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23일 인천공항 교통센터 2층 자기부상열차 제1여객터미널역. 여행용 가방을 끌고 쉼 없이 오가는 해외여행객들 사이로 봄 나들이에 나선 노인 한 무리가 역사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 인천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와 자기부상열차로 갈아타려는 환승객들이다. 노인들은 바다가 있는 용유도에서 낚시와 조개잡이, 봄나물을 뜯을 생각에 들뜬 채 자기부상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서 왔다는 이씨(82)는 “용유도로 낚시하러 간다”며 “자기부상열차가 공짜라서 타지, 거리도 짧은데 돈을 받으면 안 탈 것 같다”고 말했다.
제1터미널역을 출발한 자기부상열차는 노인들과 상주직원 2~3명 등 17여명을 태우고 장기주차장역으로 출발했다. 장기주차장역에서 타고 내리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세 번째 역인 합동청사역에서는 1명, 파라다이스시티역에서는 2명이 내렸지만, 타는 사람은 없다. 네 번째 역인 워터파크역으로 가다 보면 골프장과 경정훈련원,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인천공항 활주로를 볼 수 있지만 내리거나 타는 승객은 없다. 마지막 역인 용유역에서 남은 탑승객들이 모두 내려 뿔뿔이 흩어졌다.
반대로 용유역에서 출발해 제1터미널로 가는 자기부상열차에는 5명이 탔다. 워터파크역과 파라다이스시티역, 장기주차장역에서는 한 명도 타거나 내리지 않았다. 합동청사역에서만 상주직원 1명이 탔을 뿐이다.
이렇듯 자기부상열차가 지나는 역들은 인적이 없이 썰렁해 유령역사가 된지 오래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가 텅텅 빈 채로 운행되면서 혈세만 축내고 있다. 특히 중동전쟁 여파로 자원안보위기 ‘경계’가 발령돼 공공기관은 차량 2부제, 공영주차장은 5부제를 운영하고 있는데도 자기부상열차는 막대한 전기를 소비하면서 운행되고 있다.

바퀴 대신 전자석의 힘으로 레일과 접촉하지 않고 8㎜ 높이에서 운행되는 신기술로 주목받았던 자기부상열차는 201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천공항에 설치됐다. 제1터미널~용유역까지 6게 역사 6.1㎞ 구간이다.
국책사업으로 국비 2175억원(69%)과 인천시 189억원(6%), 인천국제공항공사 787억원(25%) 등 3150억원이 투입됐다. 요금을 받지 않아 인천공항공사는 매년 운영비로 80억원씩 투자했다. 2016~2025년까지 총 769억원을 넘게 쏟아부었다. 하지만 도심항공교통(UAM)과 자율주행차량 등 신교통수단에 밀려 이젠 천덕꾸러기가 된 것이다.
자기부상열차는 도시철도 때는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15분간격으로 하루 103회(편도기준) 운행, 인천공항으로 출퇴근하는 지역주민들과 상주직원이 이용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정시성이 요구되는 도시철도에서 궤도시설인 관광열차로 바꿔 지난해 10월부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35분 간격으로 하루 24회 운행하고 있다.
인천공항 내 이동지원을 위한 교통수단으로 설치됐지만. 지금은 노인들이 서해를 보기 위해 찾는 관광셔틀로 전락한 것이다.
자기부상열차의 1회 탑승 정원은 186명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18%로 34명이 타고 있다. 자기부상열차 하루 탑승객은 평균 827명에 불과하다.
인천공항공사는 자기부상열차가 관광열차로 바뀌었어도 운영비 등으로 매년 59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도시철도때와 마찬가지로 돈만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요금을 받을 계획도, 다른 활용 방안도 없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 내 이동지원과 체험 등 자기부상열차 이용객 확대를 위해 다양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운영비 등을 정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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