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장기주차장 한편에는 택시 대기장이 있다. 이곳에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지역별, 모범과 대형 등 종류별 택시들이 인천공항에서 내린 승객들을 태우기 위해 기다린다.
택시기사들은 이곳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마련해 준 식당에서 밥을 사 먹거나 차 안 운전석이나 수면실에서 잠을 잔다. 그렇지 않으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게실에서 장기·바둑을 두고 TV를 보는 등 한가한 시간을 보낸다.
이곳은 항공기에 탈 승객을 태우고 온 택시가 빈차로 나가는 대신, 대기했다가 승객을 태워 나갈 수 있도록 2001년 인천공항 개항 때부터 운영됐다. 당시 인천공항에는 철도 등 대중교통이 없어 택시 승객들을 배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택시대기장에서 택시들이 주차해 있다
택시들은 이곳에 입차할 때 번호표를 뽑아 대기하다가 1㎞ 정도 떨어진 여객터미널에 승객이 있으면 순서대로 나가서 승객을 태운다.
대기장 입구에는 승객을 싣고 나가야 순서와 지역별 택시 대기차량을 알려주는 전광판이 세워져 있다.
제1터미널 1만3115㎡에 조성된 택시 대기장에는 서울택시와 인천, 경기, 모범, 대형택시 등 329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1만4860㎡의 제2터미널의 택시 대기장에는 236대를 댈 수 있다.
대기 택시들은 승객을 태우기 위해 보통 4시간∼8시간을 기다린다. 서울택시는 4시간16분, 인천 2시간26분, 경기 3시간28분, 대형 5시간 14분, 모범 8시간 27분 등이다. 안개가 끼거나 눈이 내리면 무한정 기다린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는 하루 평균 서울 택시는 635대, 인천 434대, 경기 235대, 대형 100대, 모범 78대 등 1482대(서울·경기·인천 제외한 지방 택시도 142대 포함)가 출차한다.
제1·2 터미널에는 하루 평균 400∼500대가 늘 대기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대기 택시 중 120∼150대는 시내 영업을 하지 않고 인천공항에 내린 승객만 골라 태우는 소위 ‘공항발이’로 보고 있다.
서울 등에서 승객을 태우고 오기보다는 빈차로 와서 쉬고 있다가 하루 1∼2번 장거리 승객을 태우는 게 이들의 일과다. 시내에서는 손님을 태우기 위해 택시기사들이 이리 저리 움직이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서울에서 인천 서구에 손님을 내려주고 대기장에 있던 한 택시기사는 “서울에서 4시간 운행하는 것이나 인천공항에서 4∼5시간 기다려서 장거리 승객 타우는 것이나 벌이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택시대기장에서 택시들이 승객들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인천공항까지 승객을 태우고 온 또 다른 택시기사는 “공항발이 택시가 없으면 승객 대기시간도 줄어들 것”이라며 “상당수 택시들은 승객을 내려 준 뒤 택시 대기장 상황을 보고 오래 기다릴 것 같으면 그냥 빈차로 나간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을 기다린 기사들이 외국인들에게 바가지 씌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난 2월 한 택시기사는 외국인을 전남 해남까지 태워주고 65만 원을 받았다. 인천공항에서 해남까지는 택시요금은 30여 만원 정도이다.
또 다른 택시기사는 2∼3㎞ 거리에 있는 인천공항 국제업무지역까지 3500원이 나왔는데도 4만1000원을 받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택시뿐만이 아니다. 화물터미널에 대기하고 있는 콜밴은 인천공항∼강남까지 137만 원을 받기도 했다.
택시와 달리 콜밴은 밤에는 여객터미널 1층 도착장에서 호객행위도 한다.
‘공항발이’ 택시들은 대기장에서 쉬면서 장거리 승객만 태워 편안하게 일하겠다는 꼼수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택시대기장에서 택시들이 주차해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대기 택시들이 부당요금 징수, 불친절 등 20가지 항목을 정해 3차례 위반할 경우 택시 대기장 입차를 금지하고 있다.
2012년부터 입차가 영구 금지된 택시는 17대이며, 한 차례 이상 적발된 택시도 70여 대에 이른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택시대기장 관리 때문에 골치이다. 제1여객터미널에 식당과 편의시설을 설치했지만 택시기사들이 마구 사용해 시설물이 훼손되거나 부서지는 등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제1터미널을 지역별, 종류별로 각 구역을 분리했지만 어쩔때 빈 주차공간에 다른 지역 택시나 종류가 다른 택시가 들어가면 서로 주먹질을 하는 등 싸움도 한다는 것이다. 인천공항 개항 이후 이곳에서는 한 때 도박이 성행해 경찰이 단속하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대기장 축소나 대기료·주차료 부과 등도 검토했지만 택시기사들이 요금 부담을 승객에게 전가시킬 우려가 있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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