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A씨(21)는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미국 여행을 가기 위해 지난 겨울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비를 모았다. 그러나 지금은 8월로 예정된 여행을 갈지 말지 걱정이 태산이다. 격리면제 등 코로나19 방역규제가 완화되기 전엔 미국 왕복 항공료가 100만~150만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거의 두 배가 넘는다. 항공료뿐만 아니라 고환율로 숙박과 식사, 체류비 등을 감안하면 여행경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A씨는 “비용 부담 때문에 해외여행을 포기할지, 아니면 내년으로 연기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되면서 막혔던 하늘길이 활짝 열렸다. 그러나 공급되는 항공 좌석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항공요금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항공사들은 2020년부터 겪은 코로나19 사태에 원숭이두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고유가, 고환율에 이은 경기침체 등 변수가 워낙 많아 항공 좌석을 한꺼번에 늘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당분간 항공요금은 고공행진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여름 휴가철 인천공항~파리 노선 일반석(이코노미·편도기준)은 136만~160만원이다. 인천공항~LA는 200만원, 인천공항~호주는 230만원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인천공항~뉴욕 일반석은 258만원, 인천공항~로마 노선은 121만~163만원이다.
인천공항에서 유럽과 미국을 다녀오려면 항공요금만 3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기름값이 오를 때 내야 하는 유류할증료도 편도기준으로 거리에 따라 4만2900~33만9300원을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6월 항공기 운항은 2019년의 2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6월 국제선은 주 197편이다. 여름 성수기인 7월은 88편 증편한 285편이다. 대한항공은 최대 400~500석으로, ‘하늘 위의 호텔’이라 불리는 A380 10대를 코로나19 사태로 운항하지 않았다. 항공 좌석을 늘리기 위해 이달 말 뉴욕 노선에 1대, 7월 홍콩 노선 1대 등 2대를 투입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국제선도 이달은 주 136편, 7월도 36편 늘린 172편을 운항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에 비하면 25%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보유 중인 A380 6대를 운항하지 않다가 다음달부터 2대를 운항할 예정이다.
항공요금은 수요·공급의 원리로 책정된다. 항공권은 다른 상품과 달리 재고가 없다. 비행기가 일단 뜨고 나면 빈 좌석을 나중에 팔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항공사는 출발 전까지 빈 좌석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소위 ‘수익 극대화 기법(Revenue Management)’이 작동한다.
선호도가 높지 않거나 수요가 많지 않은 항공편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항공권을 내놔 좌석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국제선 항공요금 판매가는 정상 운임과 특별 운임으로 나뉜다. 정상 운임은 항공권 유효 기간이 1년으로, 적용 조건 등에 별다른 제한이 없어 여정 변경이나 체류 기간 연장 등이 자유롭다. 특별 운임은 체류 기간, 출발일, 유효 기간 등에 제한이 있어 정상 운임보다 저렴하다. 소아·학생 등 특정 조건의 승객에 대해 일부 제한 사항을 설정하고 할인해주거나 판매 촉진을 위해 일정 기간 저가로 운영되는 운임이다.
정상 운임이 비싸 항공사에서는 좌석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다양한 할인 항공권을 판매한다. 항공사들은 빈 좌석을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항공편의 사정에 맞게 각 좌석 등급의 판매 분량도 조절한다.
코로나19 규제 완화로 항공권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항공사가 판매하는 할인 항공권은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줄고, 정가에 가까운 항공권 판매가 늘어 소비자가 체감하는 항공권 가격이 높아진 것이다.
국적항공사 관계자는 "현재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불균형 상황”이라며 “격리면제와 시간당 항공기 도착편수를 제한하는 슬롯과 야간 비행금지시간(커퓨) 등 항공규제를 전면 해제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경기침체 등으로 갑자기 공급을 확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항공 규제가 지난 8일 전면 해제됐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처럼 이용객이 늘어나려면 오는 10월쯤 돼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커퓨가 해제되면서 동남아와 괌·사이판 등 17개 항공사에 18개 노선을 배정했다. 또 7월 인천공항에는 60개 항공사에서 89개 노선에 주 1283회가 운항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6월보다 주 605회 늘어난 것이지만, 2019년에 비하면 36%에 불과하다. 인천공항에는 7월 미얀마내셔널항공이 인천공항~양곤, 필리핀에어아시아가 인천~마닐라를 신규 취항한다.
인천공항공사는 7월 이용객은 230만명(하루 평균 7만4000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 623만명(〃 20만명)의 36%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 지난 7일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떠났던 B씨(33) 부부는 현지에서 코로나19에 확진돼 신혼여행이 ‘고생여행’이 됐다. B씨 부부는 여행사에 5박6일 여행 비용으로 항공료와 호텔비 등 730만원을 냈다. 그러나 귀국 전 현지에서 230달러(30만원)를 주고 받은 PCR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호텔에서 10일간 격리했다. 호텔비로 하루 200달러씩 총 2000달러를 지불했다. 한국에 입국하기 전에 또 230달러를 주고 PCR 검사를 받은 뒤 음성 확인이 된 지난 22일에서야 겨우 입국할 수 있었다. B씨는 “외국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되는 바람에 허니문을 망쳤다”며 “신혼여행 비용에 귀국 항공료와 두 번의 코로나19 검사비, 호텔 격리 비용 등으로 500만원이 추가됐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코로나19에 따른 항공 규제가 해제됐음에도 항공 수요가 신속 회복되지 않는 것은 항공사들이 항공 좌석 공급을 위한 조종사와 기자재 등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데다, 아직도 한국은 입국할때 PCR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입국 전 PCR 음성 확인 절차 등 검역을 하고 있다. 4인 가족이 해외여행을 하고 귀국하려면 PCR 검사비로 100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해당되며, 입국한 후에도 1번 PCR 검사를 해야 한다.
특히 해외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되면 B씨 부부처럼 외국에서 10일 체류해야 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지난 8일 정부가 갑작스럽게 국제선 조기 정상화를 발표해 국적항공사들이 운항 준비를 하려면 7월말이나 8월쯤 돼야 하고, 귀국때 PCR 검사 의무화 등 아직도 걸림돌이 많다”고 말했다.
'공항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 (357) | 2022.09.25 |
---|---|
4단계 확장 착착…1억명 시대 준비하는 인천공항 (0) | 2022.07.21 |
'인천공항 민영화'를 반대하는 이유를 아는가? (4) | 2022.05.22 |
스카이72 사상 최고 매출인데, 196억 적자라고… (28) | 2022.04.22 |
인천공항에도 '봄날' 오나 (2) | 2022.04.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