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인천공항에 ‘치외법권’ 지역인 ‘미국 입국심사장’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뜨겁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 직원이 인천공항에 파견돼 미국행 항공기 탑승객과 물품 등을 사전에 심사를 완료하는 ‘preclearance·출발지 사전입국심사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사용하는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동측지역
미국의 주도하에 아시안에서는 일본 나리타공항과 인천공항이 출발지 사전입국심사제를 추진하고 있고, 중국은 이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본은 미국의 사전입국심사제 도입을 적극 도입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시기상조에다 현재 인천공항은 미국 입국심사장을 도입할 공간이 없어 2018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개장하면 도입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한·미 양국간의 사안이라고 쉽게 거절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경향신문에 보도가 나간 뒤 국민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갈렸다.
우선 찬성쪽 입장은 이렇다.
인천공항에 미국입국심사장이 설치되면 미국 공항에 내려서 길게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한국 등 외국인들은 미국의 공항에서 길게 줄을 서서 입국심사를 받아야 하며, 서툰 영어로 하다보면 의사 소통도 안돼 고초를 당한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먼저 미국입국 심사를 받으면 미국에서 줄 서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미국에서 입국거부자로 분류돼 강제출국되는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특히 미국이 아무 나라에나 자신들의 입국심사장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특혜’를 주는 것이니 만큼 고마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미국에 입국하려는 동남아인들이 한국에서 미국입국 수속을 사전에 밟으면 인천공항의 환승률도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반대도 만만찮다. 미국이 동두천과 평택 등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처럼 인천공항에도 또 하나의 ‘치외법권’지역을 만든다거나, 미국이 자국에 테러 예방을 위해 제3국에서 사전 심사를 벌이는 것이다. 사대주의적이며 굴욕적이라는 말도 있다. 또한 인천공항에 미국입국 전용 심사장이 설치되면 세관국경보호국 직원들이 총을 차고 다녀도 한국은 속수무책이다. 사실상 통제불능상태이다.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의 1차 출국검사를 마치고, 미국 세관국경보호국 직원이 2차 입국심사를 할때 강제 출국 대상자로 분류되면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관리소의 신뢰성은 땅에 추락한다. 또한 미국만이 아닌 중국, 러시아 등 향후 강대국들의 입국 전용 심사장도 만들어 줘야 한다. 상호 평등의 원칙에 따라 미국에도 한국입국 전용 심사장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사용하는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서측지역
인천공항에 미국입국 심사장 설치는 쉽지는 않을 듯 싶다. 가장 중요한 주체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항공사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미국이 자국의 공항 혼잡도를 인천공항에 전가하는 것이라 반대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인천공항의 여객처리 능력은 포화상태인데 미국만을 위한 특별구역 설치는 힘들다는 것이다. 미국 입국심사장을 설치한 나라들은 모두 4개의 게이트를 배정해 주고 있다. 24시간 계속 활용해 효율성을 높여야 함에도 특정지역을 제한하기는 어렵다.
특히 게이트 사용비용 등 모든 시설의 비용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부담해야 한다. 한 번 미국지역으로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도 없다. 입찰이 진행되고 있는 면세점 영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항공사들도 “중국인과 동남아인들이 인천공항을 통한 환승객이 늘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효과는 미지수”란 입장니다. 미국입국 전용 심사장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외교부는 인천공항과 항공사의 이익과 국익을 위해 많은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외교부는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사 등으로 구성된 ‘실사단’을 꾸려 아일랜드와 벤쿠버를 둘러보고 귀국했다. 외교부 실사단에는 공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CIQ(세관·출입국관리소·검역) 기관은 빠졌다. 왜 빠졌는지 외교부는 판단해 봐야 할 것이다. CIQ의 한 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미국과 이 제도의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MOU) 등의 협약을 체결하면 그때 대응하겠다”며 불쾌해 했다.
또한 전세계 1800개 공항 중에서 아일랜드 더불린공항, 캐나다 벤쿠버공항 등 6개국 15개 공항에서만 미국 입국 전용심사장을 운영하하고 나머지는 하지 않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일본의 나리타공항이 미국입국 심사장 설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 한국도 덩달아 따라갈 필요는 없다. 외교부의 말대로 ‘국익’을 따져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3층 중앙
다음은 경향신문 기사.
정부가 인천국제공항에 미국입국 전용 심사장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여행객이 출국심사를 받은 뒤 곧바로 미국 정부가 관리하는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도록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여행객들은 미국 도착 뒤 별도의 입국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이점이 있지만, 국내 공항에 미국의 ‘조차지’가 생기는 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외교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항공사는 7일 “미국이 ‘출발지 사전 입국심사제’를 아시아에서 인천공항과 일본 나리타 공항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한국정부도 도입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
미국은 테러범 등의 입국을 사전에 차단하고 미국내 공항의 혼잡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아일랜드 더불린공항, 캐나다 벤쿠버공항 등 6개국 15개 공항에서 출발지 사전 입국심사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 관계자들이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관련 기관을 돌며 설명회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2~3년 이내에 이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제도가 도입되면 미국 국토안보부 세관국경보호국(CBP) 직원이 인천공항에 파견돼 미국행 항공기 탑승객과 물품에 대한 사전심사를 하게 된다. 미국행 탑승객은 인천공항에서 체크인과 보안검색,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의 1차 출국심사를 받은 뒤 별도의 폐쇄공간에서 미국 세관국경보호국이 실시하는 입국심사를 받아야 한다. 미국 공항에 도착하면 별도의 입국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게 된다.
외교부는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사 등과 실사단을 구성해 8일 아일랜드와 벤쿠버를 둘러보기로 했다. 이번 실사단에는 세관·출입국관리소·검역기관 관계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미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 그때 대응하겠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출국심사를 통과한 승객이 미국 전용 입국심사장을 통과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가뜩이나 혼잡한 공항청사에 별도의 공간을 내줘야 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미국의 ‘조차지’가 생기는 격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인천공항에 특정국을 위한 별도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이라며 “캐나다 밴쿠버 공항의 미국입국 심사장에서는 미국 직원들이 총기까지 소지하고 다니는 등 통제불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국행 승객들은 사전 입국심사를 받기 때문에 편리할지 모르지만 인천공항은 혼잡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인천공항의 미국행 항공기 운항편수는 1만3626편이고 출국객은 327만명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인천공항과 항공사,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따져 도입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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