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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전문 경영인 이채욱 사장의 퇴임

by terryus 2013. 2. 25.

4년 4개월동안 인천공항을 이끌어 온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67)이 2월 14일 퇴임했다.
임기 8개월을 남긴 상태이다.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었지만 떠나는 모습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인지, 향후를 도모하기 것인지 몰라도 이 사장은 인천공항을 떠났다.
재임 기간 중 이 사장은 인천공항에서 많은 일을 했다.
인천공항을 세계 공항 서비스 7연패에 올려 놨고, 올해 8연패도 눈 앞에 있다. 그리고 인천국제공항공사를 3연속 공기업 경영평가 최고등급(A), 국제화물 세계 2위, 해외공항 진출 다각화, 각종 공항과 관련된 상도 모두 휩쓸었다.

 

외형적인 부분은 이 사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 CEO에 있었더라도 가능한 것 들이다.
이 사장의 업적에 대해 평가 하라면 ‘인천공항의 문화를 만든 인물’로 하고 싶다.
2001년 3월29일 개항한 인천공항은 개항한지 13년 밖에 안된다.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서울지방항공청 등 그동안 상급기관으로 눈치만 봤고, 여기에 맞추기 급급했다. 지금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외풍에 시달리고 안에서는 지연과 학연 등으로 나눠 보이지 않는 권력 다툼도 있었다.
그러나 이 사장은 나름대로 독특한 조직문화를 만들었던 것 같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은 칭찬해 줬고, 잘 못한 직원도 안아줬다. 그리고 노조와도 상생·협력하고 이해 해 줬다.(단 눈 밖에 난 사람은 조직에서 배제시켰다. 줄세우기와 서열화는 어떤 조직이든 있다).

특히 이 사장은 출장복명서와 차량운행일지를 없앴다. 공항공사 직원들은 잦은 해외 출장을 하고 출장 결과를 보고한다. 그러나 형식적인 복명서보다는 해외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차량운행일지 역시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한다는 의식이 팽배한 만큼 조직을 위해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이 사장은 ‘덕장(德將)’이다. 자율적인 책임 경영을 강조했으며 조직이 살기 위한 갈림길에서 방향을 제시해 줬다. 혼자 나서 ‘나를 따르라’는 식은 아니다.
인천공항에는 4명의 사장이 거쳐갔다.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 조우현 전 건교부 차관, 이재희 유니레버 전 사장, 이 사장 등.
각자 특성이 있다, 강 장관과 이재희 사장은 용장(勇將)에 해당될 것이다.
강 전 장관이 인천공항을 건설하고 운영의 토대를 쌓았다면 조우현 전 사장은 이를 바탕으로 내치를 했다. 자율책임 경영을 지향했지만 어찌보면 자율 방임에 가깝다. 이재희 전 사장은 미래의 먹거리를 제공했다.
인천공항의 건설 경험과 운영 노하우를 해외 사업으로 눈을 돌리기 만들었고, 이채욱 사장은 이를 바탕으로 과실에 물을 주고 키웠다.
4명의 사장에 대한 평가는 향후 하기로 하겠다. 아직도 건재한 상태에서 ‘이러쿵, 저러쿵’ 논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이 사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인천공항 민영화’로 논란으로 인해 막판에 매국노가 될 뻔 했지만 국민적 반대로 민영화가 안돼 안도해야 했다.

 

 

이 사장은 인천공항 민영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취임하기전 이명박 정부에서 공기업 선진화를 추진했고, 정부의 방침이기 때문에 거스를 수 없었다. 찬·반 논란이 있었지만 사장으로서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이말은 맞다. 정부의 눈치를 보는 공기업의 사장으로서 당연한 말이다. 내심 듣고 싶었던 말이기도 하다.
이런 말도 했다. “퇴임하는 이유는 인천공항 3단계 건설이 원할하게 이뤄지기 위해서…”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이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2월 25일 취임한 박근혜 정부에게 쫓겨나기 보다는 명예스럽게 퇴임하는 것이 가장 보기에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젠 제 5대 사장에 누가 올지가 관심이다. 인천공항 안팎에서는 현 이영근 부사장이 사장에 도전할 것이라는 소문과 국토부의 김세호 전 차관, 여형구 항공정책실장, 그리고 성시철 한국공항공사 사장 등이 오르 내린다.
하지만 추측성 소문일뿐 기업인이나 정치인, 정부 관료 등 뚜껑을 열어 봐야 한다.

이 사장이 재임기가 중 투명, 공정을 항상 외치던 그 모습은 다음 사장도 본 받아야 할 대목인 것 같다. 
성과금을 합해 2억8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이채욱 사장도 물욕(物慾)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한 마디가 이 사장의 됨됨이을 알 수 있고. 기억에 남는다.
“그동안 하버드대학 등 많은 곳에서 강연을 했고, 강연 요청도 쇄도 했다. 강연을 가면 강연비를 준다. 나는 한 푼의 강연비를 가져가지 않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봉사활동 조직에 다 기부했다. 지금까지 1억원이 넘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이는 각자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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