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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바뀌지 않는 '인천공항 사장 뽑기'

by terryus 2020. 11. 18.

 내년이면 개항 20년을 맞는 인천공항에 변하지 않는 구태가 있다. 바로 새 사장을 뽑는 절차이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는 것이야 권력자들의 정치행위로 봐야 하지만, 선임 절차는 똑같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도 세계 최고 인천공항을 이끌어갈 새 사장을 선임하면서 미리 ‘내정자’를 정해놓고, 지원자들을 ‘들러리’로 만들었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답습하고 있다.
 세계적인 안목과 지식을 겸비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타개할 ‘인재’를 인천공항 사장으로 선임해야 함에도 청와대나 국토교통부의 퇴물 관료(관피아)들을 여전히 낙하산으로 보내고 있다.
 이번 제9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선임도 그렇다.
 인천공항 비상임이사 등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는 새 사장을 뽑기 위해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지원자를 공모했다. 애초에 사장 공모기간은 14일이 기본인데, 8일 밖에 주지않는 것에 대해 인천공항 안팎에서는 ‘내정자’가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국토부 퇴물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을 없애기 위해 아마도 청와대와 국토부, 임원추천위는 ‘속전속결’로 처리하려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지원자가 3명 밖에 안되고, 지원자 중에도 2명이 구비서류도 갖추지 않아 탈락자도 생겼다.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 운영에 관한 지침에는 임원추천위는 사장 후보자를 3∼5배수로 뽑아 추천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규정도 못 지키게 됐다.
 인천공항 비상임이사들은 청와대·기재부·국토부가 각각 추천해 정부의 말을 거역할 수 도없다.
 그동안 몇 명이 지원했는지도, 누가 지원했는지도 몰라 일부 언론은 ‘오보’를 썼다. 이를 바로 잡아야 할 임남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직무대행과 기획조정실은 “언론들은 오보나 써라”며 방관했다.
 인천공항 1∼8대 사장은 청와대와 국토부가 내정한 뒤 형식적인 절차만 거치는 ‘무늬만 공모’를 했다.
 과정은 이렇다. 사장이 공석이 되면 그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 적임자를 찾으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임원추천위를 구성하라고 한다. 임원추천위가 구성된다는 것을 내정자가 있다는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임원추천위에 ‘누구’라고 귀뜸만 해 준다. 공고를 내 지원자를 모집하지만, 서류와 면접은 그냥 요식행위이다.
 사전 내정자는 인천공항에 제출할 경영계획서도 자기가 안 쓴다. 인천공항을 모르니 쓸 수가 없다. 당연힌 인천공항 내부 사정에 밝은 지인(?)이 써 준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모습

 상당수 지원자들은 자신이 ‘들러리’라는 것을 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부사장과 임원 출신들이 수차례 사장에 도전했지만,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알면서도 지원했지만, 이젠 지원도 안하는 것이다.
 청와대와 국토부는 ‘내정자’가 드러나면 꼼수도 쓴다. ‘헤드 헌터’ 등에 추천을 받고, 기존 내정자를 보호하기 위해 재공모가 아닌 추가 공모를 하는 것이다. 앞서 전임 사장 2명이 그렇게 해서 선임됐다.
 지원자가 3명 밖에 안돼 선임 절차를 중단한 임원추천위는 지난 1차 때는 응모기간을 8일 주더니, 이번에는 12월10일까지 20일 넘게 주고, 헤드 헌터에도 추천을 의뢰한다고 한다. 임원추천위는 또 추가 공모를 한다.
 이는 내정자로 알려진 국토부 차관 출신에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충북 충주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A씨를 위해 다시 들러리를 뽑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인천공항의 위상도 많이 추락했다. 옛날 같으면 10∼20명이 지원했는데 고작 3명이 지원한 것을 보면 인천공항이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이 심각한데다 인천공항 정규직화는 전혀 진척이 없어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텅 비어버린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

 새 사장은 내년 비상경영과 함께 정규직화로 골머리를 앓을 것이다. 현 인천공항 경영진이 정규직화에 대해 윤곽을 마련해야 하지만, 내외부의 반발에 부딪혀 ‘팔짱’만 끼고 있다. 특히 향후 경쟁할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대책도 수립해야 하는 등 첩첩산중이다.
 A씨가 제9대 사장으로 온다면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낙하산 논란’도 거세져 정규직화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해임된 구본환 사장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이번 사장에 응모하려던 한 지인은 “청와대에서 전화를 못 받았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전 임원은 “사전에 짜고 치는 것을 알면서 들러리를 설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이어 “촛불 혁명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는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새 사장을 내정해 놓고 공모하는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인천공항 사장 8명 중 5명이 국토부 퇴직 관료 출신이다. 그리고 8명 모두 사전에 내정됐었다.

 

 인천공항공사 신임 사장에 김경욱 전 국토교통부 2차관(54)이 사실상 내정됐다.
 24일 인천공항·항공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공공운영위원회는 29일 인천공항 임원추천위원회가 제9대 인천공항 사장 후보자로 추천한 3명에 대해 인사검증을 할 예정이다. 당초 지난달 1차 사장 공모에는 김 전 차관을 포함해 3명이 지원했지만, 서류미비 등으로 2명이 탈락했다. 이에 인천공항 임원추천위는 이달 2차 공모를 실시해 14명이 응모, 1차에 지원했던 김 전 차관을 포함해 15명에 대해 서류와 면접을 진행했다.
 인천공항 안팎에서는 사장 공모 이전부터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충주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김 전 차관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인천공항공사는 김 전 차관이 내정된 것을 알면서도 헤드헌터에 추천을 의뢰, 지원자들을 들러리로 내세웠다. 김 전 차관은 기재부 공운위에서 인사검증을 한 후 청와대에 추천하면, 국토부 장관이 임명하는 절차만 남겨둔 상황이다. 김 전 차관은 이르면 다음달 취임할 수도 있다.
 앞서 지난 18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퇴직한 김 전 차관이 요청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취업을 위한 퇴직공직자 취업심사를 승인했다.
 2001년 개항한 인천공항 사장 8명 중 국토부 출신 낙하산 사장은 5명이다. ‘무늬만 공모’를 거쳐 김 전 차관이 임명되면 6명째가 된다. 행시 33회인 김 전 차관은 국토부 건설정책국장과 국토정책관, 기획실장 등을 거쳤지만, 항공 전문가는 아니다.
 인천공항에는 ‘난항’에 부딪힌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정규직화’와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악화, 3번 유찰에 수의계약도 못하고 있는 면세점 등 현안이 수두록하다. 때문에 국토부 퇴직 관료보다는 항공전문가 등이 임명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인천공항 제9대 사장에 예정대로 김경욱 전 국토부 차관이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취임식은 다음주로 얘기가 나온다. 인천공항 임원들이 신임 사장에 대해 업무보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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