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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인천공항 면세점 ‘그들만의 깜깜이 입찰’

by terryus 2018. 6. 10.

 롯데면세점이 임대료 부담으로 반납한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결과를 놓고 인천공항이 또 시끄럽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결과는 늘 잡음이 생겼다. 그만큼 관심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입찰 과정이 완전히 공개되지 않는 깜깜이 입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입찰은 그동안의 입찰과는 좀 다르다. 롯데가 임대료 부담 때문에 반납했고, 반납한 입찰에 롯데가 참가했고, 가격을 가장 많이 쓴 롯데는 떨어졌다.
 사회적 약속인 ‘계약’을 어긴 롯데에게는 당연한 결과이다. 반면 롯데는 계약을 어긴 대가로 1870억 원이라는 거액의 위약금을 내 처벌을 당했는데도 입찰에서 벌점(패널티)를 받은 것은 이중처벌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면세점 모습

 인천국제공항공사는 5월말 롯데가 반납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2개 면세사업자로 신라와 신세계를 각각 복수사업자로 선정했다. 2개 사업권에 대해 각각  1·2위로, 신라와 신세계가 복수 선정돼 2개 사업권을 신라와 신세계가 각각 모두 차지할 수도 있고, 한 개씩 나눠 가질수도 있다.
 이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복수사업자를 선정, 관세청에 통보하면 다시 특허심사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행을 보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2위를 선정하면 관세청도 그대로 따른다.

  인천국제공항공사 50%, 관세청 50%로 각각 평가한다고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도 교수 등 외부전문가들로 심사위원단을 꾸려 공정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면세점 평가의 잡음은 롯데가 가격을 높게 썼는데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제1터미널과 탑승동A 5091㎡에 향수·화장품(DF1)에 대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연간 임대료로 1601억 원을 제시했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모습 

 그러나 신세계는 2762억 원, 신라는 2202억 원, 두산은 1925억 원을 썼다. 롯데는 2805억원으로 가장 높을 가격을 써 냈지만 1·2위에 들지 못했다.
 제1터미널 1814㎡에 피혁·패션(DF5)의 입찰 예정가는 406억 원이다. 신세계는 608억 원, 신라는 496억 원, 두산은 530억 원을 제시했다. 롯데는 688억원을 썼다.
 면세사업자는 사업제안서 60%, 가격 40% 등을 종합 평가해 선정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롯데가 입찰가격을 높게 쓸 줄은 예상했지만 신세계가 이렇게 높이 써 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입찰은 중복낙찰을 허용한 만큼 DF1 과 DF5의 사업권을 신세계가 모두 가져간다고 가정했을 경우 5년간 임대료는 1조6850억원이다. 반면 롯데는 1조7465억원으로 신세계보다 615억이 많다. 신라가 2개 사업권을 가져간다고 가정하면 롯데가 제시한 금액은 신라보다 5년간 3975억 원이 많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면세점에서 출국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로서는 가격을 많이 쓴 롯데를 선택하는 것이 수익적인 측면에서 매우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는 사업제안서 평가에서 4개 입찰 업체 중 롯데는 매장 운영계획과 디지인 등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고, 프리젠테이션에서도 평가 내용의 본질과는 다른 발표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게 돼 높은 가격을 써도 탈락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롯데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임대료 부담 때문에 계약을 해지해 인천공항공사에 위약금으로 1870억 원이라는 거액을 물어줬는데 입찰에서도 벌점을 받아 이중처벌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은 중복낙찰을 불허했는데 인천공항공사가 이번엔 유찰을 우려해 중복낙찰을 허용해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신라, 신세계가 참여한 이유도 있다.
 또한 롯데는 현재 인천공항에 약 400∼500억 원을 들여 인테리어 등을 통해 면세점을 꾸며 운영하고 있는데 별도의 운영계획이나 디자인을 다시 하라는 것은 낭비에 해당된다.
 롯데의 프리젠테이션을 보고 성의가 없다거나 부실하다고 평가해 감점을 줬다면 심사위원들의 자질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롯데는 국내 1위의 면세점으로 세계에도 진출해 있다. 그런데도 롯데의 사업제안서가 맘에 안 든다거나 타 업체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시설주로 임대료 등을 많이 수익을 내는 인천공항공사가 면세점 운영하고 수익을 올리고 서비스를 펼치는 롯데를 과소평가하면 안된다.

 롯데는 현재의 매장을 계속 운영하는 연속성상에서 이번 입찰에 임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신세계와 신라는 매장을 다시 꾸며야 하니 다양한 디자인 등을 발표할 수 있어 심사위원들에게 어필했을 것이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면세점에서 출국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롯데에게 벌점을 몇 점을 줬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을 ‘그들만의 깜깜이’ 입찰이라고도 한다.

 특히 삼익악기도 위약금 71억 원을 내고 반납했지만 중소·중견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에 대해서는 중복 낙찰을 불허할 방침이어서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이럴 경우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시티플러스나 SM, 엔타스 등은 입찰에 참여할 수가 없다. 그러나 삼익악기는 참여할 수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은 업체 선정 때마다 갖은 억측과 잡음이 일고 있다. 이번 입찰도 마찬가지이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그런데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수긍할 수 있도록 면세점 입찰 과정과 점수를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같은 잡음은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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