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항 이야기

인천공항도 '새떼와의 전쟁'

by terryus 2025. 1. 22.

지상에 설치된 인천공항 로컬라이저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으로 ‘버드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지목된 가운데, 하루 1000편 이상의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인천공항의 조류 퇴치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월 21일 인천공항 제3·4활주로 남측 끝단.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인천공항 야생동물통제대원 남중수씨(43)가 수류지 옆 갈대밭에 앉으려는 기러기 떼를 향해 엽총을 발사했다. 공포탄 소리에 놀란 새떼는 용유도 쪽으로 무리를 지어 날아갔다. 공항시설구역 외곽 수류지 인근 남측 유수지 주변에서는 한국수렵협회 수렵사들이 사냥개를 데리고 다니며 새떼를 향해 엽총을 발사했다. 새들은 총소리에 인천공항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다.
남씨는 “제주항공 참사 때문만이 아니라, 새 한 마리라도 항공기와 충돌하면 항공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24시간 긴장하며 새떼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활주로 인근 갈대밭과 유수지에 또 한 무리의 기러기 떼가 앉으려 하자 남씨와 함께 근무하는 김정수 대원(43)은 차량에 있는 음파통제기를 켰다. 고막이 터질 정도로 ‘윙~~’ 하는 굉음을 내는 음파통제기 소리에 새떼도 깜짝 놀라 용유도로 방향을 틀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3억원에 주문, 제작한 음파통제기는 360도 회전이 가능하며 2㎞ 정도의 원거리에 있는 조류도 퇴치한다.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는 음파통제기는 국내에 단 1대뿐이다.
인천공항 야생동물통제대는 포획할 수 없는 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의 경우, 몸에 묻었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페인트 비비탄을 사용해 퇴치하고 있다. 최근에는 레이저 빔으로 퇴치하는 방법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인천공항 야생동물통제대의 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활주로 주변 녹지대에 새들이 앉지 못하도록 풀을 베고, 잔디에 메뚜기가 서식하지 못하도록 살충제도 살포하는 등 새들이 인천공항 시설구역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도록 서식지 관리도 하고 있다.

360도 회전이 가능하고 2㎞ 정도의 원거리에 있는 조류도 퇴치할 수 있는 음파통제기.

야생동물통제대의 조류 포획은 2020년 261마리, 2022년 491마리, 2022년 322마리, 2023년 573마리, 2024년 457마리이다.
항상 버드스트라이크의 위험성이 있어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에서의 버드스트라이크는 0.0096%에 불과하다.
인천공항 버드스트라이크는 2020년 6건, 2021년 10건 2022년·2023년 각각 20건, 2024년 40건이다. 인천공항 항공기 운항은 2020년 14만9982회, 2021년 13만1027회, 2022년 17만1253회, 2023년 33만7299회, 2024년은 하루 1132회로, 총 41만3200회다.
인천공항 야생동물통제대가 항공기 안전 운항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야생동물통제대는 2001년 인천공항 개항 때는 용역업체 소속이었으나, 항공기 안전 운항과 직결된 생명안전 업무로 분류돼 2020년 정규직화 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직접 고용했다.
현재 클레이사격선수와 군 하사관 출신 등 46명이 4조2교대로 인천공항 보안구역(에어사이드)와 외곽구역(랜드사이트)에서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의 조류 퇴치 인력은 한국공항공사가 자회사에 위탁 운영하고, 인원도 고작 4명에 불과했다. 참사 당일에는 1명만 근무했었다.
남씨는 “새떼가 많을 때는 사고 예방을 위해 관제탑에 항공기 이착륙을 늦출 수 있도록 긴급 요청도 한다”며 “외국의 조류 퇴치 기법을 도입하는 등 인천공항에서 조류충돌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예방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공항의 착륙유도시설인 로컬라이저는 무안공항처럼 둔덕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닌, 지상에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만들었다. 활주로에서의 거리도 295~298m 이다.

인천공항 야생동물통제대원 남중수씨(43)가 엽총으로 새떼를 퇴치하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