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지분 매각에 대해 국민들과 정치권에서 반대 여론이 거센 가운데 정부가 인천공항 민영화에 첫 단추를 끼웠다.
민자사업기간이 8월13일 종료돼 국가로 귀속되는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주)를 정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2000억원에 매각한 뒤 소유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갖고, 운영권은 다시 민간에 넘기려 하고 있는 있다.
국토해양부 산하 서울지방항공청은 지난 6월 한국감정원에 감정, 의뢰한 대한항공이 운영하고 있는 인천공항급유시설(주)의 매매가격을 지난 5일 인천공항공사에 통보했다. 감정가는 배관과 탱크 등 시설물은 20년간 사용비로 617억원, 반영구적인 영업권은 1368억 등 1986억원이다.
서울지방항공청으로부터 감정가를 통보 받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국가공인기관인 한국감정원에서 값을 산정한 만큼 ‘검증’ 절차 없이 오는 11일 이사회 심의를 거쳐 반대가 없으면 인수할 예정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사회는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 등 모두가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 이사회는 형식적인 심의만 거칠 가능성이 높다. MB정부가 곳곳에 낙하산 인사를 채웠고, 지금껏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사회는 반대 보다는 찬성 등 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거절하더라도 인천공항의 주주는 100% 국토해양부이다. 정부의 방침에 누가 반기를 들 수 있겠는가.
정부의 인천공항 급유시설 매각 방안과 한국감정원이 급유시설의 감정가를 산정한 사정표(경향신문이 단독 입수했다)
정부는 이사회에서 승인이 나면 이번주 급유시설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수 뒤 곧바로 긴급 입찰공고와 함께 사업설명회, 제안서 접수 등을 통해 8월14일까지 속전속결로 새 사업자를 선정, 운영권을 넘긴다는 방침이다. 보통 입찰은 2주간 공고 기간과 사업설명회 등 최소 두 달은 걸린다. 이처럼 매매 계약과 입찰을 서두르는 것은 인천공항 민영화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과 국회에서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의 한 관계자는 “당초 공항공사는 매매계약도 체결하기전에 입찰 공고를 내려고 했지만 노조가 법적인 절차 등 위법성을 걸고 나오자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입찰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아마 100% 사실일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새 사업자 선정은 입찰을 통한 ‘민간 임대’로 결정됐다. 한 관계자는 “국토부는 자율적 판단에 의해 공개경쟁, 투명하게 선정하라고 지침을 내렸지만 특정업체(대한항공)를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인천공항공사는 급유시설의 소유권이 넘어오면 직접 운영이나 자회사 설립 등 공영화를 검토했다. 그래서 2008년 314억원을 들여 급유배관 21㎞를 설치했고, 내년 8월까지 300억원을 추가로 투입헤 항공유 탱크 등을 직접 짓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물거품됐다.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정부의 한 마디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은 “2000억원을 들여 인수할 시설을 민간에 다시 넘기라는 것은 인천공항 민영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자율적 판단 운운하지만 자회사나 직영을 제외한 민간사업자에게 다시 주라는 내부 지침을 준 것으로 밖에 이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흑자기업이라고 하지만 한 두푼도 아니고 무려 2000억원을 들여 사들 일 급유시설을 한달 남짓만에 민간에 넘기는 공항공사의 속 사정을 더욱 복잡할 것이다. 이는 인천국제공항공사 경영진이 말로는 독자성을 외치지만 국토부에 얽매여 있고, 낙하산에다 무능하기 때문이다. 이사회 역시 11일 이사회에서 어떻게 처리 할지도 불 보듯 하다. 보류나 심의 연기를 할 수 도 있겠지만 나중에는 결국 승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인수 반대를 한다면 이는 인천공항 역사에 남을 일이다.
국토부는 ‘인천공항 급유시설 매각 추진방안’이란 문서에서 항공기에 기름을 넣는 급유시설은 국제항공안전과 직결되는 ‘필수 공공시설로 규정했다. 그러면서도 공영화가 아닌 민간에 운영권을 넘기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참 궁금하다. 정부에 돈이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로비를 받아서 일까. 아니면 정말 정부가 알짜배기 기업을 대기업에게 넘기려는 것일까.
하늘에서 본 인천공항 탑승동과 여객터미널 전경
공항공사의 입찰 공고를 봐야겠지만 새 사업자는 100억 이상의 보증금과 3년 이상 동종 업계 경력으로 한정 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해당되는 업체는 현재 급유시설을 운영하는 대한항공과 김포공항 급유시설을 맡고 있는 한국공항공사 등 국내에 몇 곳 안된다. 항공안전에 직결되는 필수시설이기 때문에 정부는 최소한의 자존심과 양심이 있다면 외국업체에는 넘기지 않을 테니까.
정부는 민간사업자에게 이중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형평성 논란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등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다 14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던 인천공항에너지(주)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0원’에 인수하게 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막대한 부채를 떠 안았다. 하지만 급유시설은 다르게 처리하고 있다.
매년 50∼60억의 흑자기업인 급유시설은 영업권까지 합쳐 2000억원에 매각해 돈을 환수한 뒤 다시 민간에게 주려는 것이다.
공항공사에 통보된 인수가격도 논란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인천공항 민자시설 처분방안 연구’ 용역보고서에서 급유시설 매매가를 1600억원으로 산정했지만 한국감정원은 400억원 넘게 책정했다. 6개월만에 가격이 오른 것이다. 특히 영업권이 1368억원이나 되는 돈을 주고 사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영업권을 빼앗아 민간에 주려고 한 것이다.
국토부는 여전히 같은 답이다. “매매계약이 체결되면 급유시설의 운영권자 선정은 공항공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것이다.
정부는 급유시설을 민영화시킨 뒤에는 인천공항 지분 매각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 같다. 기부채납된 시설을 공항공사에 손쉽게 2000억원에 팔아 챙길 수 있었으니 ‘민영화쯤이야’란 자만심을 가질 수 도 있다. 여전히 국민들의 여론을 거들떠 보지 않고 있으니.
<10일 이사회 상황>
10일 열린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사회에서도 급유시설(주)의 민영화가 논란이 됐다.
당초 이사회는 간단하게 급유시설 인수결정과 함께 민간 운영자 사업에 대해 가결이 예상됐으나 4시간에 걸쳐 격론이 오갔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채욱 사장 등 상임이사 6명과 이영혁씨 등 비상임이사 7명은 10일 오후 2시30분부터 이사회를 열고 급유시설(주)의 인수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날 이사회는 오후 6시까지 이어졌다. 이사회에서는 정부가 급유시설을 2000억원에 팔고, 다시 한 달만에 운영권을 민간에 넘기라고 지침을 내리는 것에 대한 절차적 문제 등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이사회가 이처럼 신중한 논의를 하는 것은 인천공항 민영화와 직접 연관돼 있고, 국민들의 여론도 집중됐기 때문에 신중한 입장을 표한 것 같다고 한 관계자는 밝혔다. 논란끝에 이사회는 11일 오후 4시 속개하기로 했다.
이사회에 앞서 공항공사 노조는 이사회장 앞에서 “200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급유시설(주)을 인수한 뒤 다시 민간사업자를 선정하려는 것은 인천공항을 편법적으로 분할 매각하는 민영화와 다름없다”며 항의했다.
특히 노조는 “이사회가 급유시설(주) 인수를 결정하고, 민간에 운영권을 넘긴 뒤 입찰과 운영 과정에서 공항공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이사진들을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사회의 급유시설(주) 인수 가부에 결정에 따라 인천공항 민영화도 갈림길에 놓여 있어 11일 속개되는 이사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일 이사회 상황>
국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 핵심시설인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주)이 민영화의 길을 가게 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사회가 급유시설를 서울지방항공청으로 인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인천공항 안팎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정부의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진 이사진들은 거수기에 불과하다며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이사진에는 교수도 포함돼 있고, 노조에는 향후 배임 혐의로 고발도 검토하고 있어 후폭풍도 예상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사회는 지난 10일 회의에 이어 11일 서울의 팔레스호텔에서 서울지방항공청이 통보한 급유시설(주)를 1986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0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절차 문제 등으로 4시간 동안 논의하면 신중한 입장을 보여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속개된 이사회도 4시간이 지난 8시가 넘어서까지 설전이 벌어졌지만 이사회는 급유시설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급유시설은 공항공사가 인수한 뒤 민간에 넘어갈 전망이다. 서울지방항공청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르면 이번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다음주 긴급 입찰을 통해 민간사업자를 선정하는 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 핵심시설에 대한 민영화의 길을 터 준 이사회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사회는 상임이사 6명과 비상임이사 7명 등이다. 비상임이사들은 교수와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사회지도층들이다. 이들은 결국 국민들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천공항 민영화에 찬성하는 거수기가 된 셈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상임이사들은 전문직종을 갖고 있으면서도 공항공사에서 매월 250만원의 월급과 함께 한 번 회의때마다 50만원의 회의 수당을 받고 있다.
공항공사 노조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이사진들은 돈 몇 푼에 자신들의 영혼을 판 사람들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공기업이 한 마디 말도 못하고 따라야 해 굴욕적이고 모욕적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사회에는 급유시설 인수에 대해 설전과 진통을 겪었지만 조정을 통해 전원 합의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비밀투표나 거수를 통해 찬반을 묻지도 않았다. 이사회 전체가 한 통속이 된 것이다. 비상임이사들은 정부와 집행부의 일방적이 정책에 대해 비판과 견제의 역할을 하는 역할이지만 전원 합의가 됨에 따라 비상임이사의 존재 가치가 없어졌다. 상임이사들은 정부에 의해 임명되고 연봉을 받아 어쩔 수 없다지만 비상임이사들은 그들 만의 역할을 해야만 했다.
특히 이사회가 끝난 뒤 저녁식사 자리에는 인천공항 민영화를 주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직원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이미 알려진 듯 정부가 주도한 것이 명백해 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사회 명단
상임이사-이채욱 사장. 이영근 부사장, 오항균 감사, 최홍열 영업본부장, 이동주 경영지원실장, 이상규 시설본부장.
비상임이사-이영혁 한국항공대 교수(이사회 의장), 김창수 법무법인 구덕 변호사, 권세호 삼영회계법인 전무, 임좌순 호서·건국대 초빙·겸임교수, 장종식 전 서울지방항공청장, 김동진 한국위기관리연구소(사)연구위원, 홍성칠 법무법인 로직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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