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을 관리·운영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배드민턴 대회나 임직원 송년회 등도 외부에 맡겨 진행하는 등 용역을 남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주한 용역 중 40%는 각종 이유 등으로 수의계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충북 청주시흥덕구)과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가 2021년부터 2024년 4월까지 발주한 용역은 모두 603건에 4555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137건에 671억원, 2022년 164건에 1272억원, 2023년 190건 1166억원, 올해는 지난 4월까지 112건1445억원이다.
발주된 용역은 일반경쟁·제한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그러나 유찰과 1인 공급자, 여성기업, 중증장애인생산시설 등 각종 이유로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이 40%인 243건이다. 수의계약 금액도 1267억원에 이른다. 현행 국가계약법에는 원칙적으로 2000만원 이상의 수의계약을 금지하고 있다.
인천공항 관리·운영을 위한 기술·운영 관련 용역은 직접 할 수 없어 전문기관에 의뢰할 수 있다. 하지만 불필요한 용역도 발주했다.
지난해 6월 인천공항 전국 배드민턴 동호회 대회 대행 용역을 2억9356억원에 맡긴 것을 포함해 같은 해 6월 지역상생발전방안 수립 용역도 5230만원에 발주,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지난해 5월 인천공항 운영과 상관이 없는 대한 외국인 초청 토크콘서트 행사 대행 용역도 4630만원에 발주해 수의계약했다. 지난해 7월에는 인천공항 상생협력 등반대회 대행 용역도 4800만원에 수의계약을 체결했고, 같은해 8월에는 임직원 송년회 기획·연출 용역을 4700만원에 수의계약으로 맡겼다.
대한 외국인 초청 토크콘서트 행사 용역과 인천공항 상생협력 등반대회 대행 용역, 임직원 송년회 기획·연출 용역은 모두 같은 특정업체가 수의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특정업체는 항공화물 누적 5000만t 처리 기념 행사(4800만원), 제2회 가을밤, 자유무역지역 가족 영화제(5150만원), 2023 어린이날 기념 초청행사(5270만원), 공항운영 완전 정상화 선포 기념행사(4050만원), 2024 어린이 사생대회(4450만원) 등 8개 용역을 수주했다. 8개 용역 중 7개는 ‘여성기업’이라며 수의계약했고, 2024 어린이 사생대회 1개만 제한경쟁입찰로 수주했다.
이 밖에 지난 3월 모·자회사 관리자 시너지 워크샵 대행 용역을 4050만원에 수의계약으로 체결했고, 지난 4월에는 2024 임직원 가족의날 행사 대행 용역을 5390만원, 저연차 직원 역량진단 및 그룹코팅 용역을 4554만원에 발주해 수의계약했다. 또 공항가족 한마음축제 행사대행 용역도 5억837만원에 발주했다.
아직까지 개발 방향도 확정되지 않은 채 15년째 방치된 오성산(88만214㎡)에 대해서는 비슷한 용역이 발주됐다. 지난해 6월 12억원에 오성공원 조성계획수립 및 기본실시설계용역이 발주됐고, 지난 3월에는 오성산 관광자원화 기본구상 수립 및 사업성 검토 용역이 7억7500만원에 발주됐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3월 오성공원 진입도로 조성공사 재해영향성 검토 및 소규모 재해영향평가 용역도 5135만원에 발주했다.
현 이학재 사장이 취임하면서 제1여객터미널 장기주차장에 조성하려던 인천공항 랜드마크 개발 계획도 수정하고 있다. 아직 랜드마크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6월 랜드마크 개발사업 교통검토 용역을 5115만원에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앞서 2021년 7월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랜드마크 콤플렉스 개발계획 수립 및 사업성 분석 용역을 8억5589만원에 발주한 바 있다. 특히 인천공항공사는 2021년 밑그림을 그렸던 랜드마크를 수정해야 한다며 새로운 용역을 발주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폐기될 처지에 있는 용역도 있다. 2022년 9월 4억1697만원에 계약된 ‘글로벌 미술관 분관 유치 관련 타당성 분석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은 막대한 비용 등으로 현실성이 거의 없어 사실상 중단됐다
회계법인들은 재무나 회계, 채권, 세무 관련 수주 이외에 인천공항에서 발주한 다양한 용역을 수주하고 있. 통합 시설관리체계 구축전략 수립 용역(2억5636억원), 글로벌 미술관 분관 유치 관련 타당성 분석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 식음 및 서비스 사업권 구성 컨설팅 용역(4억2936만원), 자유무역지역 중장기 운영체계 효율화 용역(7억6000만원), 인천공항 면세사업 상생전략 수립 용역(3억8500만원), 인천공항 미래경쟁력 강화방안 수립 용역(6억6000만원), 인천공항 비즈니스항공단지(FBO) 종합개발전략 수립 용역(5억5000만원) 등이다.
인천공항공사 임원이 퇴직한 뒤 재취업한 건축사무소인 유신과 희림의 용역 수주금액도 상당하다. 유신은 활주로 전면재포장 건설사업관리(29억3480만원), 첨단복합항공단지 개발(1단계)부지조성공사 건설사업관리(30억5360만원), 제2활주로 재포장 및 고속탈출유도로 시설공사 건설사업관리(51억4899만원), 인천공항 화물기정비계류장(1단계) 시설공사 건설사업관리(48억7179만원), 인천공항 태양광 개발사업 설계(15억1623만원) 등을 수주했다. 희림도 제1여객터미널 시설서비스 개선 건설사업관리(7억3894만원)와 자원시설 개선사업 건설사업관리(9억3841만원), 인천공항 식물원 및 업무지원센터 건축기획(1억4300만원)을 수주했다. 특히 제1여객터미널 종합개선사업 설계(519억3338만원)는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인천공항의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가 흑자금액이 많다 보니 직접해야 할 것도 용역을 발주하는 것 같다”며 “용역 결과가 도출되면 제대로 적용하는지.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연희 의원은 “각종 이유로 수의계약이 40%가 넘는데다, 많은 것을 용역에 의존하는 것을 보면 인천공항공사가 방만 운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관련 규정과 절차를 준수해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활발하게 다양한 분야의 업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용역 발주가 증가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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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 1900여명의 직원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공항 전문가로 꼽힌다. 바다를 매립해 2001년 개항한 인천공항을 건설·운영하고 인천공항을 세계 최고 공항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는 건설·운영 경험을 토대로 쿠웨이트 제4터미널을 위탁 운영하고 있고, 인도 바탐공항과 필리핀 아키노공항, 베트남 롱탄신공항 등 전 세계 공항에 투자개발과 운영·기술지원, 마스터플랜,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지만, 한국에서는 인천공항 관리·운영과 관련된 연구용역은 대부분 외부에 맡기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공사에는 2010년 설립된 ‘공항산업기술연구원’이 있지만, 실적은 미흡하다. 공항산업기술연구원은 공사 관련 핵심정책 연구개발 과제 발굴과 선정·수행, 중장기 정책연구 계획 수립, 중장기 기술 R&D 계획 수립 및 시행, 동반성장 사업, 정부 정책연구과제 사업 제안 및 수주 등을 맡고 있다. 원장을 포함해 42명으로 조직된 기술연구원은 전문연구원만 19명에 이른다.
공항산업기술연구원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발표한 연구과제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에 따른 인천공항 영향, 스마트 통합관제 플랫폼 구축전략 및 기반정책 수립 용역 등 모두 54건이다. 2021년 24건, 2022년 19건, 2023년 11건이다.
공항산업기술연구원이 2015년부터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의 연구과업 32건에 참여해 수주한 연구비는 212억원이다.
인천공항에는 또 임금피크 등에 따라 별도의 독립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전문위원이 15명 있다. 또한 연구분석직을 수행하는 전문관이 4명, 교수직 등을 수행하는 전문교수도 8명 있다. 이들은 인천공항 건설과 운영에 참여한 전문가들이다. 모두 1억원이 훨씬 넘는 연봉을 받고 있지만 특별한 업무는 없다.
인천공항의 한 관계자는 “현 이학재 사장은 늘 최고의 공항 전문가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영광이란 말을 한다”며 “인천공항산업기술연구원과 전문위원, 전문관, 전문교수들을 잘 활용하면 이렇게 용역을 남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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