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용유도는 처참했다. 조용한 섬마을이던 곳에 인천공항이 들어서면서 기획부동산들이 산지를 전용해 대지와 상업용지를 만들기 위해 산 곳곳을 파헤쳤다.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해변가는 대형 빵집과 커피숍으로 망가졌다. 염전이나 논·밭에는 보상을 받기 위해 지어 놓은 깡통집들이 즐비하다. 난개발을 방지하고 계획적인 개발을 해야 하는 관공서는 절차만 적법하면 현장 확인도 안하고 사람도 살지 않는 산 속에 거대한 주차빌딩과 병원 허가를 내줬고, 토지주들은 자연이 망가지건 말건 돈만 쫒고 있다.
인천공항 인근 용유도 오성산. 무성했던 나무를 베어내고 산 중턱을 파헤쳐 단독주택을 짓는 대규모 택지개발이 한창이다. 산 위쪽에는 낙석이나 붕괴를 막기 위해 축대를 쌓고, 계단식으로 집 터를 만들고 있다.
1만9571㎡의 산지를 대지로 바꿔 고품격 전원주택 45가구를 분양중이다.
개발업체 관계자는 “인천공항이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은 3.3㎡ 당 250만원, 낮은 곳은 190만원”이라고 말했다. 자연·보존녹지였던 이곳은 3.3㎡ 당 30∼50만원에 불과했다.
오성산은 당초 높이가 172m였다. 그러나 항공기의 안전한 이·착륙과, 인천공항 제3·4활주로를 조성하는데 필요한 토사 확보를 위해 50m이하로 깎아 이젠 봉우리도 없는 산이 됐다. 그나마 산 중턱에는 나무가 무성했지만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서면서 산의 형태마저 사라져가고 있다.
보존녹지지역을 5000㎡ 이상 개발하려면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토지주 4명은 이를 회피하기 위해 자연·보존녹지를 4986㎡, 4975㎡, 4642㎡, 4968㎡ 등으로 쪼개서 개발허가를 받았다.
특히 이곳은 현재 건설중인 인천공항 제4활주로와 인접해 항공기 소음 피해가 우려된다.
인천공항공사는 “활주로 인근에 주택단지가 조성되면 향후 소음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지만 중구는 허가를 내주면서 협의조차 안 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제1∼2터미널 연결도로에서 을왕리로 가는 삼거리. 인적도 없는 도로변 산속에 차량 5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5층짜리 주차빌딩이 덩그러니 서 있다. 이 주차빌딩은 인천공항 여행객들의 돈을 받고 차량을 보관하는 사설주차대행업체가 사용하고 있다.
주차빌딩 뒤편 산길을 올라가면 나무를 베어내고 산을 파헤쳐 시뻘건 황토흙이 드러나 있다. 토지주는 이곳 3300㎡에 전체 438㎡의 4개 건물을 ‘병원’으로 사용하겠다며 중구로부터 허가 받았다. 인적도 없는 산속에 병원을 짓는다는데 현장 확인도 없었다.
바로 옆에는 기획부동산이 산을 깎아 주택단지를 조성해 놓은 곳이 있다. 분양이 안됐는지, 개발한 대지는 작은 소나무를 심어놨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시민 공간인 용유도 마시란 해변가는 대형 빵집·커피숍들에게 점령당했다. 커피숍을 도로 안쪽이 아닌 해변 가까이 지은데다 주차장도 만들었다. 일부 토지주들은 사유지라며 펜스까지 둘러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해변가를 거닐 수도 없게 됐다.
대형 커피숍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땅값은 3.3㎡에 1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주말이면 이들 빵집·커피숍 때문에 편도 1차선인 비좁은 시골도로가 교통지옥이 된다.
이 밖에도 용유도에는 318조를 들여 섬 전체를 개발하려던 ‘에잇시티’ 때문에 보상을 노리고 지었다가 무산되는 바람에 폐허로 방치된 ‘깡통집’도 많다.
무분별한 인·허가와 난개발로 용유도 곳곳이 파헤쳐진 채 몸살을 앓고 있다.
한 주민은 “산을 대지로 형질변경하면 땅값이 10배 이상 높아진다”며 “심의를 거쳐 허가를 내 주는 중구도시계획위원회가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됐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건축과 개발행위와 연관있는 인사들로 구성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중구 관계자는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모두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으로, 개발로 큰 이득을 보면 개발이익금을 통해 환수할 것”이라며 “최근에는 민원인들이 법을 더 잘 알고, 허가를 안 내주면 오히려 민원이 들어오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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