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은 달랐다.
지난달 12월 중순 늦은 밤. 대만에서 출발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항공기에서 내린 여객들이 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입국심사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붐빌 줄 알았던 2층 법무부 인천공항외국인출입국청은 한산했다. 여권을 판독하고 지문 확인을 하는 자동출입국심사대와 출입국 직원들이 있는 심사대도 텅 비었다. 1분도 안 돼 심사를 마치고 1층 세관으로 짐을 찾으러 가던 가족여행객 중 한 명이 말했다. “역시 인천공항이네, 이러니 세계 최고라고 하지.”
최근 ‘일본여행 안 가기’와 ‘홍콩 시위’ 등으로 대만 여행객이 부쩍 늘었다. 인천공항이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든 가족도 나처럼 대만공항에 도착해 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30분 이상 기다렸을 것이다. 10여개의 입국심사대 중 4∼5개만 열어놔 대기줄이 지그재그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서 있었다. 수 십 분을 기다려야 했던 여행객들이 대만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느낀 건 ‘짜증’이었을 것이다.
여객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시간에는 출입국 직원들을 탄력적으로 배치해 신속하게 입국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야 함에도 그렇지 않았다. 이는 대만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입국심사는 출입국 직원들의 고압적인 자세 탓에 여행객들이 ‘겁’을 먹기도 한다. 지난해 방문했던 동남아의 한 출입국 직원들은 긴 대기줄을 보면서도 삼삼오오 모여 웃고 잡담을 하기도 했다. 성격 급한 한국 사람들은 화가 치밀어 올라도 서툰 외국어 때문에 항의도 못한다.
외국에서 인종차별과 불편·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여긴 한국인들이 인천공항에 안착했을 때는 마치 자신의 ‘안방’에 들어가는 느낌일 것이다. 비행기에서 발을 떼는 순간 마시는 공기는 익숙하고, 투명 유리로 된 탑승교에서는 주변 광경도 볼 수 있다. 여객터미널에 들어서면 환한 조명과 깨끗한 환경, 항상 미소를 띠고 반겨주는 출입국 직원들이 신속하게 심사한다.
출국 때도 인터넷으로 ‘인천공항 예상 혼잡도’를 검색하면 어느 출국장에 몇 명이 대기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 해외공항은 인천공항 같은 고객편의를 제공하지 않고 출국장 1∼2곳에 여객을 집중시켜 기다란 대기줄을 통해 출국 절차를 밟게 한다.
인천공항은 체크인카운터∼보안검색∼출국심사∼항공기 탑승까지의 출국 소요시간이 평균 31분에 불과하다. 2006년 45분에서 2017년 41분, 지난해 제2여객터미널 개항 이후에는 여객이 분산되면서 더 빨라졌다.
해외에서 긴 대기줄을 서 본 한국인들은 인천공항이 왜 세계 최고이고 한국의 자랑거리인지 스스로 체감한다.
인천공항은 여객이 기다림 없이 곧바로 진출입할 수 있도록 동선을 아주 짧게 설계했다. 인천공항에 근무하는 20여개 정부기관과 1000여개의 업체의 7만여 명의 공항 종사자들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객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여객들이 인천공항 식음료 값이 턱없이 비싸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비싼 자릿세 때문이겠거니 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당초의 목적대로 활용되지 않은 시설물도 있다.
인천공항의 출입국장을 보면 모두 통유리로 돼 있다. 인천공항을 건설한 강동석 인천국제공항공사 초대 사장은 “자식을 비행기에 태워 보내는 부모들이 출국장 밖에서 보안검색과 출국심사를 무사히 통과하는 마지막 모습이라도 볼 수 있게 하고, 비행기에서 내린 자식이 세관구역에서 안전하게 수하물을 찾아 나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입국장에도 통유리를 설치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애초의 목적은 사라졌다. 세관은 자신들이 고유영역인 입국장이 외부에 노출된다며, 출입국외국인청은 출국심사를 마친 여객들이 자신들을 보는 것이 싫다며, 보안검색장은 테러 등 안보에 위협이 있을 수 있다는 갖은 핑계를 들어 통유리에 시트지를 붙여 안을 보지 못하게 막았다. 통유리를 설치한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테러 위협 때문에 쓰레기통을 투명 비닐로 모둔 바꿔 설치한 인천공항에 아직도 ‘불통’의 흔적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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