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사장 선임이 밀실에서 ‘깜깜이 인사’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개 모집을 하고 있지만 사전에 내정해 놓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무늬만 공모제’라는 지적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임원추천위원회(이하·임추위)는 지난 3월부터 7개월째 공석인 인천공항 사장 선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사장 후보자 39명이 지원했지만 적격자가 없어 이번달 재공모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 교통센터
지난 5일부터 19일까지 재공모에는 30여명이 응모했다. 이중 서류 전형으로 국토교통부 출신의 이영근 전 인천국제공항사 부사장과 정일영 국토부 전 항공정책실장, 박완수 전 창원시장, 윤학수 전 공군 중장, 최주현 전 삼성에버랜드 사장,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고문 등 6명이 지난 24일 서울 63빌딩에서 면접을 봤다.
이 중 이영근씨와 박완수씨, 최주현씨, 윤영두씨 등 4명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됐고, 기재부는 4명 중 2∼3명이나 아니면 4명 모두를 청와대에 올리고, 인사검증 과정을 거쳐 최종 최종 인천공항 사장을 선정한다. 보통 인사검증에 2주가 걸리는 만큼 10월 중순쯤 사장이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천공항 사장 선임 과정을 지켜보면 철저히 비밀로 진행되고 있다. 다른 공기업 사장도 마찬가지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임추위는 사장 공모에 몇 명이, 누가 지원했는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공항공사 사장 등 임직원들도 전혀 모른다. 몇몇 극소수 직원과 국토부 등 정부 핵심 관계자에게만 보고된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사전에 내정해 놓고 진행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월 강원도지사 출마를 위해 사임한 정창수 전 사장은 정부가 사전에 인천공항 사장으로 내정해 놓고형 절차를 밟고 있다가 임추위가 면접 대상에서 탈락시키자 귀가하던 임추위원들을 재소집해 면접 대상자에 포함시킨 웃지 못 할 진풍경도 있었다.
인천공항 사장과 부사장은 그동안 국토부 인사로 채워졌다, 조우현, 정창수 전 사장과 이필원, 정덕모, 이영근 부사장 등은 모두 국토부 차관과 국장 출신들로, 소위 ‘관피아(관료+마피아)’ 들이다.
‘관피아’와 ‘내정자’를 두고 전형을 진행하니, 정부는 겉으로는 공정·투명성을 전제한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국민들을 속이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면세점
특히 이번 인천공항 사장을 뽑는 임추위(인천공항 비상임이사 + 외부전문가)들은 이번 사장 선임과정에서 ‘보안각서’까지 썼다고 밝혔다. 보안각서는 이번만 쓴 것이 아니라 다른 공기업 임추위원들도 마찬가지이다.
한 임추위원은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알지만 전형 절차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기로 보안각서를 썼고, 누설하면 처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추위원은 “정부는 공모제라는 껍데기로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며 “차라리 공모제를 하지 말고 과거처럼 성향에 맞는 인물을 청와대에서 지명하는 게 낳을 듯 싶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의 한 직원은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4만여 상주직원들은 인천공항 사장에 누가 지원했고, 누가 될지 관심이 매우 높고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무늬만 공모제를 없애고, 진짜 국민들이 알 수 있는 투명한 공모제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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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사장 후보자 평가
인천국제공항공사 임원추천위가 인천공항 사장 후보로 압축한 추천한 4명의 후보자에 대해 나름대로 평가를 해 보겠다.
먼저 얘기하자면 임원추천위가 인천공항의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관피아, 정피아(정치인+마피아) 이외에도 인천공항에는 많은 현안이 있고, 이는 각종 이해 관계가 맞물려 있다.
우선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고문을 사장 후보로 추천한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윤 고문이 인천공항 사장이 되는 것을 대한항공이 가만히 보고만 있겠는가. 우리나라 초대 국적항공사는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은 옛부터 한국의 항공정책을 짜는데도 깊은 관여를 해 왔다.
특히 인천공항에도 큰 현안이 있다. 인천공항 3단계로 건설중인 제2여객터미널을 국적항공사 중 한 곳을 전담 터미널로 줘야 하는데 공항공사는 아직 어떻게 할지 모른채 갈팔질팡하고 있다. 설계때부터 선정하려 했으나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이 서로 자기가 사용하겠다고 다퉈 연기됐다.
지금도 선정을 하려 하고 있지만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공항공사가 양 항공사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 윤 고문이 사장이 된다면 대한항공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전경
최주현 삼성에버랜드 전 사장도 윤 고문과 비슷하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이다. 삼성에버랜드의 고문은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신라호텔의 이부진 사장이다. 인천공항에는 1조원이 넘는 초대형 면세점 입찰이 이르면 10월 입찰 공고가 날 지도 모른다.
업무의 직접적 연관성은 없더라도 국내 면세점 업계 1.2위를 다투는 롯데와 신라가 맞붙을 수 있다. 롯데는 무조건 최 전 사장을 안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제1여객터미널 입찰과 탑승동A, 그리고 2018년초 개장할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에도 공정성이 담보된다고 말은 하지만 인천공항 사장의 입김은 무시할 수 없다.
이영근 인천국제공항공사 전 부사장은 국토부의 퇴직 관료로 인천공항에 왔다. 관피아인 셈이다. 그리고 이 전 부사장은 지난해 정창수 전 사장과의 경선에서 이미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또한 1차 응모때도 떨어진 바 있다. 공모할 때마다 원서를 넣고, 접수한 서류도 옛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임추위가 계속 후보자로 올리는 이유를 모르겠다. 애초 ‘인천공항 사장감’ 이었으면 “사장으로 이 사람이다”라고 해야 하는데 변죽만 올리고 있다.
박완수 전 창원시장은 ‘정피아’이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정창수 전 인천공항 사장과 동기이다. 3선의 창원시장에 경남도지사에 출마했다가 홍준표 현 경남지사에게 경선에서 패배했다. 이번 공모에서 가장 신선한 인물이다. 박 전 시장이 인천공항 사장에 임명된다면 새누리당의 ‘보은(報恩)인사’로 규정될 것이다. 특히 박 전 시장은 큰 관료조직은 이끈 행정 경험은 풍부하나 공항·항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비전무가이다.
4명의 후보자 중 누가 인천공항 사장이 될지 모르지만 인천공항 안팎에서는 이들 모두 장·단점이 있어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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