라고 권유를 하고 그래도 안되면 협박을 하고 결국엔 단전과 단수는 물론 소송을 통해 강제로 퇴거시킨다.
 전·월세 비용이 없어 이사갈 정도로 생활이 어렵거나, 장애가 있는 등 딱한 사정이 있을 때 단전·단수를 하는 것은 사지로 내모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 법원은 단전 등의 조치를 못하게 한다. 이는 당연한 처사다.

인천공항 스카이72 하늘코스

 상가를 임대받은 임차인이 모든 열정을 바쳐 최고의 상권을 만들었는데, 계약이 종료되자 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법원은 어떻게 할까. 임차인은 투자비용과 권리금을 달라고 요구하고 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하고 버틸 것이다. 그래도 상가 주인이 계약이 종료됐다고 나가라 하면 양측이 로펌과 변호사에 소송을 의뢰하고 지루한 싸움을 벌인다. 법원은 양측의 원활한 합의를 요구하고, 안되면 계약이 우선이라며 법원은 결국은 주인의 손을 들어 줄 것이다.
 스카이72 골프장도 이런 정도를 예상했을 것이다. 그래서 대형 로펌을 선임했고, 이렇게 소송을 진행하면서 계속 영업을 해 수익을 챙긴 뒤 법원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손을 들어주면 그때 못 이기는 척 나가면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런데 스카이 72는 전·월세 비용을 못내서 오갈데 없는 세입자가 아니다. 최고의 골프장을 만들어 그동안 돈도 많이 벌었다. 대중골프장이지만 회원제 골프장보다 비싼 그린피도 받았다.
 스카이72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6년간 1조405억원 매출에 당기 순이익은 1845억원이다. 투자금 2000억원도 2014년에 이미 회수했다. 주주들 배당만도 1233억원이다.
 국가 땅을 사용해 사업 목적대로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 벌만큼 벌었다.
 생계형도 아니고 엄청난 수익을 챙겼는데도, 인천지법의 이번 가처분 인용은 국가 땅을 무단점유하고도 영업할 수 있는 길까지 터준 셈이 됐다.

인천공항 스카이72 위치도, 제5활주로 예정지역이 바다코스, 신불도기 하늘코스

 스카이72를 설립한 애초 주주들은 2020년 12월31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실시협약이 종료돼 스카이72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무상인계하거나 철거하도록 명시된 것을 알고 주식을 처분했다. 스카이72가 2020년 12월31일 종료된다는 것은 스카이72 정관에도 나와 있다.

 스카이72 골프장 설립 당시 지분구조는 에이스회원권거래소(45%), 임광토건(17.5%), 인탑스(15%), 인천국제공항공사(10%), 교보생명보험(7.5%), 골프다이제스트(5%)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오엔에스글로벌이 49.9%로 최대 주주가 됐다. 이어 네스트홀딩스 17.7%, 인탑스(15%), 교보생명보험(8.3%), 국민은행(5.9%), KB저축은행(3.2%)로 지분구조가 바뀌었다.
 스카이 72가 은행에서 PF를 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분 10%를 매각했다. 이는 감사원이 “공기업이 사기업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은 공사의 목적사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스카이72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카이72의 최대 주주인 오엔에스글로벌은 네스트홀딩스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네스트홀딩스는 용유도 입구에 있는 네스트호텔과 스카이72 골프장의 지주회사이다. 네스트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현 스카이72 골프장 사장이다.
 스카이72가 주장하는 “제5활주로가 건설될때까지”라는 문구는 실시협약서에 없다. 다만, 2002년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스카이72가 실시협약 을 체결할 당시 제5활주로가 건설될때까지 골프장을 운영하겠다는 말이 오갈 수 있겠으나, 명문화된 계약서에는 이런 문구가 없다. 그리고 지난해 하반기 스카이72 후속사업자 선정을 위한 경쟁입찰때 스카이72는 계약 연장을 요구하며 입찰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그럼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몇년 전부터 스카이72 주식을 사들인 주주들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상위법인 수도권신공항특별법이 아닌 민법에 있는 계약갱신권과 지상물매수청구권, 유익비상환 등 민법으로 소송을 진행하면 1심부터 고법, 대법원까지 최소 3년 이상 다툼이 예상되고, 이 기간에는 영업을 할 수 있다는 법의 ‘맹점’을 잘 알고 있으리라 추측된다.
 또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정부기관들은 민간사업자가 토지 무단 점유로 사익을 챙겨도 단전·단수 등의 강경 조치를 못한다는 것을 이미 예견했을 것이다. 결국 소송밖에 없다는 것을.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를 알고 단전·단수 등 강공 조치를 하려 했지만, 인천지법은 명도소송 등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제동을 걸었다.
 특히 이번 결정문 중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판결문에는 “스카이72에 대해 인천대교를 통해 영종도에 진입하게 되는 경우 처음 맞이하는 아름다운 자연시설물로서, 인천공항 및 영종도, 무의도 등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고 있다. 스카이72와 공항공사의 경제적인 다툼으로 동식물이 죽고 위 시설물이 황폐화된다는 것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큰 손해이다. 이 같은 손해는 돈으로 해결 할 수 없는 것이다”라는 문구이다.
 우선 골프장은 자연시설물이 아니다. 인공으로 조성됐다. 그리고 밤에 환한 낮처럼 밝은 조명을 켜 놓으면 동식물 등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 후속사업자가 잘 운영하면 황폐화 될 일도 없다.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손해도 없다.

 

스카이72 하늘코스 전경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소위 ‘있는 사람들’이다. 서민들에게는 큰 기쁨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할 수도 없다.
 재판부가 가처분을 인용하기 위해 내세운 감정적인 문구는 균형 감각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인천지법이 스카이72의 가처분 인용에 앞서 어느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 판단했어야 한다.
 물론 스카이72 골프장이 돌을 캐고 방치됐던 석산인 신불도와 삼목도, 잡풀만 무성했던 곳을 개발해 명문 골프장으로 만든 것은 매우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골프계에서 스카이72가 ‘성공 신화’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법원뿐만 아니라 국민은 물론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스카이72 골프장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수익도 못내고 경영이 어렵다면 수의계약을 해서라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도왔을 것이다.
 예상대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스카이72는 지루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언젠가는 소송에서 승자가 나오겠지만, 공항 안팎에서 ‘진정한 승자는 변호사·로펌’이라는 말이 많다.
 인천공항은 물론 전국에는 스카이72와 같은 많은 민자사업자들이 있다. 향후 민자사업자들이 스카이72 골프장을 전례로 삼는다면 국가적인 혼란도 가져올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단전조치를 취했을 땐 스카이72는 비상 발전기와 외부에서 발전기를 가져와 영업했다. 단전으로 전기량이 많이 소모되는 야간 영업을 못하던 스카이72는 인천지법이 가처분을 인용하자 4월24일부터 야간 골프 영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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