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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격세지감(隔世之感)’

by terryus 2011. 9. 6.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송영길 인천시장과 인천지역 상공인들로 꾸려진 경제시찰단에 참여해 중국 톈진시(天津) 빈해신구(경제특구)를 둘러봤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빈해 신구를 보며 경제시찰단은 어느 누구 할것없이 ‘격세지감(隔世之感)’을 연발했다.
톈진시내는 마천루가 하늘을 찌를듯 올라갔고, 바다를 매립한 톈진항은 인천항과 부산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광활한 대륙의 기질이 엿보였다. 빈해 신구에는 세계 500대 기업 중 120개가 있다.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서도 삼성전자를 비롯해, 인건비 때문에 인천 서구에서 톈진으로 옮겨간 영창악기가 현지에서 연 2만대의 피아노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에서 프랑스 에어버스사의 여객기가 조립, 생산되고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하늘의 특급호텔’이란 A380를 제작하고 있는 에어버스가 중국에서 여객기를 조립·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여객기를 생산하는 곳은 미국 보잉사와 프랑스 에어버스사 두 곳이다. 중국 정부는 에어버스 100대를 구매하는 조건으로 에어버스사를 유치했다고 한다.
에어버스사가 51%, 중국 정부와 톈진시가 49%를 투자했다. 에어버스는 59만㎡에서 한달에 항공기 4대(1대당 600∼700억), 연간 48대를 생산한다. 지난 2007년부터 약 60대를 생산했다니, 3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셈이다. 생산된 항공기는 대부분 중국 항공사들이 사들이고 있다. 
에어버스가 중국에 공장을 둔 것은 톈진항을 바로 이용할 수 있고 톈진공항의 1개 활주로를 제작이 완료된 항공기의 시험 활주로로 쓰고 있는 등 중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상공인들은 중국이 에어버스와 도요타처럼 세계적 기업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10억명이 넘는 내수시장 덕도 있지만, 가장 큰 공로는 ‘정부의 강한 의지’라고 입을 모았다.
황흥국(黃興國) 톈진시장은 “중국 정부는 빈해신구를 위해 10개 분야, 8개 조항을 만들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주도하에 경제특구가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기업을 유치하고 이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와 교육, 병원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빈해신구 개발을 위해 톈진시는 ‘발해은행’까지 설립했는데 개발자금으로 적립된 돈만 3600억위안이라 한다. 인천이 이제서야 경제자유구역 개발을 위해 인천개발펀드를 추진하는 것과 사못 다르다. 

중국 톈진시(天津) 빈해신구 곳곳에는 초고층 빌딩이 건설되고 있다

세계 최고 공항인 인천국제공항과 수도권의 관문인 인천항을 갖고 있는 있는 인천과 톈진은 지리적 이점과 북경과 1시간 거리 등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 등으로 경제자유구역이 휘청거리고 있는 반면 톈진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천을 한참 앞질러 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우리 나라 경제자유구역은 지자체에서 다 하라는 식이다. 규제 완화를 요청해도 정부는 다른 곳과의 형평성 때문에 팔짱만 끼고 있다.
지난 93년 톈진시와 자매결연을 맺어 함께 동행한 최기선 전 인천시장은 “9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 톈진을 비롯해 중국 연안도시들은인천과 자매 결연을 맺으려고 혈안이 됐었다”며 “이젠 반대로 인천시가 경제시찰단을 꾸려 톈진을 보러가는 처지가 됐다니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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