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7일 낮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중국 충칭에서 온 A양(17)은 비행기에서 법무부에 제출할 입국신고서를 온라인으로 작성했다. 인천공항 도착 후에는 2층 입국장에서 노란 종이로 된 ‘건강상태질문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가족과 함께 한국 여행을 왔다는 A양은 “비행기에서 이미 온라인으로 입국신고서를 썼는데, 공항 도착 후에 또 거의 같은 내용으로 건강상태질문서를 써야 해서 번거롭고 불편했다”고 말했다.
19일 아이돌 그룹 ‘트레저’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중국 옌타이에서 온 B양은(18)도 A양처럼 같은 과정을 입국했다. 하지만 B양은 “일본에 갔을 때는 ‘비짓재팬’(Visit Japan Web)이라는 온라인 입국 시스템에만 한꺼번에 쓰면 쉽게 입국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국인들은 인천공항에 도착하기 전에 온라인으로 여권 정보와 주소, 항공편 등 같은 내용을 많게는 세 번 작성해야 한다.
젊은 외국인들은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간편하게 입국 절차를 밟지만, 이를 몰랐거나 정보를 잘못 입력한 외국인들은 입국장에서 모두 다시 써야 한다.
인천공항이 개항한 지 25년째지만 입국 절차는 예전 그대로다.
세계 다른 공항들은 ‘프리패스’나 ‘QR 코드’를 도입, 대면 검사도 없이 신속하게 입국시키고 있는데 반해, 인천공항은 단일화된 통합 플랫폼이 없어 같은 정보를 검역·입국심사·세관 등 3개 기관에 중복 입력시키고, 종이서류도 제출해야 하는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세계 최첨단 공항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외국인이 국내 공항으로 입국하려면 질병관리청에 ‘건강상태질문서(Q-Code)’,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입국신고서(Arrival Card)’, 인천공항세관에 ‘여행자 휴대품 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입국신고서는 모든 외국인이 반드시 제출해야 하고, 건강상태질문서는 검역관리지역에서 출발·경유한 입국자와 발열 등 유증상자, 휴대품 신고서는 면세범위 800달러를 초과한 물품을 보유한 외국인이 대상이다.
외국인들은 CIQ 기관에 사전 접속해 온라인이나 앱을 통해 신고서를 쓰거나, 아니면 비행기에서 내린 후 2층 입국장에서 종이로 써서 제출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특별한 신고서 없이 자동심사대를 통해 곧바로 입국하지만, 외국인은 입국심사관 앞에서 ‘대면 심사’까지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항공기가 몰릴 때는 외국인들이 줄을 서서 이동하도록 만든 텐스 배리어를 따라 지그재그로 서서 입국하는 모습과 함께, 미처 온라인으로 신고서를 쓰지 못한 외국인 여행객들이 테이블 근처에서 종이 신고서를 쓰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BTS 콘서트와 중국 춘절 등 외국인이 대거 몰릴 때면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은 줄서기를 줄이기 위해 특별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은 심사관이 200명 이상 부족한데도 연장근무와 지원부서 심사 등에 동원되는 특별근무만 올해 다섯차례나 했다.

반면 해외공항은 CIQ 기관에 제출할 신고서를 통합해 간소화·자동화로 신속하게 입국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외국인도 검역과 입국 절차를 통합해 온라인이나 앱을 통해 ‘SG Arrival Card(SGAC)’를 제출하면 대면 심사 없이 무인자동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다. 두바이공항은 비자나 세관 신고 대상자가 아니면 서류를 작성할 필요도 없는 ‘단계 삭제(Walk-Through)’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도 입국 전 ‘Visit Japan’에 정보를 입력하면 QR 코드를 발급받아 곧바로 입국이 가능하고, 인도네시아도 입국 전 ‘All Indonesia’ 웹사이트에 접속해 작성 후 QR 코드를 발급받으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외국인 관광객 연간 3000만명 시대를 조기에 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은 CIQ 기관마다 신고서를 써 내야 한다. 단일화된 플랫폼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3개 기관에 제출할 신고서에는 여권 정보와 주소, 항공편 등 같은 내용을 중복 입력해야 한다.
인천공항의 한 관계자는 “말로만 세계 최고를 외치는 것보다 외국인 관점에서 접근하기 쉽도록 우리나라도 통합된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기관의 한 관계자는 “CIQ 기관들도 외국인들에게 비슷한 정보를 요구해 불편해 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CIQ 기관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단일화된 통합 플랫폼을 만들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1~4월까지 701만487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80만5517명보다 20.9% 늘어났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올해 외국인 입국자는 1500만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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