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년째 흑자 경영을 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매년 배당금 명목으로 1000억원 이상을 챙겨가고 있다.
‘신의 직장에 다니는 공항 귀족’이라는 갖은 욕설을 들어가면서 힘들게 벌어 놓은 것을 정부는 배당금으로 꼬박 꼬박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수조원의 빚이 있는데다 앞으로 인천공항 3단계 공사로 수조원의 공사채를 발행해 채무가 산더미처럼 쌓여도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앞에서는 부채 탕감, 방만 경영 운운하지만 뒤에서는 챙길것은 다 챙기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된 기사를 경향신문에 게재하자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자료를 준 제보자를 색출하라는 엄명까지 내려 색출작업을 하고 있다니 한심스럽다.
구름 밑에 있는 인천공항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모두 472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에 기재부는 배당금으로 29.26%인 1381억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사실 인천공항의 지분 100%는모두 정부 것이다. 달라고 하니 줄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인천공항이 흑자를 낼 때마다 17∼25%의 배당금을 챙겨갔다. 2007년 363억, 2008년 268억, 2009년 480억, 2010년 681억, 2011년 758억, 2012년 1248억원 등 6년간 3797억원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대기업의 경우 벌어들인 이익금으로 주주들에게 주는 배당금은 고작 해 봐야 2∼7%이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가 재투자하지 않고 30%가 넘는 배당금을 가져갔다고 ‘먹튀’란 용어도 만들었다.
정창수 사장이 강원도지사로 출마해 CEO가 없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국토부를 통해 기재부를 설득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기재부와 국토부는 최근 공기업 혁신을 요구하며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채무 2조8000억원의 30%의 감축을 요구했다. 공항공사가 부채 감축을 위해서는 인천공항 국제업무지역의 토지와 나대지, 그리고 공항시설 등을 팔겠다고 했다. 그러자 국토부는 인천공항에게는 부채 감축 얘기를 꺼내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부채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인천공항 시설물인 토지와 여객터미널을 팔거나, 아니면 여객이용료나 주차료, 상업시설 임대료 등을 대폭 올리면 된다. 결국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방만 경영’을 한다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각종 복지혜택도 폐지했다. 직원 자녀들의 영어캠프 비용 연 96만원과 대학생 자녀 학자금 300만원 무상지원, 가족1인 건강검진료 25만원, 10년 이상 장기근속 직원 50∼100만원 지급, 병가 휴가도 90일 인정하던 것을 60일로 축소했다.
이들 이외에도 각종 혜택이 많아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들은 인천공항에서 ‘신의 직장에 다니는 공항 귀족’ 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와 공항 상업시설, 면세점 직원들에게 갖은 욕을 먹으면서도 수천억원의 수익을 내지만 뒤에서 챙겨가는 곳이 정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을 별로 없다.
인천공항 3단계 건설사업으로 북측에 짓고 있는 제2여객터미널 건설 현장
특히 4조9000억원을 들여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등 3단계 건설공사로 벌이고 있지만 정부는 국고 지원을 한 푼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공항공사는 2조5000여억원의 공사채를 발행하는 등 2017년까지 부채가 지금의 두 배인 5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관문인 인천공항을 확장, 건설하는데 정부는 ‘0원’도 지원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철도와 도로 등 인프라 비용도 국고지원을 하지 않으면서 배당금만 챙겨가니 좋게 보일리가 없다.
정창수 사장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정 사장이 있었다면 좀 달라졌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정부는 돈을 챙겨가면서 정작 줄 돈은 안 주고 있다. 2001년 개항전에 인천공항 남·북측 방조제에는 군부대 해안경계시설이 세워졌다. 군 부대 시설을 짓는데는 150억원이 들어갔다. 군 부대나 국토부가 당연히 지원해줘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14년이 되도록 한 푼도 안 주고 있다. 이자가 92억원이 늘어 모두 242억원으로 불었다. 정부가 정산해주지 않으면 공항공사는 해결할 수가 없다. 이를 정산해주었다가는 감사에 적발되고 징계를 받는다. 이뿐만이 나니다. 공항철도 시설물도 인천국제공항공사는 475억원을 들여 구축했다. 사회간접자본이니 당연히 정부가 국고로 지원해 줘야 한다. 그런데 이것도 지원을 안해 이자가 151억원이나 붙었다. 전체 금액이 626억원으로 늘었다.
정부는 “공항시설에 필요한 시설이니 공항공사가 알아서 해라”라는 식이다. 인천공항에서 한 참 떨어진 방조제 위에 지어진 군 부대 초소가 인천공항의 필수 시설인지 의문스럽다. 정부는 배당금을 챙겨가기 전에 이 부문을 먼저 정산하는 것이 옳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3단계 건설에 따른 부채증가 때문에 정부에 배당금의 유보를 주장했으나 안됐다”며 “대부분의 다른 국가는 대형사업이 있을 경우 배당금을 가져가지 않고 재투자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다른 나라처럼 이렇게 해야 맞다. 하지만 정부는 현금이 없다.
인천공항의 한 직원도 “정부가 매년 1000억원 이상을 챙겨갈 수 있는 이런‘황금알 낳는 인천공항’을 MB정부는 민영화를 추진했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인천공항에서 가져간 배당금
구분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인천공항 순익 2070 1533 2662 3241 3609 5100 4721
배당금 362 268 480 681 758 1248 ?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배당금을 너무 많다고 요구하자 정부가 한 발 물러선 것 같다.
정부는 순이익의 29.26%인 1381억원을 가져가는 것이 많다는 지적에 21.56%인 1018억원으로 배당금을 줄인 것 같다. 배당금은 형식상 주주총회을 거쳐야 한다. 국토부 임원이 서류 한장을 보내고 OK 하면 주총은 끝이다.
지난주 주총이 예정됐다가 돌연 연기돼 3월31일 오후에 열렸다. 국토부 국장이 혼자 와서 결제하고 배당금을 가져갔다. 그리고 인천제공항공사는 그대로 내주었다. 내심으로 부글부글하면서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곳이 공기업이다. 공항 귀족이라 불리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임원들이 후배들에게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비취질지 궁금하다.
경향신문 전국사회부 박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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