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의 2030년 청사진이 나왔다.
지난 4월 취임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인천공항을 세계 1위 공항을 도약시키고, 매출 5조원에 국민경제 기여도 55조원, 고용창출 기여도 101만 명을 목표로 ‘인천공항 비전 2030 선포식’을 9월2일 가졌다.
또한 인천공항 연간 이용객이 1억2000만 명으로 초격차 공항을 만들고, 공항을 신성장거점이 되는 공항경제권을 육성해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밝혔다.
이를 위해 ▲미래를 여는 신성장 산업 육성 ▲세계를 잇는 동북아 허브 ▲4차산업을 융합하는 공항운영 혁신 ▲무결점의 안전한 공항 ▲더불어 성장하는 지속가능 경영 등 5대 전략에 15대 전략과제를 도출했다.
첫 번째 미래를 여는 신성장 산업 육성엔 인천공항에 항공·관광·물류·첨단산입이 융합된 ‘한국형 공항경제권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에 첨단산업(경박단소형 첨단 조립·가공·제조 클러스터, 바이오, 신소재) 등의 글로벌 제조사의 공급망을 구축해 동북아 최대 규모의 첨단산업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2030년까지 스타트업 기업 100개를 육성하는 ‘한국형 실리콘 밸리’를 조성하고, Fedex, UPS, DHL 등 글로벌 3대 특송사의 아·태지역 허브를 포함해 공항적합업종인 글로벌 100대 기업을 인천공항에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 세계를 잇는 동북아 허브도시는, 현재 인천공항 취항도시 180개를 아시아(106개→150개), 유럽(25개→45개), 북미(15개개→30개), 중동(4개→12개), 남미(2개→8개), 아프리카(1개→5개) 노선을 늘려 2030년엔 250개로 거미줄 같은 항공망을 구축해 연간 1억2000만명이 이용하는 초대형 메가허브 공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한 철도(제2공항철도) 노선 확대와 버스노선 다각화 등 접근교통체계를 늘려 24시간 공항운영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국제공항협의회(ACI)의 국제항공운송지표(Airport Throughput Units) 기준 세계 1위 공항으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국제항공운송지표는 전세계 공항의 항공운송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여객+화물(t)X+운항(편)X100’로 산출한다.
세 번째 4차산업을 융합하는 공항운영 혁신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loT) 등 4차 산업혁명기술을 융합해 인천공항의 운영절차를 개선하고 혁신적인 고객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출입국 절차에 생체 정보 인식과 AI에 기반한 X-레이 검색, 터널형 보안검색 등으로 현재 평균 45분의 출국시간을 2030년엔 25분 수준으로 2배 가량 낮춘다는 계획이다.
네 번째 무결점의 안전한 운항은 항공기 사고 및 보안사고·중대재해 ZERO을 달성하는 등 인천공항의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더불어 성장하는 지속가능 경영은 품질이 인증된 중소기업 제품과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테스트베드이자 인큐베이터 역할을 충실히 해 동반성장과 공정경제 구현에 앞장서갰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발표에는 인천공항 5단계 확장 계획도 포함됐다.
구 사장은 홍콩 첵랍콕이 2024년 1억1000명, 싱가포르 창이공항이 2030년 1억3500만명, 북경 서두우공항이 1억명 등 경쟁공항의 개발계획에 맞춰 인천공항도 항공수요에 맞게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23년까지 4단계 건설공사가 완공되면 인천공항이 연간 1억명을 처리할 수 있지만 이는 2030년이면 포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2021년쯤 5단계 사업 검토를 위한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거쳐 2023년이나 2024년쯤 5단계 확장사업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항공법에 따라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은 5년마다 수립한다.
인천공항 5단계는 스카이 72 골프장 중 바다코스가 있는 곳에 제5활주로를 건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부에서는 제5활주로는 일반 활주로가 아닌 화물터미널 전용 활주로가 타당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제8대 인천공항 사장인 구 사장의 포부는 이해한다. 인천공항은 새로운 사장이 취임할 때마다 비전을 수립하고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장 ‘공항 경제권’은 인천국제공항공사 혼자서는 할 수가 없다. 모든 유관기관들이 참여해도 성과 내기가 쉽지 않다.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항공정비단지(MRO)의 조성에 구 사장이 단초만 꿰도 성공이다. 특히 실리콘밸리 조성이나 동북아 최대 규모의 첨단산업 허브 조성은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글로벌 3대 특송사의 아·태지역 허브 유치는 인천공항 개항 때부터 추진됐다.
항공사 유치나 항공 노선 확대도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역할이 아닌, 항공사가 수익성이 있어야 항공기를 띄운다.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한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은 좋지만 실현성 없는 허무맹랑 발표는 안하니만 못하다.
구 사장이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만큼 이 부분부터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인천공항의 모든 개발사업과 운영기술은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끼어들 틈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공항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운영에 적용했다는 소식이 빨리 들려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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