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핵심시설인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주)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9일 서울지방항공청으로부터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매매가는 1986억원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은행으로부터 돈을 차입해 납부할 계획이다.
공항공사는 다음주 중순쯤 입찰공고를 낼 계획이다.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한국공항의 운영권이 8월13일 종료됨에 따라 8월14일까지 새 사업자를 투입,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공항공사의 입장이다.
공항공사는 급유시설 운영권 입찰을 상업시설 입찰에 준한다고 밝혔다. 상업시설의 입찰은 보통 2∼3개월 걸린다. 공고기간은 보통 2주이다. 사업설명회와 입찰 참가업체들이 제안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항공사는 긴급입찰을 하면 가능하다고 밝히지만 3주만에 업체를 선정하는 것을 시간·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운영권은 3년에 추가 2년이다.
공항공사가 밀어붙인다면 대한한공을 염두에 둔 특혜 의혹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주)을 10년 넘게 운영하고 급유시설의 수익성과 시설 등을 면밀히 파악하고, 운영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기업은 현재로서는 대한항공뿐이다.
대한항공도 깊은 고민에 빠진 것 같다. 인천공항 민영화의 첫 신호탄으로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주)이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급유시설의 민영화를 추진한 배후에는 대한항공이 있었다는 것은 인천공항 주변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공항공사는 당초 2000억원을 주고 살 생각도 없었으며 국가에서 위탁운영하면 직접 운영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에 운영권을 넘기라고 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입찰에 참여해 낙찰자가 대한항공으로 선정된다면 대한항공은 향후 국정감사때나 민영화 논란 때마다 입방아에 오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대한항공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불편하다. 인천공항급유시설은 조양호 회장이 이사로 등록돼 매년 1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데다 한진그룹 쪽으로 사회공헌차원에서 10억원 정도의 기부금이 들어갔다.
무엇보다 대한항공이 급유시설에 몰두하는 것은 항공기의 안정적인 운항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인천공항 항공기 운항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급유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해야 운영에도 지장이 없다.
그래서 대한항공이 시름하고 있다. 입찰에 참가해 낙찰자가 되면 예정된 수순이라며 특혜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고 참가를 안하면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있을 까봐 두려울 것이다. 그리고 다 된 밥을 다른사람에게 준 꼴이 된다.
인천공항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입찰에 참가하겠지만 낙찰자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입찰이 진행되더라도 부메랑이 워낙 강해 대한항공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특히 공항공사는 임대료 등을 최고가로 써낸 업체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 2000억원을 주고 국가로부터 급유시설을 매입했으니 이자도 내야하고, 급유시설이 벌어들인 매년 50∼60억원의 수익도 챙겨야 된다.
다음주 입찰 공고가 나가고 낙찰자가 누가 선정되는지 지켜볼 일이다.
일부에서는 특혜 의혹 해소를 위해 긴급 입찰공고를 내지 않고 2~3개월에 걸쳐 업체를 선정할 것이란 얘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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