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미국 입국 전용 심사장을 설치가 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조차지(특별한 합의에 의해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게 일시적으로 빌려 준 영토)’ 논란까지 제기된 인천공항 미국 입국 전용 심사장 설치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많다고 판단해 결국은 백지화됐다.
미국 국토안보부 세관국경보호국(CBP)는 지난해 12월 말까지 인천공항에 ‘미국 입국사전심사제(Preclearance)’를 도입하려면 신청을 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외교부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CBP에 Preclearance를 신청하지 않아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향후 설치하는 것도 공항공사가 주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건설 현장
당초 외교부는 Preclearance 도입하기 위해 지난달 8일 국토부와 항공사, 공항공사 등 관계자들과 해외 시찰까지 갔다 왔지만 이제와서는 인천공항이 주체라며, 인천공항 탓을 했다
사실 인천공항에 미국 입국 심사장 설치에 대해 외교부를 제외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항공사, 세관·출입국관리소·검역기관(CIQ) 등 공항 핵심기관들은 모두 반대 입장이다. 한·미 양국 관계를 고려해 정부기관이 나서서 반대하기는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현재 여객터미널은 포화상태이다. 별도 공간을 만들 곳도 없다. 지금도 혼잡한데 성수기만 되만 혼잡도가 더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공항공사는 여객터미널 서측에 미국 입국 전용 심사장을 만들려면 5000㎡공간에 비행기 5대를 댈 수 있는 주기장, 보안검색대 5기, 입국심사대 14기 등 116억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2018년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되면 이곳에도 미국 입국 전용 심사장 설치를 검토했다. 제2여객터미널에는 WING 끝단지역 4200㎡에 4개 주기장, 보안검색대 5기, 입국심사대 14기 등 97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공항공사는 제2여객터미널도 수용 능력을 봐 가며 검토하겠다는 밝혔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미국 입국 전용 심사장을 인천공항에 만들려면 골치가 매우 아프다. 미국행 항공사를 위해 항공사도 재배치해야 한다. 특정 국가를 위해 공항의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는 것이다.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
특히 미국 입국 전용 심사장이 생기면 세계 공항서비스 9연패 등 그동안 쌓아올린 인천공항 이미지에도 먹칠을 할 수있다. 미국은 일본 나리타공항에도 Preclearance를 제안했다. 그러나 중국에게는 거론조차 안 했다.
인천공항에 미국 입국 전용 심사장이 생기고, 중국인들이 인천공항 환승을 통해 미국에 가려다 사전 입국을 거부당하면 중국인들이 인천공항을 기피할 수 있다. 한 두 명이면 괜찮지만, 다수가 거부당하고 이런 소식이 중국에 알려지면 중국인들은 오히려 인천공항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인들은 인천공항의 최대 고객이다. 지난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외국인은 821만 명이다, 이 중 중국인은 33%인 280만 명으로 가장 많다. 중국인들은 인천공항 면세점의 ‘큰 손’이다. 중국인들이 인천공항을 기피하면 허브공항도 물거품 된다.
공항공사는 환승객도 연간 최대 15만명 줄 것으로 내다 봤다. 여행객이 항공기를 갈아타려면 터미널과 터미널 이동시간(MCT·최소환승시간)이 45분인데, 환승객들이 재심사를 받아야 하는 불편과 재심사 시간이 최대 1시30분 이상이 소요된다. 이런 불편 때문에 환승객들은 인천공항이 아닌 다른 공항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의 주 수입원은 임대료이다. 과거 인천공항의 주 업무는 ‘부동산임대업’이었다. 100억원 넘게 들여 미국 입국 전용 심사장을 마련해 준다면 면세점 공간이 대폭 줄어든다. 이는 면세점 임대 공간이 줄고, 면세점 동선도 뒤죽박죽돼 수익성도 떨어진다.
인천공항 국제업무지역
반면 미국 입국 전용 심사장이 생기면 좋은 점도 있다. 한국사람이나 환승객들이 미국에 도착해서 입국 심사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서지 않았도 되고, 언어 불편도 해소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입국 거부자도 생기지 않는다면 ‘미국으로 가는 편리한 공항’이란 이미지 형성도 가능하다. 공항공사는 이럴 경우 2018년 기준 미국행 환승객이 3∼5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투자비를 뽑을 수 없으니,미국 입국 전용 심사장 여행객들에게 수수료를 받으려는 계산도 했다. 신규 수익원인 셈이다.
공항공사는 그동안 계산기를 두드리보니, 투자에 비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미국 입국 전용 심사장이 생김으로해서 생길 ‘조차지’ 논란도 종식시켰다.
항공사들도 국토부에 반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천공항에 Preclearance 가 도입되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전 심사를 받은 미국행 항공기는 미국 공항에서는 국내선에 도착한다. 입국심사와 세관 검사가 없으니 미국측에서 기내 면세품을 못 팔게 할 것을 자명하다. 면세품을 파게 하려면 미국 국내선 도착장에 세관원을 배치해야 하고, 그러면 미국 입국 전용 심사장은 아무런 효과도 없는 것이다. 또한 지금은 여행객들이 인천공항 도착한 뒤 티켓팅과 체크인을 한 뒤 출국장에 나간 뒤 미국행 항공기에 탑승할때까지만 케어하면 된다. 그러나 미국 입국 전용 심사장이 생기고, 입국 거부자가 발생하면 항공사들이 나서 이 부분까지 모두 챙겨야 한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과 탑승동 전경
여기에다 미국 국내선은 500여명이 타는 A380 같은 대형항공기를 접안할 시설이 별로 없다. 때문에 국적항공사들은 대형 항공기를 띄우기가 힘들다. 수송 능력이 떨어져 수익성이 떨어진다.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소 등도 출국심사를 받은 여행객이 CBP 에서 재입국 심사를 받다가 입국을 거부당하면 신뢰성이 크게 훼손된다. 한국에서는 출국심사를 마쳤는데 미국 입국심사장에서 입국거부자로 분류되면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소는 ‘눈 뜬 장님’이 된다.
미국의 입국심사장을 운영하는 나라는 미주에서는 캐나다, 유럽은 아일랜드, 중동은 아랍에미레이트 등이다. 미국이 Preclearance 를 운영하려는 것은 테러범 등의 입국을 사전에 차단하고, 미국내 공항의 혼잡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미국 입국 절차가 까다로와 여행자들의 편의를 도모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는 미국의 국익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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