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함에 따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에 착수한다. 2001년 개항 이후 17년간 6억 명 이상이 이용한 만큼 낡은 시설은 개선하고 출·입국장도 새 단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서편에 있는 아시아나항공 체크인카운터와 항공사 라운지도 대한항공이 있던 동측으로 10월부터 이전한다. 개항 때부터 동측을 고수해 대한항공과 다툼까지 벌였지만 결국 뺏앗기고 밀려났던 아시아나항공이 17년만에 원하던 자리를 차지한 셈이 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제1터미널과 탑승동을 사용하는 아시아나항공과 저비용항공사, 외국항공사 등의 체크인 카운터와 라운지 재배치를 2020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새롭게 단장될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조감도
또한 출·입국장을 포함해 수하물 수취지역과 화장실 등 여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은 물론 노후된 마감재와 가구류, 설비 유틸리티 등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까지 대대적인 시설개선을 한다.
여기에 제2터미널에 도입된 원형검색대를 제1터미널에 도입하고, 셀프체크인 기기도 108대에서 128대로, 셀프 백드롭 기기도 14대에서 42대로, 자동출입국 심사대도 36대에서 48대로 각각 늘릴 예정이다.
입국장에 있는 6개(A~F)의 출구도 4개로 통합된다. 출구가 줄어들면 입국객과 환영객들이 1층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또한 기존에 면세점별로 나눠져 있던 면세품 인도장을 통합 인도장으로 확대 조성해 여객 불편과 혼잡도 완화한다.
인천공항공사는 2022년까지 제1터미널의 껍데기만 빼고 내부는 다 바꾼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
입·출국장의 펜스를 투명유리로 설치하지만 또 안쪽을 볼 수 없도록 시트지로 막아버린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이 개항했을 당시 제1터미널 입·출국장은 모두 통유리로 됐다. ‘개방감과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출국장에서 부모들이 출국하는 자녀가 보안검색과 출국심사를 받고 보안구역이 면세점까지 볼 수 있도록 투명 유리를 설치한 것이다.
입국장도 여객기에서 내린 자녀가 2층에서 1층 입국장으로 내려와 수하물을 찾아 환영홀까지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새롭게 단장될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 조감도
그런데 어느 순간 출국장과 입국장에 설치된 투명유리는 시트지를 모두 붙여 안을 못보게 했다. 인천공항은 국가보안시설 ‘가’ 급이다. 보안시설을 설치하려면 국가정보원의 보안심사를 받아야 한다. 당시 보안심사에서 모두 통과돼 설치됐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천세관은 입국장 안에 있는 세관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외부인이 볼 수 있다며 인천공항공사에 압력(?)을 넣어 시트지로 투명유리를 도배했다.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도 공항공사에 압력을 넣어 자신들이 일하는 모습을 감추게 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번 리노베인션에서 출국장 밖에서 보안검색을 받기 위해 줄을 서던 곳에 투명유리를 설치해 시트를 붙일 예정이다. 보이지 않는 이중창으로 사실상 폐쇄적인 공간으로 변한다. 숨길 것이 없는 개방시대인데도 공항공사는 거꾸로 가고 있다.
변명도 구차하다. 운영상의 필요에 의해 투명유리를 설치하고, 보안상의 이유 때문에 안을 못 보도록 시트지로 붙인단다. 그리고 이것도 디자인 컨셉이란다.
인천공항을 건설한 강동석 전 사장이 이 말을 들었으면 대노할 것이다. 강 장관은 운영자의 입장이 아닌 이용자의 입장에서 공항을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의 인천공항 사람들은 이용자가 아닌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편리만 추구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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