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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나사 풀린 인천공항

by terryus 2016. 1. 7.

  전 세계 1700개 공항 중 세계 서비스 10연속 1위를 차지한 인천공항이 뭇매를 맞고 있다. 자칫하면 세계 최고 서비스 공항이란 타이틀까지 내 줄 판이다.

 이는 지난 3일 인천공항 수하물처리시스템(BHS) 과부하로 탑승객 짐 5200여개를 실지 않은 채 항공기 159대를 1∼5시간 지연, 출발시켰기 때문이다.

 공항에서는 절대 발생하지 않았어야 할 일이 벌어졌다. 중국과 동남아, 유럽, 캐나다에 도착한 여객들은 자신의 짐이 항공기에 실리지 않은 것도 모르다 현지에서 짐이 없자 발만 동동 굴려야 했다. 항공사에 항의해 봤자 아무련 소용도 없다.  매일 항공기가 운항하는 지역은 당일이나 다음날 후속 항공편으로 각 항공사들이 수하물을 찾아 보냈지만 2∼3일만에 운항하는 항공사들은 다른 방법이 없다.
 어림잡아 짐을 못 받은 승객은 5000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승객 1명이 부치는 수하물은 0.9개이다. 겨울 성수기에는 옷 등이 포함돼 있어 1.03개로 는다. 또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항공사 보다는 중국 항공사 등 주로 탑승동A를 이용하는 외국항공사들이다.

                                                                                                                  인천공항에서의 줄서기는 이제 당연시 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난 3일은 안개가 짙게 낀데다 인천공항 개항 이후 17만3000여명이 이용하는 등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항공기가 몰려 있는 오전 7시∼10시에 여행객이 한꺼번에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최근 중국인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규격화 된 여행용 가방보다는 선물 보따리나 비닐. 박스 포장 등이 많아 바코드가 제대로 안 읽혀지고, 줄이 엉켜 수하물 감지와 분류장치에 오작동이 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수하물이 감지가 안돼거나 엉키면 용역 직원들이 수작업을 통해 수하물을 분류한다. 용역업체는 인천공항 개항때부터 BHS를 구축하고 유지·관리하는 포스코 ICT가 맡고 있다. 이 밖에도 공항공사는 여객이 많이 몰리면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하는데 비상인력을 투입하지 않은 책임도 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여기에다 추정이지만 항공사 지상조업 과정에서 수하물을 제 때 빼내지 않아 잼이 걸렸을 수도 있다.

 공항공사는 로그파일을 열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어쨋든 지난해 여름 성수기에도 하루 8만명 이상의 여객이 출국했는데도 BHS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유독 3일에만 과부하가 걸렸다는 것은 이해가 안간다.

 또한 88㎞ 길이의 인천공항 BHS는 1시간에 1만2600개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3일 최대 오전 7시∼10시의 피크타임의 유입 수하물은 시간당 7500개에 불과했다. 서울지방항공청과 국토교통부가 감사에 착수한 만큼 정확한 원인을 밝혀질 것이다.

                                                                                                               줄서기 등 질서가 없고 혼잡스러운 분위기의 인천공항
 이 때문에 이번 사태는 ‘인재(人災)’에다 예고된 사고라는 지적도 있다. 요즘 인천공항을 둘러 봐라. 무언가 질서가 잡히지 않은 듯 혼란스러운 느낌이다. 보안검색이나 체크인 카운터에서 여행객들의 줄서기는 이젠 당연한 것이 됐다.
 상주직원 통로를 이용하는 종사자들의 줄서기도 일반 여객들이 다니는 통로까지 나오기 일쑤다.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은 안정감이 없다. 체크인 카운터 곳곳에는 항공사들이 자신들의 구역인 냥 광고판까지 세워놨다. 예전에는 항공사 광고물 같은 것도 규정과 색상이 통일했지만 이젠 제각각이다.

  여객터미널 바닥에 휴지가 있으면 공항 종사자들이 주워 가져가 쓰레기 통에 버렸지만 이젠 모른체 하고 지나간다.
 그만큼 인천공항에 대한 열정이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인천공항은 2001년 개항했다. 최첨단 시스템과 시설을 갖췄다하더라도 오래 쓰면 노후되기 마련이다.‘닭고, 칠하고, 점검하기’를 반복해야 하지만 안이하다.  
 인천공항 시설은 이미 시설이 포화상태이다. 보통 공항시설 확장은 10년 앞을 내다본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시설용량은 4400만명이다. 이미 2014년 4500만명이 이용했고, 지난해에는 4930만명이 이용했다. 올해는 5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짓고 있는 제2여객터미널은 2017년말쯤 개항할 예정이다. 1800만명을 처리하는 제2여객터미널은 대한항공의 전용터미널로 이미 선정됐다. 올해와 내년이 큰 걱정이다.

                                                                                                                                           어수선한 느낌이 있는 인천공항

  당장 다음달 설 연휴 때에도 하루 17만명 이상이 이용한다. 공항공사는 BHS에 인력을 추가 투입하는 등 비상운영에 들어갔다. 또한 재발방지를 위해 항공기 이·착륙 시간과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를 사전 분산시켜야 한다.

 인천공항 3개 활주로에서는 한 시간에 항공기가 60대 이착륙할 수 있다. 오전 7시∼10시, 오후 4시∼7시에는 만땅이다. 항공사들은 이 시간대에 항공기를 운항해야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이 시간에 편중돼 있다.

 항공스케줄(SLOT)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체크인 카운터는 오전 6시에 문을 연다. 그리고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의 개방시간은 오전 6시30분이다. 이에 맞춰 보안검색도 오전 6시30분부터 시작된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소는 서측에 24시간 운영한다고 하지만 몇 명 없고, 여행객들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새벽에 와서 동측(대한항공)에서 체크인하고 서측까지 1㎞를 걸어서 출국심사 받을 여행객은 없을 것이다.

 인천공항은 24시간 운영한다고 하면서 체크인 카운터와 출입국관리소가 너무 늦게 문을 연다. 개방 시간을 앞당겨 조금이라고 혼란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조감도
 또 다른 원인으로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들 수 있다. 강동석 초대 사장을 제외한 조우현(전 국토부 차관-건설 담당), 이재희(유니레버 회장), 이채욱(GE 아시아총괄회장), 정창수(전 국토부차관-주택 담당), 박완수 사장(전 창원시장) 등은 모두 공항과 관련이 전혀 없는 정권의 낙하산들이다.

 정창수 전 사장(현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취임 10개월만인 지난해 3월 강원지사 출마를 사장직을 그만뒀다. 박완수 전 사장도 4월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3년 임기 중 1년2개월말 채우고 지난달 중순 사퇴했다.

 박 사장은 기자간담회 등에서 꼭 임기를 채우겠다고 말했다. 한 두번이 아니다. 지난해 말에는 주소를 경남 창원시 의창구로 옮기기도 했다. 박 사장 부부는 공항신도시에 살았다. 하지만 박 사장 부인의 주소는 경남 창원시로 공항신도시로 옮긴 적이 없다. 박 사장 몸은 인천공항에 있었지만 선거 때문에  머리와 가슴은 창원에 있었으니 인천공항의 미래 전략에 관심을 가졌을지 의문이다.

 이 때문에 조직의 기강은 해이 해 질 수 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번 수하물 사태를 새해 액땜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더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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