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영, 정이영, 정삼영, 정사영…”.
요즘 인천공항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정일영은 인천국제공항사장의 이름이다. 세계 최고 공항인 인천공항을 이끌고 있는 정 사장의 이름을 갖고 장난삼아 개명해서 부르는 것은 인천국제공항공사 경영진을 불신한다는 뜻이다.
내년 1월18일 개장할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11월23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대강당에서는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서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고려대노동문제연구소가 정규직화 대한 연구용역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9838명 중 생명·안전업무에 종사하는 공항소방대 등 전체의 9%인 854명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나머지는 91%는 별도의 독립된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할 것을 제시했다.
반면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되도록이면 전원 직접고용을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보안방재회사(3734명)를 설립, 자회사만 만들고 나머지 60%는 직접고용하는 것이 타당한 것 같다고 밝혔다.
내년 1월18일 개장할 제2여객터미널
두 기관이 이처럼 직접고용 비율에 대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생명·안전분야와 상시 지속업무에 대한 해석 차이 때문 등으로 풀이된다.
이어 벌어진 토론회에서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인천공항 정규직화의 당위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규직화 방식 등에 대해서는 큰 시각차를 보였다.
이영면 동국대교수는 “정규직화는 차별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인천공항 정규직화가 수년이내에 민간기업으로 확산되지 않으면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인천공항 정규직화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만드는 것으로,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생명·안전분야를 최소화가 직접 고용을 줄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자회사를 설립하면 또 다시 현재의 용역처럼 ‘갑을’ 관계로 변질될 수 있다”며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계열사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 모습
용역발표와 토론회가 끝난뒤에는 질의응답시간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들은 정규직화에 ‘반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찬성’ 하는 서로 이해하기 보다는 두쪽으로 갈라져 고성과 야유가 난무했다.
이날 대강당에서 벌어진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직원들의 전체 목소리는 ‘정규직화 반대’였다. 표면상으로는 공개경쟁채용을 주장했지만 한 마디로 “기득권은 못 버리겠다”는 집단 이기주의이다.
국가 공기업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모두 지방으로 이전했지만 인천공항을 운영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에 남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직원들은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곳에서, 평균 연봉 8000만 원이 넘는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도 저임금과 열악한 처우에 있는 비정규직 직원들을 ‘한 솥밥을 먹는 같은 식구(직접 고용)’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정일영 인천공항 사장 등 경영진들은 그동안 세계 공항서비스 12연패 등 성과가 있을때마다 “인천공항을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올려놓은 것은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비정규직 등을 포함한 5만여명의 공항식구들 때문”이라고 말하곤 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보여준 정규직 직원들의 주장은 그동안의 말이 모두 허언이었다는 것을 암시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젊은 직원들은 오히려 목청을 더 높였다. 아마도 인천공항 경영진들은 섬뜩했을 것이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보안검색대 모습
인천국제공항공사 경영진들은 자사의 직원들 조차 설득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정규직화를 하려는지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직원 대부분이 정규직화를 반대하면 아읏소싱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는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정일영 인천공항 사장은 “인천공항 비정규직 1만명을 연내 정규직화 하겠다”고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한 달 남은 상황에서 사실상 연내 정규직화는 물건너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규직화로 인해 ‘노·사’, ‘노·노’ 갈등만 깊어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경영진들의 능력과 태도는 예전과 사뭇 많이 다르다. 상급기관의 눈치도 보지 않고 여객 편의를 위해서는 밀어붙이는 강성함은 간데 없고, 오히려 끌려 다니면서 눈치만 보고 있다.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 접근 철도·도로망
제1여객터미널에서 제2여객터미널까지 6.4㎞의 연결철도를 4284억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건설해 놓고도 이 구간을 운행하는 공항철도와 KTX가 이용객들에게 왕복요금 1200원을 받도록 했다. 물론 추가 요금을 받도록 허가한 곳은 국토교통부이다. 그러나 예전 같았으면 경영진들이 어떻게 해서든 강하게 밀어붙여 여객들에게는 부담을 전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항철도와 KTX가 자신들이 연결철도 건설비를 투자하고, 요금을 받아 회수하겠다면 사실 할 말이 없다.
연결철도는 인천공항을 운행하는 버스업체에게는 빌미를 줬다. 인천공항을 운행하는 리무진 등 버스들은 제1여객터미널에서 제2여객터미널까지 가는데 15㎞, 오는데 18㎞, 제2여객터미널의 버스터미널을 가기 위해 조성된 버스대기장까지 왕복 7㎞ 등 한 번에 40㎞를 추가 운행해야 한다. 서울∼인천공항을 운행하는 버스 한 대가 하루 4대 운행하면 왕복 160㎞를 운행하는 셈이다. 버스업체는 직접적으로 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인천공항과 서울역을 운행하는 공항철도
철도와 버스의 형평성 때문에 향후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에서 요금이 차등 적용되는 등 들쭉날쭉할 것이다. 인천공항 시설구역 ‘같은 존(Zoon)’에서 동일요금을 받는 것은 어렵게 됐다.
경영진의 준비안되고, 지키지도 못할 발언과 일관성 없는 정책 때문에 정규직과 비정규직과의 갈등에다 여객들의 부담만 늘어가고 있다.
이 모든 화살의 방향은 경영진을 향하고 있다. 갈등 초래에다 내년 1월18일 개장하는 제2여객터미널에 문제가 생긴다면 인천국제공항공사 경영진들이 책임을 지고 ‘사퇴의 수순’을 밟아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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