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연극반 하셨다는 분이 몸이 너무 빳빳해요.”
연출가 이재상씨로부터 핀잔을 듣는 이는 바로 송영길 인천시장(47)이다.
“(송 시장은) 업무 탓인지 출석률도 저조하고, 긴장을 많이 한 탓인지 몸이 굳어 있어 연습을 좀 더 해야 합니다.”(이재상씨)
송 시장의 머쓱한 변명이 이어진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연극반 주연까지 맡았는데…. 오랜만에 무대에 올라 힘드네요.”
오는 26일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공연될 '어린왕자'의 배우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상 연출가, 고남석 연수구청장, 배진교 남동구청장, 배우 손인찬씨, 홍미영 부평구청장, 박우섭 남구청장, 배우 이경은씨, 송영길 인천시장, 배우 송옥숙씨. (부평아트센터 제공)
송 시장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월부터 인천시장을 포함, 5개 구청장(홍미영 부평·박우섭 남구·배진교 남동구·고남석 연수구·조택상 동구청장)이 매주 한 번씩 모여 부평아트센터에서 비지땀을 흘렸다. 정치논쟁의 무대가 아니다. 이들은 연극배우로서 대사와 연기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인천시 군·구청장 협의회가 연극 공연을 추진한 까닭이 있다. 연말만 되면 불우시설에 선물꾸러미를 들고 가 사진이나 찍는 관행을 없애고, 수개월간 흘린 땀으로 나눔을 실천하자고 의기투합한 것이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지난 11월23일 연평도 포격사건이 일어났다. 당연히 연극 연습이 무기한 중단됐다.
“사태 수습을 위해 시장과 구청장들이 동분서주하면서도 연극 연습은 해야 했어요. 할 수 없이 이동하는 승용차 안에서 대본을 외웠고요. 때로는 옆에 탄 비서들을 상대역으로 상정하고 연기 연습을 했습니다.”(박우섭 남구청장)
‘배우들’은 연평도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만큼 10일부터 다시 맹연습에 돌입한다.
이번 연극은 다음달 26일 오후 3시와 7시 부평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공연작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The Little Prince)>이다. 송 시장과 인천 구청장들 외에도 영화배우인 송옥숙씨(인천영화인협회장)와 인천 출신 프로당구선수인 차유람씨 등이 참여한다. 어린왕자 역은 전문배우인 이경은씨(23)가 맡았다. 송 시장은 신하가 없는 ‘거만한 임금’ 역을 맡았다. 박 청장은 ‘주정뱅이’ ‘뱀’ 등 1인2역, 홍 청장은 ‘여우’, 차유람씨는 ‘허영쟁이’, 송옥숙씨는 ‘꽃’, 배진교 남동구청장은 ‘장사꾼’과 ‘사업가’, 조 청장은 ‘점등인’ 역할이다.
“가장 열심히 하는 사람은 여성인 홍미영 부평구청장입니다. 홍 구청장은 베트남에 출장갔다가 호텔방에서 혼자 대사를 외우는 등 모든 것에 솔선수범해요.”
연출가 이재상씨의 ‘즐거운 뒷담화’가 계속 이어진다. “평시엔 점잖은데 술만 먹으면 본색이 드러나는 것은 ‘주정뱅이’ 역할을 맡고 있는 박우섭 남구청장과 똑같고요. 여우복을 입을 홍미영 부평구청장은 몸에 딱 맞는 의상을 입어야 돼 최근 살빼기에 돌입했다네요.”
송영길 시장은 “이번 공연은 나눔과 돌봄을 주제로 한 만큼 연평도 주민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이들을 위로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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