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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불투명 시트로 가린 인천공항

by terryus 2012. 8. 7.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는 통유리만 3만9000여개에 이른다. 통유리는 외부는 물론 내부도 볼 수 있고 여객터미널 내에 있는 유리도 모두 안과 밖을 볼 수 있도록 한 투명유리이다. 인천공항은 개항때 이 투명유리로 유명세를 탔다.

 특히 보안구역이라 할 수 있는 입국장과 출국장도 투명유리로 설치되고 4층 식당가에서 면세점을 훤히 볼 수 있다.

중앙 밀레니엄홀과 여객터미널내 엘리베이터도 투명유리고 설치 돼 ‘누드 엘리베이터’로 불린다.

 이는 그동안  ‘보안’ 등의 이유로 가렸던 벽을 투명유리로 설치해 밝고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또한 인천공항에 입주한 20여개 정부기관의 투명행정과 서비스를 펼치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그러나 보안기관들은 슬그머니 이 투명유리에 ‘불투명 시트’를 붙이기 시작했다. 언제 붙였는지도 모를 정도이다.

 1층 입국장은 해외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가족 등이 짐을 찾는 과정 등을 멀리서 나마 볼 수 있도록 했지만 어느 순간에 불투명 시트가 붙여졌다.

 

                                                                             당초엔 투명유리였지만 불투명시트를 붙여 내부를 못보게 만든 여객터미널 2층 출국장

 이는 공항세관이 “여행객이 고가품 등의 반입으로 조사를 받을 경우 볼썽 사나운 보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요구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설계 당시 이런 문제가 있을 경우 세관 검색대를 밖에서 보지 못하도록 벽까지 설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투명유리는 인천공항의 보안을 책임지는 국정원 주관하에 보안대책협의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다. 그러나 공항세관이 입국장에 불투명 시트를 붙여 안을 못보게 한 속내는 따로 있다. 인천공항세관은 세관직원들의 업무가 이용객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세관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밖으로 보인다는 것은 세관업무에 차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출국장도 마찬가지이다. 공항공사는 보안검사를 받기 위해 출국객이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소는 “출국금지자를 적발할 경우 밖에서 볼 수 있어 인권 침해 우려가 높다”는 이유에서 불투명 시트를 요청했다.

 3층 출국장은 그동안 높이 1m 정도에 10㎝ 가량을 투명 유리로 내부를 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최근 이마저도 막았다. 이 틈으로 자식을 홀로 유학보내는 부모와 연인, 친구과 헤어지는 모습을 1초라도 더 보려고 쪼그려 앉아 보려는 것 까지도 막은 것이다.

 인천공항 입·출국장 투명유리는 그동안 ‘명물’ 대우를 받았지만 불투명 시트가 붙여지면서 그 의미가 완전히 퇴색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초대 사장이면서 여수엑스포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동석 위원장이 보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사실상 아무런 힘이 없다. 보안과 관련된 사고가 터졌을 때마다 당하는 기관이다. 국정원과 세관, 경찰, 출입국관리소, 검찰, 국토부, 외통부 등 쟁쟁한 국가기관에 섞여 있어 불쌍하기도 하다.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투명유리에 불투명시트를 붙인 것도 공항공사의 의중과는 상관없다. 공항공사는 서비스 기관으로 시트를 벗기고 싶지만 보안기관들의 압력에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입 출국장의 안을 못보게 한 것은 힘쎈 기관들이 ‘보안’과 ‘인권 침해’ 등을 요구했고, 최근엔  이용객이 많아지고 연예인들이 출국할때 팬들이 밖에서 보고 사진을 찍어 막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공항에는 1000개 넘는 폐쇄회로(CCTV)에 최첨단 보안시설이 갖춰져 있다. 각 보안기관마다 별도의 보안대책을 다 세워놓고 있다.

 

                                                여객터미널 4층 식당가에서 보안구역인 면세점을 볼 수 있도록 투명유리가 설치왜 있다.

 전 세계 1700개 공항 중 세계 최고 서비스 7연패를 차지한 인천공항이 고객편의를 위해 만든 투명유리를 ‘보안’을 이유로 막은 것은 서비스가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공항의 관계자는 “투명유리에 불투명 시트를 붙여 안을 못보게 하려면 애초부터 안했어야지 이제 와서 ‘보안’ 운운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고객서비스와 보안이 충돌하지만 보안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할 수 있다. 서비스가 우선돼야 한다고 여긴다. 그렇지 않으려면 투명유리를 차라리 대리석으로 바꿔 멋있게 꾸미면 된다.

 애초에 설치한 목적이 있고,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지만 개항 11년째 투명유리 때문에 사고 난 적은 없다.

 밖에도 안을 볼 수 있다고 막아버리는 것은 국민 편의보다는 그들만의 편의 때문이다.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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