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앞세워 국회에서 맨 날 싸움만 하고 이권만 쫓아다니는 사람들. 거짓만 일삼고 들통날 땐 또 국민을 위해서라고 입버릇처럼 하는 사람들,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빈틈을 보이면 바로 상투 위에 올라가려는 사람들. 정치인들은 권력을 잡기 위한 사람들이다. 동지가 안되면 바로 적이되는 것이 정치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치인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신선한 느낌을 받은 정치인을 몇일전 만났다.
지난 16일 한국수자원공사가 관정을 불법 매물한 것을 확인하기 위해 김진애 국회의원과 기자들이 경인아라뱃길 고촌물류단지에 동행했다. 김 의원은 정장도 입지 않고, 노란 잠바에 등산복 바지만 입었다. 정치인들이 늘 그러하듯 폐공하지 않는 관정이 나오면 언론과의 간단한 인터뷰만 하고 갈 줄 알았다.
실제 오전중에 관정을 찾지 못하자 일부 기자들은 현장을 떠났다.
하지만 김 의원을 그러지 않았다. 오전에 관정을 찾지 못하자 오후 4시쯤 뒤늦은 점심을 먹은 뒤 김 의원은 다시 현장으로 향했다. 또 땅을 팠지만 역시 안 나왔다. 수자원공사는 그만하기를 요청했다.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찾은 오후 7시가 다 되도록 관정을 나오지 않았지만 김의원을 현장을 떠나지 않고 계속 진두지휘했다. 흙만 쌓인 들판에 메서운 바람이 불었지만 이에 아랑곳없이포크레인이 땅을 팔 때마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으며 다른 곳도 파 보라고 권유했다. 일부에서는 폐공처리하지 않은 관정을 찾지 못해 제보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회의원과 언론까지 동원했다는 수자원공사 직원들의 핀잔도 있었다.
김 의원을 첫날 관정을 찾지 못하자 다음날 오겠다고 얘기했다. 수자원공사는 관정 찾는 장소에서 불법폐기물이 나온 만큼 자신들이 나서 관정을 찾겠다며 김 의원이 오는 것을 내켜하지 않았다.
17일에 김 의원은 오지 않았다. 수자원공사는 관정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바쁜시간이었다.
18일 오전 8시가 조금 넘어 수자원공사가 관정 2곳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고 김 의원은 국회 회기가 열렸음에도 현장에 도착해 있었다. 그것도 포크레인이 관정을 찾은 구덩이 속을 홀로 지키고 있었다.
김의원은 수자원공사가 현장을 잘 정돈할테니 나오라고 했지만 현장 보전이 우선이라며 구덩이에 2시간 넘게 있었다. 수자원공사는 현장소장과 인부 3명을 불러 삽을 들고 협박성 발언까지 쏟아냈다.
국회의원이 수자원공사 땅에서 일을 못하게 하고 있으니 업무방해라고 큰 소리도 서슴치 않았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 뺏지라도 떼고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일반 정치인이라면 이 정도 했으면 됐으니 이제 ‘쇼’를 그만두라는 식의 언행도 들었을법하다.
그러나 김 의원은 자신이 지금 어떤일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것 같았다. ‘쇼’가 아닌 ‘진정성’을 표현한 것이다.
추운 날씨와 수자원공사의 핍박에도 김 의원은 굴하지 않았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는 열의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같은 시간 다른 국회의원들은 국회회관에서 따뜻한 차을 마시고 정부 고위 공직자들을 불러 담소를 나눌 때인데 수자원공사의 불법 행위를 찾아내고, 이를 고발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제까지 언론을 통해 봤던 국회의원의 모습은 아니었다.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정치인이 있다는 것에 대해 비관적으로만 봤던 정치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경향신문 21일 12면 보도>
한국수자원공사가 농민들이 사용하는 지하수 관정 160여개를 폐공도 하지 않은 채 불법 매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수 등 물을 보호해야 할 수자원공사가 오히려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 건설 일정에 쫓겨 지하수법을 위반하고 환경오염을 부추긴 것이다.
20일 김진애 국회의원(민주당)과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경인아라뱃길 김포터미널 및 김포고촌 물류단지(188만㎡) 기반조성 공사를 하면서 농업용수를 뽑아올릴 때 사용되던 170개의 관정에 대해 농민들을 상대로 손실보상을 해줬다. 지하수법에 따르면 지하수 관정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밀봉하거나 흙 등으로 다시 메워 원상복구하는 폐공처리 절차를 지켜야 한다.
수자원공사는 그러나 김포시에 신고된 28개 관정 중 2개만 원상복구한 후 폐공처리를 신고하고 1개는 계속 사용하고 있다. 25개는 지장물 철거 과정에서 관정을 뽑아 없애거나 그냥 매몰처리한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특히 김포시에 신고되지 않은 소규모 관정 142개도 같은 방식으로 매몰했다. 160개가 넘는 관정을 폐공처리 과정 없이 땅속에 묻어버린 것이다.
김진애 의원 등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포클레인을 동원해 고촌물류단지에서 지하 60m, 지름 150m의 불법 매몰된 관정 2곳을 찾아냈다. 수자원공사는 작업 인부들을 동원해 김 의원 등이 찾아낸 관정을 정비하겠다고 나섰고 김 의원 등은 “물증을 없애려는 처사”라며 현장에서 항의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수자원공사가 직원들을 동원해 경기 김포시 일대에서 불법 처리된 지하수 관정(점선 안)을 훼손하려 하자 김진애 민주당 의원 등이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며 막아서고 있다.
불법 매몰된 관정 옆에는 지하수 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폐기물까지 불법으로 매립돼 있었다. 이곳에서 시설농사를 하던 고재평씨(51)는 “지난해 9월쯤 수자원공사와 시공사 관계자들이 불도저로 관정을 그냥 밀어버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수자원공사가 지하수법을 엄격히 지켜야 함에도 이를 위반한 것은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운하 건설 일정에 쫓겨 법까지 무시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수자원공사가 시행하는 4대강 공사 현장에서도 이와 비슷한제보가 많아 국회 차원에서 170개 4대강 공구 전체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관정이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수자원공사가 불법 매몰한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수자원공사가 4대강 공사 현장에서도 똑같은 불법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커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포시는 조만간 지하수법을 어긴 수자원공사에 대해 폐공 촉구 공문을 보낸 뒤 과태료(500만원)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는 “소규모 관정은 공사 중에 빼냈으며, 불법 매몰한 곳에 대해서는 조사를 거쳐 폐공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폐공되지 않은 관정은 정화기능이 없어 지표상의 오염물질이 그대로 지하수로 유입된다”며 “이는 심각한 지하수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인아라뱃길은 수자원공사가 2조2500억원을 들여 인천 서구 경서동~서울 강서구 개화동을 잇는 총연장 18㎞, 폭 80m, 수심 6.3m 규모의 운하로 지난해 3월 착공해 올 10월 완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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