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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인천공항 운영자의 억울함

by terryus 2018. 4. 11.

 지난 10일 모든 방송과 신문에는 성범죄 전력으로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찬 30대 남성이 다시 성폭행을 저지르고 베트남으로 도주했다가 붙잡혀 한국으로 송환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신씨는 3월 4일 경기도 한 모텔에서 ㄱ 씨(20·여)에게 마약류 성분 약품을 술에 타서 먹인 뒤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어 위치가 확인되기 때문에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신 씨는 2007년 성폭행 혐의로 복역하고 2010년 출소한 뒤 전자발찌를 두 차례 끊은 전력도 있다.
 이날 보도에는 전자발찌를 찬 신모씨(38)가 마치 인천공항 보안검색에 적발되지 않고 무사 통과한 것처럼 묘사됐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모습

 신문과 방송의 제목은  ‘인천공항 검색대 통과 베트남으로 도주’. ‘전자발찌 차고 출국심사대 무사통과?’, ‘전자발찌 찬 30대, 인천공항 검색대 통과 베트남으로 도주’, ‘전자발찌 찬 성폭행범 인천공항 무사통과해 해외도주’ 등 다양하다.
 제목만 보면 인천공항 보안검색이 ‘뻥’ 뚫려 신씨가 찬 전자발찌가 X-레이 검색에 적발되지 못해 그냥 무사 통과한 것 같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 보면 딴판이다. 이 사건은 인천공항 보안검색하고는 전혀 상관없다. 오히려 관련이 있다면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소나 법원, 경찰 등의  안이한 조치가 도마위에 올라야 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신씨는 보안검색 과정에서 전자발찌가 X-레이에 적발돼 정밀검색까지 받았다. 보안검색은 테러 등 항공기 위해 물품을 적발하는 곳이니 만큼 보안검색요원들은 신씨를 막을 방법이 없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모습

 인천공항출입국관리소도 신씨가 출국금지 명단에 없어 그냥 통과시켰다. 전자발찌 착용자도 법무부 허락을 받으면 출국할 수 있다. 신씨는 법무부 허락을 받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 사건의 본질은 신씨를 출국금지 시키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그런데 언론은 신씨가 인천공항에서 보안검색에 적발되지도 않는 것처럼 난리법석을 떨었다.
 피해는 모두 인천국제공항공사로 갔다. 국민들은 인천공항 보안검색이 얼마라 허술했으면 전자발찌를 찬 신씨가 나갈 수 있는지, 인천공항 운영자인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 밖에 없다. 신씨를 적발하고도 보안검색이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보도해 보안검색요원들의 사기도 저하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외화를 밀반출하다 붙잡히거나, 마약이 대거 적발돼도, 금괴 밀수가 적발돼도 언론은 항상 “인천공항이 뚫렸다. 인천공항 구멍”이라고 쓴다.

  외화 밀반출은 인천세관 담당이다. 마약은 검찰과 경찰, 세관이 단속한다. 금괴 밀수도 세관이나 경찰이 수사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아무런 관계가 전혀 없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홍보관에서 관광객들이 인천공항을 구경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공항을 건설해 운영만 하고 있을 뿐이다. 면세점과 상업시설, 정부기관 등에 임대료를 받고 항공기 이착료 등로 수익을 창출한다.

 공항의 구조와 시스템을 모르는 일부 언론사 기자들은 인천공항에서 뭔가 벌어지거나, 관련만 있으면 무조건 인천공항을 들먹인다. 이는 운영자인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지적하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개항 이후부터 인천공항은 동북아의 허브공항이라고 하루도 빠짐없이 자랑했다. 근거는 인천공항을 거쳐 제3국으로 비행기를 갈아타는 환승률과 환적률을 지표로 제시했다. 

 당시 환승률은 20%에 환적률을 50%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금은 환승률과 환적률이란 말 자체를 하지 않는다. 환승률은 10%대로 떨어졌고, 환적률도 50% 미만이기 때문이다. 허브공항이란 말도 쏙 들어갔다.

 또한 인천공항 사소한 것도 모두 기사거리가 된다. 지방의 공항에서 사고로 사람 몇 명이 숨져도 기사가 안되지만 인천공항에서는 사람이 아닌 개가 죽거나 탈출해도 기사가 된다.

 그만큼 인천공항은 국민들에게 우리의 자존심이면서, 자랑거리인 셈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사건이 벌어질때마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공기업으로서 대 놓고 해명도 못해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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