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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용유도 산속 거대한 주차빌딩 정체는 ?

by terryus 2019. 11. 24.

 인천공항 외곽 용유도와 영종도, 공항신도시가 사설주차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곳을 가다보면 도로변이나 산중턱, 주택 앞마당은 물론 논·밭에도 주차된 차량들로 가득하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나 외지인들은 “시골 마을에 왠 차들이 이렇게 많냐”며 반문할 정도이다.

 

인천 용유도 산속에 주차빌딩이 세워져 있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2터미널로 가다보면 용유도로 빠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인천공항 서측도 용유도 방문으로 우회전을 해 100m 정도 가다보면 도로 반대편에 거대한 규모의 주차빌딩이 보인다.  시커먼 철골로 지어진 5층짜리 주차빌딩은 차량 500대를 한꺼번에 주차시킬 수 있다. 용유도 주민들도 산 속에 대형 주차빌딩이 있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한다. 주차빌딩 뒤편으로 산길을 올라가면 더 황당하다.

  무성한 나무를 베어내고 평지화 작업을 벌인 드넓은 땅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곳에도 차량 700대를 주차시킬 수 있는 대규모 주차장이 조성될 예정이다.
 한 주민은 “산속에 주차빌딩과 주차장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서울 한 복판의 도심도 아닌 섬마을에 산을 훼손하고 주차장을 만드는 것을 관할 관청인 중구에서 어떻게 허가를 내줬는지 의문이다.

인천 용유도의 산속에 지어진 주차빌딩 뒤에 또 거대한 주차장 조성을 위해 산을 훼손했다

 사설 주차장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용유도를 가다보면 흙으로 메운 논이나 정지작업을 벌인 밭도 수두룩하다. 나대지나 주택 앞마당에도 빈 공간엔 어김없이 차량들이 빼곡하다. 사설주차장은 펜스를 설치해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지만 주차장 허가를 받은 곳은 아니다. 공항신도시 도로변이나 심지어 인천공항 국제업무지역(IBC-I)에도 있다.
 아마도 인천공항 주변에서 가장 큰 사설주차장은 인천공항 서측도로 한 호텔 앞일 것이다. 가림막으로 막아 주차장 전체를 볼 수는 없지만 아마도 1000대 이상을 주차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사설주차장들은 인천공항을 거점으로 사설주차대행업체들이 해외 여행객에게 돈을 받고 차량을 임시 보관하는 곳이다. 사설업체들은 인터넷을 통해 신청을 받고 인천공항에서 차량을 인수한 뒤 여행객이 도착하면 다시 공항으로 차량을 가져다준다.

 인천공항 주변에만 60∼80곳으로 추정된다. 인천 중구도 논·밭과 임야를 주차장으로 불법전용해 사용한 곳을 2016년부터 올해까지 25곳 적발해 원상복구를 명령했다.
 중구는 “사설업체들을 운영하는 곳은 노외주차장으로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용유도의 한 사설주차장에 차량이 주차돼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는 사설업체들이 여행객들 차량을 무단 사용하거나 차량을 파손하고 부당요금을 징수했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 때부터 영업을 시작한 사설업체들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 가격과 편의성 때문이다.
 사설업체들은 공항공사가 선정한 공식업체와 달리 주차대행료 2만원을 받지 않는다. 주차료도 인천공항이 하루 9000원인 반면 사설업체는 그보다 1000~2000원 싸고 장기주차땐 추가 할인에 세차도 해준다. 게다가 인천공항 공식업체는 차량을 단기주차장 1층에서 인수인계하기 때문에 출국장까지 이동해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사설업체는 3층 출국장에서 맡기고 곧바로 탑승수속을 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사설업체들이 남의 영업장에서 불법영업을 한다”며 강력한 단속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월까지 사설업체의 불법영업행위에 대한 제지·퇴거 명령만 1만807건이다. 경찰도 범칙금(1회 8만원·2회 16만원·3회 형사입건) 36건을 부과했다.

인천 용유도의 한 논 옆에 사설주차장이 조성돼 있다

 경찰은 특히 사설업체들이 허위 보험 가입 광고를 하거나, 야외에 주차하면서 인천공항 인근 오피스텔 등 실내 주차장 사진을 올려 허위 홍보한 5곳을 압수수색해 사기 혐의로 입건했다. 또 20여 곳의 자료를 확보, 수사 중이다. 단속에 맞서 사설업체들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의 한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익성보다 수익성에 치중해 주차대행료를 높게 받아 사설업체가 계속 영업할 수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인천공항공사는 주차료로 836억원, 주차대행료로 9억41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인천 용유도의 한 도로변에 주차된 차량들이 마치 중고차 전시장을 방불케하고 있다

 인천공항과 함께 김포공항에도 사설주차대행업체가 있다. 사설업체는 공항이 없어지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공식 주차장이 아닌 산림을 훼손해 산 속에 거대한 주차장을 만든다거나, 논과 밭까지 주차장을 조성하는 것은 강력한 단속을 해야 하고 마땅히 비난 받아야 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사설업체들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단속과 함께 이들도 인천공항에서 제한된 공간에서 입찰에 참가해 주차대행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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