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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이야기

핑크빛 사랑을 꿈꾸는 백발의 선남 선녀들

by terryus 2011. 1. 4.
젊어서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한달이라도 좋으니 사랑 한번 받아 보고 싶습니다.”(68세 김분순 할머니)

“부인과 사별한 뒤 외롭고 삶의 희망도 잃어버려 남은 인생을 함께 나눌 친구가 필요합니다.”(73세 최금성 할아버지)

배우자와 사별한 뒤 외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노인들의 짝을 찾아주는 ‘합독(合獨)사업’에 신청서를 낸 노인들이 사연이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牧民心書) 애민(愛民)편에는 “목민관은 합독이라 하여 홀아비와 과부를 재혼시키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돼 있다. 혼자사는 노인들이 함께 지내면서 서로 의지할 수 있게 해야 하고, 부끄럽고 어색한 마음은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홀아비와 과부를 관의 주선으로 합해줘야 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김문석기자)



이런 ‘합독’이 인천에서 시행되고 있다. 인천시는 65세 이상 노인들 중 사별 등으로 배우자를 잃고 홀로된 노인들을 대상으로 오는 3월 노인 만남의 날 행사를 연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200명으로 제한했다. 시가 나서 노인들의 ‘맞선’을 주선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10개 구·군으로부터 백발의 사랑을 나눌 노인들을 대상으로 41명의 전문 상담사가 나서 그동안의 생활과정 등을 면밀히 파악하고 신청서를 받고 있다. 이미 41명이 상담을 통해 28명이 황혼을 같이할 배우자를 찾고 싶다는 신청서를 접수했다.

노인들은 그동안 살아온 삶과 배우자를 찾는 구구절절한 심경이 담겨 있다. 20년전 남편과 사별한 이모 할머니(71)는“젊어서 바쁘게 사느라 나 자신을 꾸밀 시간이 없었다. 손주들 다들 대학 보내고 자고 일어나면 너무 허전해 견딜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모 할아버지(74)는 “5년전 부인이 지병으로 사망하고 자식들을 다 출가시켜 혼자 생활해 너무 외롭다”고 털어놨다.

인천시가 합독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홀로사는 노인인구가 늘면서 보다 활기찬 노후 생활을 보내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인천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3만3103명으로 이 중 홀로 살고 있는 노인은 3만3068명(여자 1만9732명, 남자 1만3336명)이다.

인천시는 단순한 주선의 장을 넘어 합독으로 인한 양측 노인 자녀들의 갈등 해소와 향후 재산상의 분배 등 법률상담도 함께 해 원만한 황혼 결혼이 성사될 수 있도록 다양한 뒤바침도 해 주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단순히 노인들의 짝을 찾아주는 이벤트성 행사가 아닌 혼자 살고 있는 어르신의 안정되고 보람된 노후 생활에 일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합덕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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