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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최종 승자는 누구?

by terryus 2023. 3. 22.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롯데와 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국내 ‘빅4’와 세계 최대 중국면세그룹(CDFG)이 ‘쩐의 전쟁’을 벌인 이번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최후의 승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면세점 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음에도,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치밀한 전략과 전술로 ‘흥행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만약 CDFG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이번 입찰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국내 면세업계는 언론을 활용해 ‘국민정서법’을 자극했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CDFG가 인천공항에 입점하면 마치 ‘큰 일’ 이라도 날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외국공항 출국장을 가보면 롯데와 신라 등 국내면세점들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이런걸 보고 ‘내로남불’이라 할 것이다. 인천공항에는 2001년 개항때 홍콩에 본사를 둔 DFS 면세점이 5년 동안 입점한 적이 있다. 
 세계 최고 공항이고, 국제입찰인 만큼 외국의 면세점이 입찰에 참여해 인천공항에 입점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경쟁을 통해 이용객들이 보다 좋은 물건을, 보다 싸게 사면 좋은 것이다.  
 CDFG를 견제한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면세점계의 큰 손인 ‘중국 보따리상’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2001년 개항 때부터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했던 롯데면세점만 짐을 싸게 생겼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제1·2여객터미널에 향수·화장품 및 주류·담배 취급사업권은 신세계디에프와 호텔신라, 패션·부티크 취급 사업권은 신세계디에프와 호텔신라, 부티크 전용 사업권은 신세계디에프와 현대백화점면세점, 호텔신라가 각각 복수사업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또 화장품과 주류·부티크 등 전 품목을 취급할 수 있는 중소·중견 2개 사업권은 경복궁면세점과 시티플러스가 각각 복수사업자로 선정했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면세점

 중복입찰이 금지돼 일반사업권 63개 매장 2만892㎡은 신세계디에프와 호텔신라, 현대백화점이, 중소·중견 14개 매장 3280㎡은 경복궁면세점과 시티플러스가 사실상 낙찰자로 보면 된다.
 이번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은 CDFG가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얼마의 임대료를 쓸지가 관심사였다. 여기에 면세특허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나 사업권을 한 개도 못 챙길 경우, 사실상 면세업을 접을 수도 있는 생존의 갈림길에 있어 ‘쩐의 전쟁’이 예상됐다.
 면세업체들이 파악한 결과, 인천공항공사 입찰제안서에 따른 이용객 연동 임대료 방식으로 임대료를 산정하면 
 향수·화장품·주류·담배 사업권에 신라는 1인당 최대 9163원을, 신세계는 최대 9020원을 썼다. 떨어진 3위 CDFG는 7833원을, 4위 롯데는 7224원을 각각 썼다
 각 사업자가 써낸 입찰가를 기준으로 높은 임대료를 제시한 업체를 선정했을 경우를 가정해 2019년 출국객 3528만명에 비교하면, 신라면세점은 연간 3949억원, 신세계도 연간 4132억원에 달하는 등 연간 평균 4000억원의 임대료를 인천공항공사에 내야 한다. 현대백화점은 391억원이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예상보다 과감하게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CDFG와 롯데는 현실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입찰에서 평가점수는 사업제안서는 60점, 가격은 40점이다. 각 업체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제출하는 사업제안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

역사속으로 사라질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롯데면세점

 그러나 가격제안서는 다르다. 최고, 중간, 최저 등 3개를 준비했다가 막판에 선택해 제출한다는 것이다. 특히 입찰에서 떨어지면 사장과 임원 등은 ‘실업자’로 전락할 수 있으니, 입찰 당일엔 무조건 ‘최고’ 배팅하는 전례이다.
 하지만 CDFG와 롯데는 그렇게 하지 않은 것 같다. CDFG 관계자는 “중국면세점이 자본력이 있다고 해서 터무니없이 임대료를 쓰지는 않는다”고 말한바 있다.
 후발주자인 신라·신세계는 ‘최고’의 카드를 쓴 것 같다. 떨어지면 안되니, 우선 살고 보자는 선택이다. 
 ‘승자의 저주’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개항 초 신라는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을 위해 과도한 입찰가를 썼다가 입점을 포기한 적이 있다. 또 2015년 롯데는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한 금액보다 220% 높은 금액인 5년간 4조1400억원을 제시해 낙찰받았다가 버티지 못하고, 2년 만에 사업권을 반납한 경우도 있었다.
 일부 면세업계에서는 신라와 신세계가 매출의 40~45%를 인천공항공사에 10년간 임대료를 낼 경우 7000억~1조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번 입찰에서 임대료를 ‘이용객 연동 임대료 방식’이라 여객이 늘어날수록 신라와 신세계의 임대료가 늘어나는 구조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오는 7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면세업체들의 10년간 낼 임대료 중 ‘CDFG’가 입찰에 참가한 덕택에 1조원 이상의 수익을 더 창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또한 CDFG가 낙찰자로 선정돼 인천공항에 입점하더라도 자신들은 복수사업자를 선택해 관세청에 통보했고, 관세청이 최종 선정한 만큼 '국민정서법'도 피해 갈 수 있는 방안까지 마련한 셈이 됐다. 
 결국 신라와 신세계가 매출의 40% 이상을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임대료로 납부하려면 면세품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부담은 인천공항 이용객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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