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이 살 얼음판이다.
1월3일 수하물 대란에 이어 21일에는 중국인 30대 부부가 여객터미널 3층 출입국관리소를 뚫고 들어와 출국객과 일반인들의 경계를 이루는 유리문 잠금장치를 흔들어 뽑아 버리고 밀입국했다.
그렇잖아도 혼란 속에 방향을 찾지 못하던 지난달 29일에는 일본으로 환승하려던 베트남인 남성 한 명이 여객터미널 2층 A입국장 자동출입국심사대 두 개의 유리문을 강제로 열고 밀입국했다. 이어 오후 4시쯤에는 취업이 안돼 사회에 불만을 품은 30대 남성이 여객터미널 1층 C입국장 남자 화장실에 가짜 폭발물까지 설치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폭발물 의심 물체에는 아랍어로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이다. 신이 처벌한다’라는 테러 경고 메모지가 발견되면서 일파만파가 됐다.
베트남 20대 남자가 강제로 유리문을 열고 밀입국한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2층 A입국장 자동심사대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나서 인천공항에 폭발물 의심 물체가 설치됐다며 테러방지법을 촉구하는 등 인천공항의 사소한 것까지 국가적 사안이 돼 버렸다. 연초부터 어수선하던 인천공항에 가짜 폭발물이 방점을 찍어버린 셈이다.
다행히 설 연휴기간 인천공항에는 하루 평균 16만명이 이용했는데도 수하물 대란과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 밀입국해 한국에서 불법체류하면서 돈을 벌려던 중국인 30대 부부와 베트남인도 붙잡혀 구속됐다.
평범한 가장으로 짜증이 나서 유튜브에서 본 폭탄 관련 유머 동영상을 흉내내 부탄가스통에 브로컬리, 바나나 껍질 등을 넣어 가짜 폭발물을 만든 남성도 구속됐다.
지난달 29일 베트남 20대 남자가 강제로 유리문을 열고 밀입국한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2층 A입국장 자동심사대가 폐쇄돼 있다.
인천공항이 다시 평온을 찾아가고 있다. 이 와중에 ‘관피아(관료+마피아)’ 출신 정일영 신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취임했다. 정 사장은 두 차례(내가 알기로는 2번, 정 사장을 헤드헌터에서 응모하라고 해 1번)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정창수, 박완수 전 사장이 임기도 못 채우고 나가 인천공항이 이 지경이 됐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정부는 서둘러 정 사장을 임명했다. 공교롭게도 정일영 사장은 앞서 정창수, 박완수 사장과 행정고시 23기 동기이다.
행시 동기 3명이 잇따라 인천공항 사장을 하는 웃지 못할 진풍경도 벌어진 것이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홍순만 인천시 경제부시장, 황준기 인천관광공사 사장도 행시 23기이다. 인천시와 인천공항을 행시 23기가 이끄는 셈이다.
정 사장은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했다. 정 사장은 “인천공항이 수하물 대란과 잇따른 밀입국 사건으로 총체적 위기를 맞았다”며 “공항 운영 전반과 안전·보안시스템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강 확립을 위해 조직을 쇄신하는 등 다음달까지 경영 혁신안을 마련, 시행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인 30대 부부가 잠금장치를 통채로 뽑아 버리고 밀입국한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3층 C출국장
특히 2017년말 준공될 제2여객터미널 확장사업도 연내 확정, 추진하겠다고 했고. 인천공항이 요즘 방향성을 잃었다.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허브화가 중요하다”고 하는 등 남다른 행보를 하고 있다.
국토부에서 항공업무를 총괄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 나마 이 정도의 방안을 내 놨을 것이다. 앞서 정치권으로 가기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직을 중간역으로 여겼던 정창수, 박완수 전 사장은 6개월 이상을 배워야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 사장이 인천공항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주목된다.
인천공항은 사실 ‘전세계 서비스 1등’이라는 자만심에 빠져 있었다. 사장들이 중도에 사퇴하면 직원들은 새 사장이 오면 또 업무가 바뀔텐데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간단한 사례가 있다. 중국인 30대 부부가 출입국관리소가 잠그지 않는 유리문으로 들어와 1차로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소의 저지선 뚫렸다 하더라도 2차로 유리문 잠금장치를 제대로 해 놨으면 밀입국은 못 했을 것이다. 유리문 잠금장치는 바닥에 3㎝ 못을 박아 고정시켰고, 10여년이 넘었는데도 그동안 점검도 안 했을 것이다. 또한 보안검색 담당자가 다음날 잠금장치가 뽑혀 없어진 것을 알았으면 바로 신고했어야 했다.
설날 연휴 승객 예고제도 비숫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설 연휴(5∼10일) 인천공항 이용객은 104만2595명으로, 지난해 보다 16.4% 증가할 것이라고 지난 3일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는 94만7535명으로, 지난해 89만5730명에 비해 5.7% 증가하는데 그쳤다.
첫날은 5일은 17만9088명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는 8% 준 16만4548명이다. 6일은 17만9047명에서 2% 감소한 17만5102명, 7일은 16만4055명서 15만5214명, 8일은 16만6977명서 13만4480명, 9일은 16만9509명서 15만1115명, 10일은 18만3919명서 16만7076명이다. 예측치보다 9% 줄었고, 오차도 2∼19%까지 널띄기다.
인천공항 승객 예고제는 취항항공사 운항정보와 탑승률 등을 감안해 매일 발표하고 있으며, 이는 공항 운영에 핵심 자료이다. 아마도 공항공사는 이번 설에는 항공사마다 임시편을 대거 투입하는 등 하루 여객기가 891편이 운항돼 항공 편수에다 탑승률, 매년 여객증가율 등을 포함해 분석했을 것이다.
설 연휴인 2월7일 인천공항 3층 출국장이 출국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승객 예고제는 10년전 쯤 개발한 프로그램을 아마 그대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변수들을 가미하는 등 계속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데 귀찮으니까, 그대로 수치만 바꿔 적용했을 것으로 미뤄 짐작된다.
또 있다. 지난 설 연휴 인천공항을 인산인해를 이뤘다. 법무부 장관 등이 방문하고 정 사장이 여객터미널 등을 점검을 할 때는 상주직원들이 모두 나와 인천공항 출국장이 길 줄을 서지 않고 원활하게 운영됐지만 그렇지 않았을때는 거의 시장판이 됐다. 보는 눈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확연히 구분되는 순간이다.(사진 참조).
인천공항은 지난 1월부터 두 달간 국민의 지탄 등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비슷한 사건이 또 터지면 주저 앉을 판이다. 지금까지는 그동안 누렸던 1등에 대한 액땜이라고 여기고 다시 힘을 모아 힘찬 날개짓을 해야 한다.
국민들은 외국공항에 비해 이용하기 편리하기 때문에 인천공항을 여전히 사랑하며 한국의 자존심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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