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산하 서울지방항공청(이하 서항청)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인근에 항공기 안전 운항에 위험을 줄 수 있는 초고층빌딩과 타워를 지을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말 탑승객 179명이 숨진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로 항공 안전을 대폭 강화해야 함에도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김포공항 등 수도권 항공기 운항 안전을 총괄하는서항청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에 따르면 서항청은 인천공항 인근 송도에 103층 이상 초고층빌딩과 김포공항 주변에 세계에서 6번째 높은 448m의 청라시티타워가 건설될 수 있도록 회피상승각도 상승 등을 검토하고 있다.
회피상승각도(복행상승각도)는 항공기가 착륙시도에 실패하고 복행 또는 실패 접근 상황에서 장애물을 안전하게 회피해 상승해야 하는 최소 각도를 말한다.
상승각도(Climb Gradient)는 공항 주변의 지형, 건물, 장애물 높이에 따라 결정되며, 항공기 안전 운항의 핵심 기준이다. 상승각도는 항공기가 단위 거리당 올려야 하는 높이 비율로, 우리나라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표준인 2.5%를 따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항 주변에 건축가능 건축물의 높이를 산정할 때는 활주로 끝단에서 건물이 건립되는 위치까지 거리에 상승각도를 곱한다. 활주로 끝에서 10㎞ 떨어진 곳에 건물을 지으려면 상승각도 2.5%를 곱해 비행안전 높이는 250m가 된다.
이를 적용할 경우 인천공항 제2활주로에서 송도랜드마크까지 거리는 14.3㎞에 상승각도 2.5%를 곱하면 송도에 지을 수 있는 최고층 빌딩 높이는 357m가 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신불 IC 인근에 건설하려는 제5활주로는 송도까지 13.4㎞이다. 이럴 경우 건축물의 최고 높이는 335m로 더 낮아진다. 청라시티타워는 김포공항에서 13㎞ 떨어져 상승각도 2.5%를 곱하면 325m이다.
서항청은 인천경제청이 송도에 초고층빌딩과 청라타워를 건설할 수 있도록 고도 제한 완화를 요구하자, 지난 1월 인천경제청에 “회피상승각도 조정이 가능하다”며 전반적인 비행 안정성 검증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인천경제청의 입장은 송도는 420m, 청라타워는 448m로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회피상승각도는 2.5%에서 3~3.5%로 높여야 한다. 회피상승각도를 높이면 송도는 높이 400~500m, 청라는 455m까지 건축이 가능하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서항청이 회피상승각도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밝혀 용역 발주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피상승각도를 높이면 항공기 복행시 더 빠르고, 더 가파르게 상승해야 해 엔진 부담이 커지고, 조종사가 더 정밀하게 조작해야 하는 등 위험성도 높아진다. 자연구조물인 언덕과 산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상승각도를 상향할 수는 있어도, 초고층 빌딩과 타워를 짓기 위해 항공안전 기준을 변경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물다. 개발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인천경제청은 송도 인근에 인천공항이 있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근접한 곳에 김포공항이 있음에도 항공기 안전을 위한 고도제한 검토는 그동안 전혀 해오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항청도 마찬가지이다. 뒤늦게 항공기 안전 운항 방안 검토에 나선 것이다.
2017년부터 추진된 송도랜드마크에 대해 유정복 인천시장은 “시민이 만족하는 국내 최고의 명품 인천 타워를 짓겠다”며 123층의 잠실 롯데월드타워(555m)보다 높은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고 약속했다.
LH도 2007년부터 화창한 날씨에는 북한 개성을 볼 수 있도록 청라국제도시에 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448m의 청라시티타워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천 송도에 사는 한 주민은 “항공기 안전에 위험을 주면서까지 초고층빌딩과 타워를 지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그렇게 높지 않더라도 멋진 랜드마크를 건설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관제 업무를 하는 인천공항 관계자는 “옛 이명박 정부에서 롯데월드타워 건설을 위해 성남 비행장의 활주로 방향을 바꾼 적이 있다”며 “최근 추세는 기존의 강화된 비행절차를 완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다양한 안정성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참에 초고층빌딩이나 타워 등 공항 주변에 짓는 건축물의 고도제한을 법률로 제정하는 것도 이 논란을 피할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서항청 관계자는 “회피상승각도 상승에 따른 우려 사항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탑승객 179명이 숨진 것에 대한 후속조치로 인천·김포공항을 비롯해 전국 15개 공항의 항행안전시설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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