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들은 명동 등 한국에서 ‘싹쓸이 쇼핑’을 한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쓰는지 궁금했다. 통계로 ‘얼마?’라고 명확히 나온 것은 없다. 그래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공항 3층 출국장 면세점에 입점해 있는 롯데, 신라, 한국관광공사 등에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기업 비밀’이라며 안 줬다. 이들은 자사의 마케팅 등에 활용하기 때문에 공개를 꺼리는 것 같다. 하옇든 이번 통계는 어렵게 얻었다.
통계를 분석해 보니, 중국인들은 역시 인천공항 면세점에서도 ‘큰 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롯데와 신라, 한국관광공사 등 3개 면세점 전체 매출이 1조9500억원이라고 했다. 2012년에 비해 0.2%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여객이 4000만명이 넘어 6%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매출이다. 경기 불황이 큰 탓일게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서측 아시아나항공이 사용하는 탑승동
그래도 면세점이 0.2% 증가한 것은 ‘큰 손’ 역할을 한 중국인들 덕택일 것이다.
우선 말하자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3개 면세점들이 집계하는 ‘객 단가’가 다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출·도착 여객 전체에다 면세점 매출을 산술해 객 단가를 계산한 반면, 면세점들을 출국객들이 비행기 타기전에 산 물건들의 영수증을 합계해 통계 낸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객단가가 신뢰성이 부족하지만 국제적으로 객단가를 평가할때는 이 방법을 쓴다하니 따를 수 밖에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집계한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1인당 평균 객단가는 4만8000원이다. 2011년 4만9000원에서 2012년 5만1000원으로 씀씀이가 높아졌다가 다시 3000원이 줄어든 것이다.
중국인들은 지난해 1인당 평균 12만7000원을 썼다. 2011년 11만2000원에서 2012년에는 13만5000원으로 2만3000원이 늘었다가 8000원이 줄어든 것이다.
일본인들은 어떨까. 일본인들은 2011년·2012년 4만6000원에서 지난해에는 4만2000원으로 4000원 줄었다. 아마 엔화 약세 때문에 한국 방문도 줄고, 씀씀이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들도 일본인과 비슷하다. 한국인들은 2011년 4만7000원, 2012년 4만6000원에서 지난해에는 4만원으로 떨어졌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동측 대한항공이 사용하는 탑승동
중국인들은 한국과 일본인보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3배를 더 쓰고 있는 것이다. 여객터미널 3층 중앙 루이비통 매장이 문을 뒤 중국인들이 쇼핑하는 모습을 여러번 봤다. ‘이것, 저것, 다시 이것’ 하면서 면세품을 구매했다. 한국민들이 해외 유명 상품을 살때는 꼼꼼히 따져 보지만 중국인들은 그렇지 않았다. 현찰이 두둑했고, 카드도 긁었다.
실제 현장에 있는 3개 면세점들의 매출은 공항공사 집계한 것에 비해 2배 이상인 12∼15만원이다.
ㄱ 면세점은 중국인 1인당 객단가가 평균 20만원이었다. 2011년엔 24만9000원, 2012년에는 25만원이다. 반면 일본인은 10만원, 한국인은 9만8000원이었다. ㄴ 면세점은 중국인 23만원이었고, 일본인은 16만원, 한국인은 12만원이었다.
이런 경우도 있다. 항공사의 위치에 따라 면세점 배출도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동측은 대한항공, 서측은 아시아나항공이 자리잡고 있다. 탑승동A는 외국항공사이다. 면세점도 동측은 롯데, 중앙과 서쪽은 신라와 한국관광공사 있다. 탑승동 A는 신라이다.
이들 면세점의 객단가도 틀리다. 동측에 있는 대한항공의 손님들이 많은 롯데의 객단가가 서측의 아시아나항공이 있는 신라보다 객 단가가 높다. 여객터미널에 위치해 있는 항공사와 이 항공사를 탑승하는 국적별 인종에 따라 면세점 매출이 좌우되는 셈이다.
최근에는 러시아 부호들의 쇼핑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객단가가 25만원으로 중국인을 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면세품을 구매하는 3명 중 1명(29%)은 중국인이다. 중국인은 2011년·2012년 20%대에서 크게 늘고 있다.
반면 한국인은 2011년 58%, 2012년 53%, 지난해는 50% 줄었다. 일본인 7%에 불과하다.
인천공항 면세점 관계자는 “‘큰 손’에다 싹쓸이 쇼핑을 하는 중국인들이 인천공항 면세점을 먹여 살린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국인들의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전국사회부 박준철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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