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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야기

초심 잃고, 뒤쳐지는 인천공항

by terryus 2023. 11. 27.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시험 운영중인 경찰로봇

인천공항이 초심을 잃고, 미래 비전도 제시하지 못한채 자꾸 뒤쳐진다는 느낌이다. 지난 23일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다녀오면서 깜짝 놀랐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제4여객터미널은 1층에 입국심사대와 수하물을 찾는 입국장 함께 있다. 입국장 밖 환영홀에서 입국장 내 수하물을 찾는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도록 투명유리도 설치됐다.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가족과 지인이 입국장 내에서 짐을 찾는 모습을 환영홀에서 훤히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입국장뿐만 아니라 3층 출국장은 투명유리도 없이 출국심사와 보안검색을 받고 면세점으로 가는 모습을 다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공항 이용객에 대한 서비스이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입국장이 투명유리로 돼 안을 볼수 있게 했다.

 2001년 개항한 인천공항도 처음에 입국장과 출국장을 모두를 투명유리로 설치했다. 창이공항보다 20년을 앞섰다. 
 그러나 개항 이후 세관과 출입국관리소가 ‘보안’ 이라는 이름으로 투명유리에 시트지를 붙여 이젠 입국장과 출국장을 볼 수 없다. 인천공항공사는 시트지도 아닌 불투명 플라스틱으로 아예 막아버렸다.

 인천공항이 시대를 앞서간다고 설치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뒤쳐지고 있는 것이다.  
 창이공항은 여객의 동선도 짧고, 빠르게 입출국할 수 있도록 이용객 입장에서 공항을 설계한 것 같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여권과 지문으로 출입국할 수 있는 자동출입국시스템이 도입됐다(인천공항은 내국인만 가능). 
 특히 출국장은 셀프 체크인에서 탑승권과 수하물을 인식표를 받아 혼자서 수하물을 부치는 셀프 백드럽으로 간편하게 출국수속을 할 수 있게 했다.

 출국심사대는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는 출입국관리소 직원도 없다. 여권 인식만으로 출국이 가능하다. 보안검색도 곧바로 통과하는 등 속도가 매우 빠르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3층 출국장에 설치된 셀프 체크인과 셀프 백드럼

 반면 인천공항은 셀프 체크인과 셀프 백드럽이 있지만, 이용률은 그리 높지 않다. 셀프 체크인 이후에는 줄을 서 체크인카운터에 가서 항공사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만 수하물을 부쳐야 한다.
 특히 보안검색 줄서기는 이젠 당연시되고 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는 신속한 보안검색을 위해 ‘원형 보안검색기’가 설치됐지만 제1여객터미널에 있는 ‘문형 보안검색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탑승객들이 몰려 긴 줄을 설때는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함에도 ‘승객이 줄을 서든 말든’ 아랑곳 없다.
 항공기를 타기 위한 탑승구에는 탑승객이 쉴 수 있는 의자도 많았지만, 최근에 절반 정도는 없앤듯하다. 없앤 곳에는 면세점 등 상점들이 들어섰다. 
 비행기 출발시간에 맞춰 대기하던 승객들이 앉을 의자가 없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에는 이용객들이 다닐 수 있는 보행로에서 면세점이 설치돼 있다.

 특히 창이공항과 두바이공항 등 다른 공항들은 항공기 탑승객들을 위해 편한 쿠션의자와 침대의자 등 다양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임대수익을 올리기 위해 빈 공간은 모두 상점으로 채웠다. 이용객의 공간까지 상점으로 채우다 보니 커피아 빵, 음료를 사먹지 않으면 앉아서 쉴 의자도 없다. 
 창이공항에서 폐쇄회로(CC)TV를 단 ‘경찰 로봇’이 시험 운영중에 있다. 관제실에서 CCTV를 통해 감시하는 시스템이다. 적발보다는 예방차원일 것이다.  
 인천공항은 경쟁공항보다 앞서가고, ‘리딩공항’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듯 싶다. 

 인천공항 이용객들이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세심하게 살피지 않는 것 같다. 임대수익 올리기만 고민하고, 이용객 편의나 미래의 인천공항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2001년 개항 전·후에 일군 인천공항으로, 지금도 후배들이 먹고 산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지난 6월 취임한 정치인 출신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인천공항의 미래는 제시하지 않고, 아직도 정치인처럼 이벤트성 행사만 즐긴다는 말이 인천공항 안팎에 파다하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탑승구 대기석까지 면세점이 들어서 앉을자리가 없는 승객들이 서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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