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입점해 있는 면세점들이 월 최대 1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철수론’이 나오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초긴장하고 있다. 인천공항 입점 면세점들이 납부하는 임대료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2018년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롯데면세점이 철수한 전례도 있다.
인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인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들은 인천공항과 시내면세점 등에서 신라는 387억원, 신세계 162억원, 현대 8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4분기에도 월 80억~1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면세점들은 올해 적자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내년에는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는 등 한계에 봉착, 면세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A면세점은 이미 적자 누적으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 직원 10%에 대해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천공항 여객은 완전히 회복됐다. 올 1~11월까지 인천공항 이용객 6470만명으로 2019년 6507만명의 99.4%까지 회복했다. 올해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2019년 7116만명을 넘을 가능성도 크다.
여객이 회복됐는데도 면세점들이 울상을 짓는 것은 고환율에 이른바 ‘큰 손’인 중국 관광객 매출이 줄어들고, 보따리상도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온라인 구매와 해외직구가 대폭 증가하는 등 명품보다는 ‘실속’을 찾는 구매패턴 변화 등의 영향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여객들이 늘어나는 만큼 임대료도 더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면세점 입장에서는 여객이 증가하는 것이 그리 반갑지 않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기존 면적과 영업요율로 임대료를 냈지만, 지난해부터 여객 1인당 객당 수수료로 바뀌었다.
인천공항공사는 1인당 여객수수료로 5300~5600원을 제시했지만, 입점 면세점은 지난해 입찰 당시 8900~9000원으로 턱없이 높게 썼다. 객당 수수료에는 또 술·담배를 구매할 수 없는 미성년자는 물론 비행기를 갈아타는 환승객도 포함됐다.
구매력이 떨어진 승객이 포함된 임대료에 입찰 과정에서 ‘따고 보자’는 식으로 부담할 수 없을 정도로 낙찰가를 높게 써 결국은 버티지 못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A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에 입점한 것은 시내면세점에서 벌어서 메우려는 것이었지만, 중국 관광객 감소로 호전될 상황이 안 보인다”며 “계약기간 10년 중 남은 8년을 버틸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어, 부도나는 것보다 사업을 접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B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가 객당 수수료에서 미성년자와 환승객을 제외해주면 우선 인공호흡기를 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8년 롯데면세점은 높은 임대료 때문에 인천공항 면세점을 반납한 바 있다. 2015년 입찰 당시 낙찰률을 220%로 높게 써 임대료만 2018년 7596억원, 2019년 1조3260억원, 2020년 1조4000억원을 납부하게 되자 3개월치 위약금 1870억원을 내고 철수한 것이다.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점 임대료는 2019년 전체 면세점 매출 2조7958억원 중 38.1%인 1조655억원에서 지난해는 1조4653억원 중 36.3%인 5321억원, 올해는 매출 2조108억원(추정) 중 30.5%인 6130억원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올해 매출은 2019년 대비 72% 회복됐지만, 임대료는 57% 수준으로 매출액 대비 증가세가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면세점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지만 경쟁 입찰을 통해 사업권을 딴 만큼, 객단가 인하와 구조 개편 등의 계약조건을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인천공항 면세점들의 매출을 촉진하기 위한 각종 프로모션 등 공항 면세점 경쟁령강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공항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천공항 BMW 드라이빙센터 존폐 위기 (0) | 2024.11.26 |
---|---|
인천국제공항공사 퇴직자, 재취업 기관으로 전락한 자회사 (1) | 2024.11.19 |
'합병' 눈치보다 2조4000억 짜리 제2터미널 '놀릴판' (4) | 2024.10.20 |
‘혈세먹는 하마’ 또 달린다 (4) | 2024.10.13 |
인천국제공항공사 툭하면 용역 '남발'…40%는 수의계약 (3) | 2024.09.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