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면세점과 은행, 식음료 등 상업시설 입찰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과열 경쟁으로 임대료 높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처럼 높게 쓸지는 몰랐다고 한다.
지금도 ‘1만원 짜리’ 지폐로는 인천공항에서 한 끼 떼우기가 힘들다. 이제 더 어려워질 듯 하다. 낙찰업체들이 내는 임대료는 결국 인천공항 이용객들의 지갑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면세점과 은행·환전소, 상업시설에 대한 입찰을 지난 11일 모두 마무리했다. 입찰 기간만 3개월 걸렸다.
지난 11일 105중 추돌사고가 발생한 인천공항 고속도로 영종대교
면세점 등 3개 분야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매년 거둬들 일 임대료는 1조489억원이다. 지난해 공항공사는 3개 분야에서 6965억원의 연 임대료를 받았다. 올해부터는 무려 3534억원이 추가로 걷히는 셈이다. 계약기간은 면세점은 5년, 은행은 4년, 상업시설은 4년에 추가 3년이다.
이번 인천공항 입찰은 예상했던 대로 ‘쩐의 전쟁’이었다.
연 매출 2조원의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은 겉으로 보면 호텔롯데가 웃은 셈이다. 이른바 ‘돈 질’을 통해 신라가 갖고 있던 탑승동A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는 겉만 화려할 뿐 내상이 깊다.
제2기 입찰 때 빼앗겼던 향수·화장품을 되찾와 왔지만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4개 구역에서 낼 임대료가 무려 5060억원이다.
인천공항 입찰 전·후 임대료 가격비교(억원)
구분 입찰전 업체 임대료 | 입찰 이후 업체 임대료
상업시설 아모제, 워커힐 등 6곳 242 | CJ푸드빌, 아워 홈 등 5곳 470
은행 외환, 신한, 국민, 하나 573 | 외환·우리·신한 1109
면세점 롯데, 신라, 한국관광공사 6150 | 롯데, 신라, 신세계, 참존 8910
롯데는 2007년때 향수·화장품을 신라에게 빼앗겼다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에게 추궁을 들었다는 소문도 있다. ‘향수·화장품=롯데’인데 이를 신라에 넘겨줬으니 그럴만도 하다. 때문에 롯데는 제2기 입찰 이후 여객터미널 서측에 향수·화장품 사업권을 갖고 있던 애경면세점을 인수했다.
이번에 롯데가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향수·화장품 사업권을 차지하고, 탑승동A까지 차지했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롯데가 너무 과욕을 부려, 과연 임대료나 제대로 낼 수 있을지 한 켠으로 걱정을 하고 있을 정도이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면세점 거리
호텔신라는 여객터미널 서편에서는 향수·화장품을, 동편에서는 주류·담배, 패션·잡화 등 3곳의 사업권을 따 냈다. 외국항공사 전체가 몰려 있는 탑승동A를 롯데에게 빼앗겼지만 그래도 선방한 셈이다.
신라는 여객터미널 동편 향수·화장품에 1240억원, 여객터미널 서편 주류·담배에 650억, 여객터미널 동편 패션·잡화에 800억 등 2690억원을 썼다.
그런데 롯데는 여객터미널 동편 향수·화장품에 1630억원, 여객터미널 동편 주류·담배에 880억, 여객터미널 중앙 피혁·패션에 930억원 등 3440억원을 썼다. 롯데가 상대적으로 좋은 위치라고 할 수 있지만 신라와 똑같은 3개 구역에서 750억원을 더 내야 한다.
롯데는 향수·화장품과 주류·담배 등 모든 품목을 판매할 수 있는 탑승동A도 1620억원을 적었다.
롯데는 이번 입찰로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롯데가 지존’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면세점 입찰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신세계의 인천공항 입점이다. 인천공항 개항 이후 14년 동안 있었던 공기업 한국관광공사는 탈락하고, 여객터미널 서편에 신세계가 차지한 것이다.
그러나 신세계는 면세점 주요 품목인 향수·화장품과 주류·담배를 못 팔고, 패션·잡화에 그쳐 롯데와 신라의 아성에 도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3층 상업시설
중소·중견업체로는 참존이 여객터미널 중앙에서 향수·화장품·잡화를 팔게 됐다. 참존은 임대료로 320억원을 써 냈다. 중견기업으로선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이번 중소·중견기업 입찰에는 4개 사업권에 참존을 비롯해 시티플러스와 하나투어 등 11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룬 에스엠이즈듀티프리, 대구 그랜드관광호텔, 음식점 경복궁을 운영하는 엔타스, 동화면세점 등 6곳이 참여했다.
그러나 ‘알짜’인 향수·화장품에만 몰리고 다른 곳에는 입찰 보증금을 내지 않아 3곳이 유찰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재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새로 인천공항에 입점 할 4개 면세점이 내야 할 연 임대료는 8910억원이다. 공항공사는 당초 6700억원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2200억원이 더 걷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중소·중견에게 배당된 3곳이 재입찰을 하게 되면 최소 500∼600억원 이상이 추가 돼 95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공항은 항공기 이·착료 등 항공수익보다는 면세점 등 부동산 임대료로 1조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화물터미널과 국제업무지역 등 다른 곳에서도 많은 임대료를 받고 있어 이러다 공항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부동산 재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인천공항 은행·환전소 입찰에서는 국민은행이 탈락하고, 외환은행과 신한은행에 이어 우리은행이 재진입했다. 3개 은행이 낼 연 임대료는 1109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573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외화은행은 무려 572억원을 적었고, 우리은행은 301억원, 신한은행은 236억원이다. 외환은행은 인천공항과 영종도 등에서 대출업무를 많이 하고 있다고 하지만 너무 높은 임대료를 썼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여객터미널 72개 식음료업체로는 CJ푸드빌과 아모제푸드, 이씨엠씨, 아워 홈, 파리크라상 등 5곳이다. 기존 상업시설이 낸 임대료는 242억이었으나 이번엔 470억원으로 높아졌다. 아쉬운 것은 지난 14년동안 여객터미널 4층에서 음식점을 했던 워커힐호텔이 탈락한 것이다.
이번 인천공항 입찰의 특징은 동종 업체간 과열 경쟁으로 임대료가 껑충 뛴 것이다. 지금도 인천공항 식·음료값과 환전 수수료는 시중보다 비싸다.
이번 입찰로 인천공항의 판매가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임대료뿐만 아니라 낙찰업체들은 각자 자신의 입맛에 맞게 매장을 전면 리모델링하고 있다. 이 비용도 크다. 기업은 이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기업이 자신의 자산을 털어 임대료를 내지는 않는다. 결국 인천공항 이용객들의 주머니를 털 것이 분명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번 입찰은 가격(40%)보다는 사업제안서(60%)에 비중을 뒀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조달청의 최고가 입찰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한 해 4500만명이 이용하는 한국의 관문이라는 홍보효과 때문에 업체들은 과열경쟁이 벌인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임대료가 판매가와 연계되지 않도록 가격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이 오래갈지 지켜봐야 겠다.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경쟁률 및 가격
사업권 낙찰자 면적(㎡) 위치 취급품목 경쟁률 낙찰가격(억원)
1사업권 호텔롯데 1324 여객터미널 동편 향수·화장품 2대1 1630
2사업권 호텔신라 1106 여객터미널 서편 향수 화장품 5대1 1240
3사업권 호텔롯데 506 여객터미널 동편 주류·담배 3대1 880
4사업권 호텔신라 486 여객터미널 서편 주류·담배 4대1 650
5사업권 호텔롯데 2068 여객터미널 중앙 피혁·부띠크 3대1 930
6사업권 호텔신라 1909 여객터미널 동편 패션·잡화 3대1 800
7사업권 신세계 2856 여객터미널 서편 패션·잡화 3대1 840
8사업권 호텔롯데 4953 탑승동A 전체 전 품목 3대1 1620
11사업권 참존 234 여객터미널 중앙 향수·화장품·잡화 4대1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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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참가 면세점-대기업군= 롯데, 신라, 신세계, 한국관광공사, 태국의 킹파워
* 중소·중견=참존, 시티플러스, 에스엠이즈듀티프리, 그랜드관광호텔, 엔타스, 동화면세점
*중소·중견기업 배분 9·10·12 사업권은 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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